[해외 DS] AI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혜택은 상위 10%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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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 대부분 직업과 산업에서 고용에 부정적 영향 미쳐
STEM 학위 소지자와 상위 10% 소득층만 AI 도입으로 수혜
서비스 부문 AI 도입 특히 활발, 제조업서도 고용 감소 영향 확인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AI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정책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AI 기술이 노동 시장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 중요한 정책적 이슈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AI는 인간의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기술 기반의 일자리를 창출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자동화의 확산으로 인해 일부 직업이 사라지거나 인간의 의사 결정 역할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AI가 근로자를 보완할지, 아니면 대체할지는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만큼, 실증적 증거에 기반한 연구와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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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AI 도입 확산, 미국 고용 시장에 부정적 영향 초래

인공지능(AI)은 최근 가장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기술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머신러닝 기술의 발전과 방대한 양의 디지털 데이터 증가로 인해 지난 20년 동안 △검색 엔진 △맞춤형 광고 △추천 시스템 △생성형 도구 △챗봇 등 다양한 AI 응용 프로그램의 사용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처럼 AI의 급속한 확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AI 도입이 미국 고용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레산드라 본피글리올리(Alessandra Bonfiglioli) 베르가모대학(University Of Bergamo) 경제학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미국 통근 구역(Commuting Zone, CZ)을 대상으로 2000년부터 2020년까지 AI 기술 도입이 노동 시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비록 이번 연구는 오픈AI의 챗GPT(ChatGPT)와 같은 대형 언어 모델이 개발되기 이전의 시기를 다루고 있지만, 디지털 경제의 부상과 아마존·구글·페이스북과 같은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AI를 빅데이터에 적용되는 알고리즘으로 넓게 정의하면, 그 확산은 2000년대 초반에 시작해 2010년 이후 가속화됐다. 따라서 이러한 분석은 AI 도입 초기 단계가 노동 시장에 미친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며, 앞으로 AI 기술이 더욱 빠르게 발전할 미래를 대비한 정책 수립에 있어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챗GPT와 같은 챗봇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AI 기술의 발전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영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AI 도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는 두 가지 주요한 어려움이 따른다. 첫 번째로 AI 도입을 측정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계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이 꼽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AI 기술이 특정 프로그래밍 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먼저 미국 노동부의 직업정보데이터(O*NET)에서 제공하는 ‘Hot Technologies’ 카테고리를 활용해, 머신러닝과 데이터 분석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장 많이 요구하는 직업을 AI 관련 직업으로 분류했다. 여기엔 △데이터 과학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소프트웨어 개발자 △웹 디자이너 등 19개의 직업이 포함되며, 이러한 AI 관련 직업의 상대적 중요성 증가를 통해 AI 도입을 감지했다.

두 번째 어려움은 AI 도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여러 요인들과 얽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경제 성장이나 기술 발전 수준이 높을수록 AI 도입이 활발해지는 동시에 고용 증가율도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AI 도입이 직접적으로 고용 증가를 유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AI 노출’이라는 도구 변수를 개발했다.

이 도구 변수는 AI 도입이 고용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분리하는 데 사용된다. 이를 위해 AI 노출 변수는 AI 도입이라는 주요 변수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면서도,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들과는 상관관계가 없어야 한다. 이는 계량경제학에서 인과관계를 분석할 때 흔히 사용하는 방법론으로, 완벽한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은 어려울지라도 이를 평가하는 기준으론 활용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AI 노출 변수는 미국의 산업별 AI 도입 수준과 각 통근 지역의 과거 고용 데이터를 결합해 각 지역의 AI 노출도를 측정한 값이다. 즉 AI 관련 직업이 많이 늘어난 산업이 있는 지역일수록 AI 노출도가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산업별·지역별 차이 존재

AI 도입의 확산과 그 영향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지난 20년 동안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고용 변화와 산업별 AI 확산의 전반적인 추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에서 AI 관련 직업이 차지하는 고용 비율은 0.14%에서 0.20%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중 대부분의 성장은 2010년 이후에 이뤄졌으며, 산업별로 AI 기술의 확산 속도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AI 도입은 주로 전문적·과학적·비즈니스·정보 서비스 등 고급 서비스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전기와 같은 일부 유틸리티 부문과 국가 안보 및 국제 문제와 같은 공공 부문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제조업에서는 여전히 AI 도입이 제한적이다. 이 결과는 주로 제조 부문에 도입된 산업용 로봇과는 별개로, AI 도입만을 측정한 것에 기인한다.

