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회전하는 오아시스의 퀵커머스 사업, 관련 서비스 출시 ‘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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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2021년 퀵커머스 법인 출범 이후 성과 못 냈다
계속해서 지연되는 서비스 출시, 법인 손실 쌓이며 부담 확대
"신규 플레이어 진입 어렵다" 경쟁 치열한 퀵커머스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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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아시스마켓

 오아시스마켓(이하 오아시스)의 퀵커머스 사업이 좀처럼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2021년 퀵커머스 사업 진출을 위한 법인이 설립됐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서비스 출시 일정이 연이어 연기되는 양상이다. 이미 유통·물류업계 강자들이 퀵커머스 시장을 대거 점유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오아시스가 무사히 시장 진입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수년째 헛도는 퀵커머스 사업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선식품 배송업체인 오아시스는 2021년부터 퀵커머스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시도해 왔다. 코로나19 펜데믹의 여파로 온라인 쇼핑 수요가 급증하자, 배송 역량 강화를 통한 사업 고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퀵커머스는 거점 배송망을 활용해 소비자의 온라인 주문 상품을 1~2시간 이내로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지칭하는 용어다.

오아시스는 사업 본격화를 위해 50억원 규모의 설립자본금을 투입, 배달 플랫폼 ‘부릉(VROONG)’ 운영사 메쉬코리아와 퀵커머스 서비스 플랫폼 론칭·운영을 위한 합작법인(JV) 주식회사 ‘브이’를 출범했다. 이후 2022년 오아시스의 물류자회사인 루트가 메쉬코리아의 브이 지분을 전량 인수했고, 브이는 본격적으로 오아시스의 연결종속회사로 편입됐다. 퀵커머스 사업 진출을 위한 토대가 갖춰진 셈이다.

문제는 오아시스의 퀵커머스 사업이 공회전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브이 서비스의 출시 예정 일시는 2021년 하반기였으나, 수 차례 일정이 연기됐다. 이후 오아시스는 2023년 상반기 내로 오아시스 오프라인 매장과 소규모 물류센터(MFC, Micro Fulfillment Center)를 결합해 서울 도심 지역부터 수도권 전 지역까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비스 출시 예정 시기 이후 1년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도 오아시스는 퀵커머스 서비스와 관련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비스 출시 지연의 그림자

오아시스는 보다 성장 가능성이 큰 새벽배송 사업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퀵커머스 사업을 후순위로 미룬 것으로 파악된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오아시스마켓은 가장 경쟁력 있는 신선 새벽배송 강점을 바탕으로 새벽배송 장악력을 넓혀가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았다”며 “현재 우선순위는 무인 자동결제 솔루션이며, 퀵커머스 쪽은 다양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오아시스가 퀵커머스 서비스 출시 의지를 상실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흘러나온다. 퀵커머스 법인 출범 이후 3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 좀처럼 사업을 본격화하지 않는 이례적 행보에 주목한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빠르게 성장한 퀵커머스 시장은 여전히 수요가 높은 편”이라며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오아시스가) 서비스를 본격화하지 않는 것이 의문스럽다”고 평가했다.

퀵커머스 진출 시기가 계속해서 늦춰지며 퀵커머스 법인 브이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오아시스가 브이 지분 50%를 보유했던 2021년 당시 인식된 지분법 손실은 4,300만원에 달한다. 브이의 연결 편입 이후인 2023년에는 순손실이 연간 4억원 규모까지 불어났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3억6,000만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다만 회사 측은 올해 상반기의 순손실 확대는 법인세 회계 처리에 따른 것으로, 일시적인 회계상의 영업 외 비용이 반영된 ‘착시 효과’에 그친다는 입장이다.

퀵커머스 시장은 레드오션이다?

퀵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여전히 치열하다는 점도 변수다. 일례로 배달의민족은 미들마일부터 라스트마일까지 한 번에 커버할 수 있는 ‘올인원 인프라 물류시스템’을 활용, 국내 퀵커머스 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배민B마트 등 배달의민족 커머스 사업 부문에서 발생한 매출은 자그마치 6,88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5,122억원) 대비 34% 급성장한 수치다. 2021년 배달앱 요기요를 인수한 GS리테일 역시 지난 2022년 요기요 앱 내 전국 즉시 장보기 서비스 ‘요마트’를 선보이며 퀵커머스 경쟁에 뛰어들었다. 요마트 서비스는 수도권, 강원, 충청, 호남, 영남 등 전국 5개 지역 소재 GS더프레시 점포를 활용해 약 9,000여 종의 상품을 배달하고 있다.

홈플러스 산하 SSM(기업형 슈퍼마켓, Super SuperMarket) 브랜드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 250여 개 점포에서 반경 2~2.5km 이내 고객에게 1시간 내외로 상품을 배송해주는 퀵커머스 서비스 ‘1시간 즉시배송’을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최근 1년간 (2023.4.1~2024.3.31) 즉시배송 서비스의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 성장했다. 사실상 유통·물류업계의 기존 강자들이 퀵커머스 시장 전반을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오아시스가 퀵커머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물류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퀵커머스 시장은 이미 기존 플레이어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장이다. 신규 플레이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보다 나은 서비스, 보다 빠른 배송을 앞세워야 한다”며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인데, 오아시스가 퀵커머스 사업을 위해 설립한 법인인 브이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 아닌가. 무조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