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문턱 넘은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안, 변수는 주식매수청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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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SK E&D 합병 안건, 주주총회서 85.75% 찬성표 얻어
"주주가치 희석 우려돼" 6.2% 지분 보유한 국민연금, 합병 반대
SK이노베이션의 '아픈 손가락' SK온,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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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이 주주총회 문턱을 넘은 가운데, 주식매수청구권이 합병 성사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를 좌우할 만한 요소로는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 SK온의 실적 부진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불신 등이 지목된다.

양 사 합병안 주주총회 통과

SK이노베이션은 2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SK E&S와의 합병 계약 체결 승인 안건이 참석 주주 85.75%의 찬성률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반대는 13.62%, 기권은 0.063%였으며, 외국인 주주들의 경우 전체 중 95%가 이번 합병안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달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 사 합병 비율 1대 1.1917417의 합병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합병이 무사히 마무리될 경우 합병 법인은 총자산이 104조7,120억원(6월 말 기준)에 달하는 아시아 지역 내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으로 등극하게 된다. 연간 매출은 88조원(지난해 기준)에 육박한다.

다만 변수는 아직 남아 있다.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에 따라 합병 조건이 달라지거나,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에서 합병안에 반대 의사를 밝힌 주주들은 오는 9월 19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 등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에 반대하는 주주가 소유한 주식을 회사에 매입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2대 주주 국민연금 ‘반대표’

주목할 만한 부분은 2대 주주인 국민연금(보유 지분율 6.2%)이 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합병비율을 고려했을 때 장기적인 측면에서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된다고 판단했다”며 반대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한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을 비롯한 일부 주주들은 양 사 합병 비율에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며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대거 행사하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제시한 매수 예정 금액을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 사는 공시를 통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주식 수 합계에 주식매수예정가격을 곱한 금액이 8,000억원을 초과했을 때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서면 합의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합병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만약 이날 국민연금 등 합병안에 반대한 모든 주주가 전량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총행사 규모는 총 9,229억원에 육박한다(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진 주식 수 824만4,399주*SK이노베이션이 공시한 매수 예정가격 11만1,943원) .

해당 합병 건의 합병 비율과 관련해 우려를 드러낸 것은 비단 국민연금만이 아니다. 앞서 국내 의결권 자문 기관 서스틴베스트도 양 사의 합병 비율이 SK이노베이션 일반 주주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산정됐다며 합병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서스틴베스트는 “일반 주주가 받을 수 있는 영향이나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이사회의 노력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며 “SK이노베이션의 일반 주주 권익을 고려하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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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에 대한 투자자 불신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온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배터리 사업 확대를 위해 SK온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왔으나, 해당 사업 부문의 성장세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SK온은 2021년 설립 이후 10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이하 별도 재무제표) 자산총계는 16조1,443억원 규모며, 8조4,697억원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8,60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성장 가능성이 불투명한 SK온을 떠안고 있다. 차후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법인 실적 역시 SK온의 성장 여부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며 “SK온이 대규모 시설 투자로 인한 재무 부담에 짓눌리고 있는 만큼, (SK온에 대한) 실적 개선 기대를 잃은 투자자들이 줄줄이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투자자들이 합병 법인의 주가 성장을 기다리지 않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SK온의 실적에 대한 전망은 낙관적이지 못한 편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계에서는 SK온의 실적 개선을 기대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평이 많다”라며 “SK온의 핵심 고객사인 포드(Ford)는 전기차 생산 계획의 속도를 조절하는 중이고, 현대차그룹 역시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주요 고객사들의 판매 부진 기조는 SK온의 실적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SK온의 3분기 실적은 9월 말에서 10월 초에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