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산 사태 전 티메프 신용등급 ‘B’, 선정산대출 확대 구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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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직전 위메프 신용등급 'BB-'? 티메프 신용평가에 의문 확산
선정산대출 근거로 활용된 신용등급, 티메프 대출 잔액 확대 원인
현금 흐름 양호했던 티메프, 주주 구성 견조하단 점도 긍정 평가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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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티몬, 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빚은 티몬·위메프(티메프)가 신용평가사로부터 B등급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위메프는 한 은행으로부터 BB- 평가를 받기도 했다. 문제는 평가사별 티메프의 신용등급에 격차가 컸단 점이다. 실제 해당 은행이 위메프를 BB-로 평가한 시기 나이스신용평가는 위메프를 CC+로 평가했다. 신용평가를 통한 리스크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단 의미다.

지난해 티메프 신용등급 B, 미정산 사태 직전 위메프는 ‘BB-‘

22일 중소기업유통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 ‘2024년 소상공인 온라인쇼핑몰 판매 지원사업 수행 기관 모집 공고’ 당시 티메프는 지난해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받은 B등급 신용등급평가서를 제출했다. 나이스신용가의 B등급엔 ‘적기상환능력은 인정되지만 투기적 요소가 내재돼 있음’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위메프의 경우 미정산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 A 은행으로부터 원리금 상환능력을 보통으로 평가받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위메프 신용평가자료를 보면, 이 은행은 위메프의 신용등급을 ‘BB-‘로 평가했다. BB-는 ‘현재 원리금 상환능력은 보통이나 단기 및 장기 전망은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A 은행이 등급 산정 과정에서 위메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요인은 △이커머스 업계 시장에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큐텐 인수로 수익성에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 등이다. 위메프가 지난해 4월 큐텐에 인수된 후 당해 연도 영업이익률이 -78.8%로 전년 -30.2%에서 급격히 악화했지만 A 은행은 올해 큐텐 인수에 따른 강점이 나타날 것으로 봤다.

이에 일각에선 티메프 미정산 사태의 결정적 요인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통해 티메프의 상환능력을 인증한 상태에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건 결국 경영진 측의 잘못이 크다는 뜻 아니냐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구영배 큐텐 대표의 ‘대금 돌려막기’에 대한 성토도 커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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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신용평가에 등급 격차↑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신용평가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평가 대상 기간 위메프의 재무 상황이 이미 처참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기간 위메프의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19%에 불과했다. 위메프를 인수한 큐텐 역시 마지막으로 공시한 2021년 유동비율 28%, 누적손실 4억1,814만 싱가포르달러(약 4,346억원)로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상태였다.

다른 평가사가 내놓은 신용등급과 차이가 크단 점도 지적됐다. A 은행이 위메프를 BB-로 평가할 때 나이스신용평가는 ‘CC+’로 평가했다. CC+는 ‘상거래 신용능력이 매우 낮으며 거래 안정성이 낮은 기업’을 가리키는데, 하위 0.09%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기관마다 신용평가의 기준이 달라 등급만을 두고 일률적으로 평가할 순 없지만, BB-와 CC+는 일반적이라고 보기 힘든 격차”라고 설명했다. 티메프에 대한 신용평가가 다소 허술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 같은 신용평가 결과가 선정산대출의 근거로 작용했단 점이다. 통상 신용평가는 리스크를 사전 파악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 대부분의 은행이 B등급을 대출의 마지노선으로 잡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등급 평가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출 확대에 따른 위험을 인지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고, 그 결과 선정산대출이 확대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A은행의 위메프 선정산대출 신규 취급액은 2021년 475억4,700만원에서 2022년 582억5,800만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도 신규 취급액이 741억8,600만원으로 대폭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SC제일은행도 A 은행과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7월 말 SC제일은행의 기준 티몬, 티몬월드, 위메프 등 큐텐 계열 이커머스사 관련 선정산대출 잔액은 1,041억5,000만원에 달한다. SC제일은행이 선정산대출을 시작한 2020년엔 잔액이 4,000만원에 불과했으나 불과 4년 만에 1,000억원 이상이 늘어난 것이다. SC제일은행은 2020년부터 외부 신용등급을 활용해 기업대출 거래를 이뤄왔다. 큐텐 계열사에 대한 선정산대출을 본격적으로 늘린 2021년 티몬의 신용등급은 나이스신용평가 기준 B+, 한국평가데이터 기준 CCC+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티메프 ‘B등급’ 이상한 일 아냐”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티메프가 B등급 이상으로 평가받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영업 손실이 확대 양상을 보이고 있긴 했지만 현금 흐름에 큰 장애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형 기관이 주주 구성에 포함돼 있었단 점도 평가를 높이는 요인이었다.

시장 일각에서 대규모 미정산 사태의 원인으로 티메프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한 데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티메프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재무관리 실패’라는 시선에서다. 이들은 티메프가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자금을 동원한 탓에 유동성 위기를 자초했다고 봤다. 여기에 큐텐 계열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목적으로 과도한 할인 정책을 편 게 재정 악화를 가속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19일 한국재무관리학회와 서울대 경영대학이 공동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이지윤 연세대 교수도 “유동성 관리 실패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모든 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며 “티메프 사태는 재무관리 실패로 인한 위기이므로 관련 규제 마련에 있어서도 재무관리적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동성 관리 실패로 인한 재무적 곤경 비용은 상당하며, 경영진(주주)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채무의 대리인 문제로 이 비용이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는 티메프 사태의 부수적인 부분에 불과하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