흥미롭게도 AI 도입을 측정한 지표는 보스턴, 시애틀, 실리콘밸리와 같은 예상되는 지역뿐만 아니라 볼더, 보즈먼, 솔트레이크시티와 같은 새로운 첨단 기술 허브에서도 AI 확산을 효과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아래 그림1은 미국 통근 지역(CZ)별로 AI 도입(패널 a)과 AI 노출(패널 b)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색상 지도로 나타낸 것이다. 어두운색일수록 샘플 기간 동안 더 높은 수준의 AI 도입이나 노출을 의미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음수 값은 드물며 전체 통근 지역의 6%에 불과한데, 이는 지난 20년간 AI 기술의 도입이 미국 전역에서 널리 퍼져왔음을 시사한다. 한편 AI 노출을 측정한 지표는 동시대의 통근 지역 수준의 충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변동성을 제거해 추정 과정에서 혼란을 줄 수 있는 요인을 배제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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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상단 지도는 2000-2010년과 2010-2020년 사이 각 CZ의 AI 도입 측정값의 평균값을, 하단 지도는 AI 노출 측정값을 나타낸다/출처=CEPR

AI 도입의 순수 효과 분석

이어 연구진은 AI 도입의 순수한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도구 변수를 활용한 2단계 최소제곱 회귀분석(2 Stage Least Square, 2SLS)을 실시했다. 그림2는 이러한 분석 방법과 주요 결과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네 개의 산점도 각각에서 각 점은 특정 통근 구역(CZ)과 10년간(2000-2010 및 2010-2020) 관측된 데이터를 나타내며, 빨간색 선은 선형 회귀선을 표시하고 있다.

패널 a는 최소제곱법(Ordinary Least Square, OLS) 분석 결과로, AI 도입과 통근 구역 수준에서의 고용-인구 비율 10년 변화 간에 부정적인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패널 b에서는 2SLS의 첫 단계(First Stage)를 통해 AI 노출이 AI 도입을 예측하는 강력한 변수이자 효과적인 도구 변수임을 확인할 수 있다. 패널 c는 AI 노출과 고용 증가 간에 강한 음의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나타내며, 마지막으로 패널 d는 AI 노출로 예측된 AI 도입(Predicted AI Adoption)과 고용률의 10년 변화 간의 관계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AI 도입이 고용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강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그림2의 그래프들은 AI 관련 직업이 많이 늘어난 지역에서 AI 도입률이 높아졌고, 그로 인해 해당 지역의 고용 증가가 상대적으로 둔화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또한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 만약 평균적인 AI 도입률을 가진 통근 지역이 가상으로 AI를 전혀 도입하지 않았다면 고용률이 0.6% 포인트 더 증가했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규제, 산업용 로봇 도입, 그리고 ICT 사용 증가와 같은 여러 추가적인 노동 시장 충격(변수)을 통제하더라도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됐다. 심지어 AI 관련 직업에 대한 정의를 변경하거나, 이상치를 다양한 방식으로 처리하더라도 그 유효성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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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2단계 최소제곱 추정법을 차례대로 시각화한 그래프다. 추정 표본은 2000-2010년과 2010-2020년, 두 기간에 걸쳐 관측된 722개의 CZ로 구성됐다. 각 도표에서 하나의 관측값은 CZ x 10년 쌍이다. 예측된 AI 도입(Predicted AI Adoption)은 도표 b)의 1단계 회귀 분석에서 얻은 AI 도입 측정값의 적합값(fitted value)이다/출처=CEPR

서비스업과 저학력 근로자에 미치는 타격 더 커

나아가 연구진은 AI 도입이 고용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도출했다. 먼저 AI 도입의 효과를 AI 노출을 통해 측정했을 때 그 영향이 훨씬 강하게 나타났다(2SLS vs OLS). 이는 AI가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다른 요인들에 의해 가려질 수 있음을 뜻하며, AI 도입 변수를 그대로 사용할 경우 다른 요인과 혼재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AI의 영향은 주로 이러한 기술이 널리 도입된 서비스 부문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마지막으로 대졸 학위가 없는 근로자들이 AI 도입으로 인해 가장 큰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반면, STEM(과학·기술·엔지니어링·수학) 학위가 요구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소득 분포 상위 10%에 속하는 사람들만이 AI 도입의 혜택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하면 AI 도입은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서비스 부문과 저학력 근로자에게 더 큰 타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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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다양한 조건에서 추정된 계수 및 AI 도입 측정값에 대한 90% 신뢰 구간/출처=CEPR

아울러 이번 연구는 AI 도입의 부정적 영향이 서비스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AI 기술의 활용이 아직 제한적인 제조업의 고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구체적으로 AI 도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제조업에서 약 45%, 서비스업에서 60%로 나타났는데, 이 두 수치를 합하면 105%가 돼 다소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두 부문 간의 중복 효과나, 한 부문에서의 AI 도입이 다른 부문의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를 “스필오버 이펙트(Spillover Effect, 파급효과)”라 설명했다. 서비스업에서 개발된 AI 기술이 제조업 부문으로 확산하면서, 제조업에서의 자동화가 가속화돼 일부 일자리가 감소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4를 보면, 제조업 부문에서도 AI 도입의 부정적 영향이 큰 부분은 특히 운송 장비와 목재 제품 산업 등 자동화 수준이 높은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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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개별 제조 산업에서의 AI 도입 고용 영향의 관계/출처=CEPR

최근 AI 분야의 발전은 미래의 노동 시장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비록 AI의 혁신과 그 적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현재 드러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물론 AI가 고용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미시적 증거가 필요하겠지만, 이번 연구는 AI가 일자리 자동화와 불평등 심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정량적으로 밝혀냈다. 끝으로 이러한 결과는 AI 기술의 발전이 미래 노동 시장에 미칠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며, 특히 저학력 근로자를 위한 재교육 및 지원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경제정책연구센터(Centre for Economic Policy Research)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