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옥시아 상장 재추진에 SK하이닉스도 수혜, ‘투자금 회수·협력 강화’ 길 모두 열렸다

160X600_GIAI_AIDSNote
일본 키옥시아 상장 추진, SK하이닉스 엑시트 가능할 듯
키옥시아-SK 낸드 합산 점유율 34.6%, "전략적 협력 관계 유지할 가능성↑ "
상장 후 SK 지분율 축소, 미국 WD와의 합병 배경 되나
kioxia_Gopublic_TE_20240826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가 상장을 추진하면서 이 회사의 지분을 간접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도 수혜를 입게 됐다. 상장 뒤 지분 매각을 통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이루거나 지분을 유지함으로써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 있어서다. 키옥시아 역시 상장으로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의 합병 재추진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등 호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상장 이후 SK하이닉스가 지분율 축소에 나서면 키옥시아의 합병을 반대하는 SK하이닉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인캐피털 키옥시아 상장 신청서 제출

2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키옥시아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털은 지난 23일 도쿄증권거래소에 키옥시아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키옥시아는 2018년 일본 대기업 도시바로부터 분리 매각된 기업으로, 미국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이 주도하고 한국의 SK하이닉스와 함께 투자한 특수목적회사가 키옥시아홀딩스 지분 56%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자리 잡고 있다. 2대 주주는 41%의 지분을 가진 도시바다.

SK하이닉스는 분리 매각 당시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해 총 4조원가량의 자금을 투자했다. 2조7,000억원을 베인캐피털이 조성한 사모펀드에 출자하고 나머지 1조3,000억원을 도시바가 발행한 키옥시아 전환사채(CB) 인수에 사용하는 식이다. 10월 상장 이후 키옥시아의 시가총액이 1조5,000억 엔(약 14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단 점을 고려하면, SK하이닉스의 지분가치는 4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SK하이닉스엔 여러 선택지가 열려 있다. 우선 키옥시아 상장 뒤 일부 지분 매각을 단행할 수 있다. 이 경우 SK하이닉스는 당초 투자금 3조9,000억원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분 보유를 통한 키옥시아와의 전략적 협력 가능성도 열려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6.7%로 1위, SK하이닉스 및 자회사 솔리다임이 22.2%로 2위, 키옥시아가 12.4%로 3위를 기록했다.

이를 보면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의 낸드 합산 점유율은 34.6%에 달한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지분 매각을 하든 협력을 이어가든 손해는 없단 의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를 통한) 투자금 회수와 전략적 협력이 모두 가능한 상태”라며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 상장의 최대 수혜주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nand_global_TE_20240826

4년 전엔 상장 무산, 업황 악화가 원인

키옥시아 상장은 지난 2020년에도 추진된 바 있다. 다만 당시엔 미중 무역 마찰 등으로 업황이 급격히 악화한 탓에 상장이 무산됐고, 이후로도 실적 흐름이 개선되지 않아 상장 추진이 어려웠다. 업계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총 2,540억 엔(약 2조3,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렇다 보니 키옥시아로 인한 SK하이닉스의 투자 자산 평가 손실도 1조4,300억원 규모로 상당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붙들고 있었던 건, 키옥시아가 다른 경쟁사에 넘어갈 경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입지가 크게 약화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앞서 언급했듯 키옥시아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3위에 달한다. 여기서 키옥시아가 4위 이하 기업과 합병되면 합병회사는 초대형 경쟁사로 자리매김하게 되고, SK하이닉스는 3위로 밀려나게 된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 초대형 경쟁사의 탄생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낸드플래시 사업이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최근 낸드플래시 산업은 반도체 적층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투자비가 계속 늘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도 ‘규모의 경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단 의미다. 이런 가운데 거대 낸드플래시 기업이 탄생하면 SK하이닉스는 생산 단가 경쟁에서마저 밀려날 수 있다. 결국 시장 내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키옥시아 지분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키옥시아 상장에 WD 합병 재추진 가능성도

다만 최근 들어선 상황이 반전됐다. 반도체 전반의 시장이 회복세를 이루면서 키옥시아의 기업가치도 계속 상승하고 있어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3~18% 상승했다. 이에 따라 키옥시아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698억 엔(약 6,450억원)으로 역대 2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키옥시아 자체의 체급이 상당히 올라왔단 의미다.

키옥시아 입장에선 상장이 본격화하면서 과거 무산된 바 있던 미국 WD와의 합병이 재추진될 수 있단 점도 호재다. 앞서 지난해 키옥시아는 WD의 메모리 사업부와 합병을 논의했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3·4위인 양 사가 합병해 업계 1위인 삼성전자에 대항하겠단 취지였지만, 중국 반독점 당국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데다 SK하이닉스의 동의를 얻지 못해 협상이 중단됐다.

그런데 키옥시아 상장이 현실화하고 SK하이닉스가 지분율 축소에 나서면 WD 합병 논의에 재차 불이 붙을 수 있다. 지분율이 낮아지는 만큼 SK하이닉스의 입김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키옥시아로선 합병 장애물이 하나 사라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