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에 자금 조달 난항까지, 테크 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흐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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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나선 테크 업계들, 골프 플랫폼 스마트스코어 희망퇴직 계획
실적 부진한 롯데헬스케어, 시장 일각서 '사업 철수' 가능성 점쳐지기도
고금리에 투자 분위기 냉각, 네임드 바이오텍들도 영업구조 재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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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테크 업계에 거센 희망퇴직·정리해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스마트스코어, 요기요, 롯데헬스케어 등 유수의 기업들도 이를 피해 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고금리 장기화 등 영향으로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탓이다.

스마트스코어 비상 경영 체제 돌입, 요기요도 희망퇴직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골프 플랫폼 스마트스코어는 최근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스마트스코어는 골프장 예약 대행 및 골프 투어, 스코어 관리 서비스 등을 영위하며 일정한 성과를 올려왔다. 다양한 골프 관련 기업을 인수해 경쟁력을 키우기도 했다. 스마트스코어는 앞서 골프 패션 브랜드 맥케이슨과 골프용품 유통 업체 퍼플핀, 충북 제천의 27홀 골프장 킹즈락CC를 인수했고, 2021년엔 프리미엄 골프 클럽 브랜드인 마제스티골프를 3,100억원에 사들인 바도 있다.

그러나 이내 자금줄이 끊기면서 자금 사정이 어려워졌고, 결국 정성훈 스마트스코어 회장은 비상 경영 체제를 발표하며 비수익 사업 및 서비스 전면 철수,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 및 정리해고 등 계획을 언급했다. 스마트스코어는 당장 내달부터 자사 및 일부 계열사들의 대표이사 급여를 30%, 임원 급여를 15% 지급 유예할 방침이다. 회사는 또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모든 비용 지출과 투자를 중단하거나 미루기로 했으며, 개별 법인카드 사용을 중지하도록 했다. 이뿐 아니라 내년 임직원 급여를 전면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그만큼 자금 상황이 어렵단 의미다.

이는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배달의민족과 함께 시장을 양분했던 배달 플랫폼 요기요도 내달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배달앱 시장이 출혈경쟁 등으로 과열되면서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자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실제 요기요는 손실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요기요의 모회사 위대한상상은 2022년과 지난해 각각 1,116억원과 6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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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헬스케어의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CAZZLE)/사진=롯데

롯데지주 비상경영 돌입, 헬스케어도 검토 대상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롯데지주 역시 사업이 부진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그간 롯데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혀 온 헬스케어·바이오 분야가 첫 번째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롯데헬스케어의 사업 전개에 난항이 이어지면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 영향이다.

롯데헬스케어는 지난 2022년 4월 롯데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탄생했다. 이에 업계에선 롯데가 유통 경험을 살려 롯데헬스케어를 ‘메기’로 키울 수 있단 기대감이 쏠렸지만, 롯데헬스케어의 사업은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혔다. 설립 후 첫 사업 아이템으로 내놓은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CAZZLE)’이 국내 스타트업인 알고케어의 아이디어를 탈취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다. 알고케어는 개인 맞춤형으로 영양제를 제공하는 디스펜서 기기를 개발해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로부터 3년 연속 혁신상을 받은 바 있다.

기술 탈취 의혹으로 인한 이미지 추락은 실적 부진으로도 이어졌다. 롯데헬스케어의 지난해 연 매출은 8억원, 영업손실은 229억원에 달했다. 그나마 지난해 롯데지주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으면서 유동성 확보에 나섰으나,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을 이루진 못했다.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롯데헬스케어가 사업을 철수할 수 있단 의견이 거듭 나오는 이유다.

네임드 바이오텍 인력 구조조정, 투자 분위기 냉각 영향

이름이 널리 알려진 ‘네임드’ 바이오텍들도 대부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바이오플러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바이오플러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영업구조 재편을 시작했다. 올 초엔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뿐 아니라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에도 돌입했다.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 계획을 수립하기 전 현금 흐름을 원활히 하겠단 취지에서다.

덴탈업체인 디오도 최대 주주가 바뀌면서 새로운 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디오는 지난 4월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사실상 최대 주주가 사모펀드로 바뀌었다. 이후 디오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하며 재무건전성 강화에 주력했다.

AI 신약개발사나 디지털헬스케어 업체들 또한 구조조정의 바람을 피해 가지 못했다. 스탠다임, 라피으시맨틱스 등은 인력을 축소한 뒤 본점을 옮겼고, 디어젠은 지난해부터 핵심 인력 이탈이 시작되더니 지난 6월 공동 창업자인 신봉근 박사가 SK바이오팜으로 이직하면서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 이외 마크로젠, 테라젠바이오, 디엔에이링크, 이원다이애그노믹스 등 유전체분석 업계도 모두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테크 업계 전반이 구조조정의 흐름을 피해 가지 못한 건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영향이 크다. 2022년부터 투자 분위기가 냉각된 데다 고금리가 장기화한 탓에 버티는 것조차 힘겨운 기업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실제 앞서 언급한 스마트스코어는 2022년 8월 마지막으로 1,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 국내외 경기 침체 및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골프 산업 경기 하락세 등이 겹친 탓이다. 신약 개발사들은 투자금 회수가 불확실하단 업종 특성상 자본시장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어 자금 조달에 더 큰 어려움을 겪었고, 여타 바이오 기업들은 IPO(기업 공개) 문이 좁아지면서 후속 투자 유치가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