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마트, 8년 만에 징둥닷컴 지분 전체 매각 ‘4.8조원 조달’
월마트, 징둥닷컴 보유주 37억 달러에 매각
매각 소식에 뉴욕증시 4%, 홍콩증시 10%↓
핀둬둬, 콰이서우 등 후발주자 추격에 고전
미국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가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둥닷컴(京東商城) 지분을 시세보다 싼 가격에 매각해 자금을 대거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마트는 2016년 징둥닷컴 지분의 5%를 인수하면서 주요 주주로 등극했지만 이번 매각으로 8년 만에 협력관계를 끝낸 것이다. 최근 중국 소비 둔화 그림자가 짙어진 가운데 나온 지분 정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월마트, 징둥닷컴 지분 전량 청산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징둥닷컴 2대 주주였던 월마트는 8년 간의 투자를 청산하고, 보유하고 있던 지분 5.19%(1억4,450만 주) 전체를 매각해 총 36억 달러(약 4조8,000억원)를 조달했다. 지난 2016년 월마트는 보유 중이던 중국 인터넷 쇼핑몰 이하오덴의 사업권을 징둥닷컴에 매각하는 대신 5%가량을 받았는데 이를 전량 처분한 것이다. 매각 주관사는 모건스탠리며, 가격은 주당 24.95달러 선으로 알려졌다.
월마트는 징동닷컴의 지분을 매각한 후 월마트 차이나와 창고형 사업체인 샘스클럽에 대한 투자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월마트는 샘스클럽과 디지털 서비스의 강력한 성장에 힘입어 중국 사업의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7.7% 증가한 46억 달러(약 6조1,5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지분 매각에 대해 월마트는 “지분 축소를 통해 중국 내 자사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자금을 다른 우선순위에 배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월마트 손 떼자 징둥닷컴 주가 급락
월마트의 지분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증시에서 징둥닷컴 ADR은 4.15% 하락한 27.0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날 홍콩 증시에서도 장중 10% 가까이 떨어지며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고, 장 중 한때는 12%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징둥닷컴은 중국 경제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서도 최근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9% 가까이 급등한 바 있다. 그러나 월마트가 징둥닷컴의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모습이다. 현재 징둥닷컴 주가는 2021년 초 최고치에서 약 70% 하락한 수치로, 월마트가 최대 주주가 됐던 2016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징둥닷컴, 왕년의 형님으로 전락
업계에서는 월마트가 징둥닷컴 지분을 매각한 이유로 중국 온라인 쇼핑 업체들의 경쟁 심화를 꼽는다. 후발주자인 핀둬둬(拼多多), 콰이서우(快手) 등과 경쟁을 벌이면서 징둥닷컴의 매출 성장이 정체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이 중국 이커머스 시장의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며 양강 구도를 이뤘지만 최근 핀둬둬가 빠르게 굴기하고 있는 데다 콰이서우, 쑤닝(蘇寧) 등 여타 업체들이 발전하면서 ‘다자 경쟁’이라는 새로운 판도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적만 봐도 순이익에서 핀둬둬와 콰이서우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핀둬둬의 1분기 순이익은 280억 위안(약 5조3,163억원)으로 집계됐고, 콰이서우는 41억 위안(약 7,784억원)으로 분기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징둥닷컴의 경우 순이익 73억6,500만 위안(1조3,966억원)으로 비교적 선방했지만, 알리바바는 순이익이 9억1,900만 위안(약 1,744억원)에 그치며 지난해 동기 대비 수직으로 하락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4대 업체 가운데 막내에 해당하는 콰이서우가 순이익 증가율 571.82%로 가장 앞섰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왕징서전자상거래연구센터(網經社電子商務研究中心)의 모다이칭(莫岱青) 애널리스트는 “이 데이터는 콰이서우의 수익 능력이 현저히 향상됐음을 보여준다”며 “향후 회사의 발전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당시 실적발표 이후 핀둬둬의 주가도 크게 상승했다. 핀둬둬는 시가총액 2,180억 달러(약 300조원)를 기록하며 알리바바를 넘어섰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핀둬둬가 또 한 번 알리바바를 뛰어넘으면서 핀둬둬의 약진이 한순간의 해프닝이 아님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왕징서전자상거래연구센터 류쥔빈(劉俊斌) 연구원은 “핀둬둬의 호실적은 중국 국내 플랫폼의 전환, 농산물 집중, 소비자의 수요에 부합한 해외 플랫폼(테무)의 가성비 전략 등의 배경이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소위 ‘핀둬둬 열풍’은 고품질 소비, 고품질 공급, 고품질 생태계라는 ‘3고(三高)’ 전략이 먹혀들어 간 덕분이라는 얘기다. 전면 위탁 관리 혹은 일부 위탁 관리 방식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역시 높은 실적을 가져온 원인으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