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앱까지 만든다” 발전하는 빅테크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자들 설 자리 잃을까
MS·AWS·구글 등 빅테크, AI 기술로 앱 개발 지원
개발자 83.6% "미래에 AI가 개발자 업무 일부 대체할 것"
테크 업계 넘어 확산하는 AI發 해고 폭풍, 고용 시장 '혼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앱 생성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AI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며 정보기술(IT) 직군 근로자들의 업무를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조만간 IT 업계를 중심으로 AI발(發) 고용 혼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앱 생성 솔루션’에 힘 싣는 빅테크
2일 업계에 따르면 MS는 지난달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통해 AI 기반 앱 생성 솔루션을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에 적용했다. 해당 솔루션은 오픈AI의 ‘챗GPT’, 메타 ‘라마’ 등 수백 종의 AI 모델을 활용, 간단한 프롬프트 입력을 통해 챗봇, 음성-텍스트 변환 서비스 등의 앱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AWS의 ‘앱 스튜디오’는 원하는 기능을 입력하면 몇 분 만에 맞춤형 앱을 생성해 준다. 특히 프로그램 내 AI 비서로부터 개발 과정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어 소프트웨어 지식이 없어도 앱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AI 모델 ‘클로드’의 개발사인 앤스로픽은 지난 클로드에 앱·프로그램 개발을 돕는 기능을 추가했다. AI가 제작한 앱이 다양한 환경에서 정상 작동되는지 점검해주고 5점 척도로 점수를 매기는 게 특징이다. 프로그램 개발 시 클로드에게 지시할 적합한 프롬프트도 제시해 준다.
구글 클라우드는 지난 4월 ‘버텍스 AI’에 제미나이, 라마 등 다양한 AI 모델을 추가했다. 버텍스 AI는 AI 앱이나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사용자는 만들고자 하는 앱의 기능 등 일부 데이터를 입력해 적합한 AI 모델을 추천받을 수 있으며, 앱을 만드는 데 필요한 코딩 작업 중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AI가 SW업계에 불러온 ‘폭풍’
이 같은 AI의 발전은 개발자를 비롯한 IT 고용 시장에 유의미한 변화를 초래했다. 올해 초 엔비디아를 이끌고 있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더 이상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폭탄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차후 AI가 대부분의 코딩 작업을 대신할 것이며, 실제 인력은 굳이 관련 학습에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지난 3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진행한 한 행사에서는 “(앞으로는) 모든 사람이 프로그래머”라며 “자연어로 SW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황 CEO의 발언이 AI 시대를 맞이하는 SW(소프트웨어) 업계의 상황을 정확하게 포착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계 종사자들은 젠슨 황 CEO가 엔비디아의 AI 비즈니스를 위해 그럴듯한 말을 내놨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생성형 AI가 계속해서 발전할 경우, 황 CEO의 말대로 개발자의 업무 환경과 고용 상황은 실제로 눈에 띄게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단순히 업무 중 ‘AI의 도움을 받는’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정말로 (AI가) 개발자 자리를 대체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가까운 미래에 AI가 개발자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는 인식이 이미 보편적으로 확산돼 있다는 점이다. 인적자원관리(HR) 테크 기업 원티드랩이 올해 초 원티드를 이용하는 개발자 18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6%는 차후 생성형 AI가 일부 개발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고 답했다. AI가 개발자 업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응답자는 8.2% 수준이었다. 개발자들이 보는 현재 생성 AI의 개발 실력은 1~3년차 수준(42.9%)인 것으로 확인됐다.
광고·물류 등 부문에서도 ‘AI發 해고’
AI발 고용 혼란에 휘말린 것은 개발자뿐만이 아니다. 일례로 생성형 AI 열풍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구글은 2021년 AI 기반 광고 플랫폼인 ‘퍼포먼스 맥스(Performance Max·PMax)’를 개발했으며, 지난해 5월 해당 플랫폼에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했다. 실제 인력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광고 서비스에 자동화된 AI 도구를 도입한 것이다. 이후 올해 1월 구글은 광고 영업 부문 직원 수백 명을 해고, 본격적인 인건비 절감에 나섰다.
미국의 물류업체 UPS는 지난해 12월 직원 1만2,000명을 해고했다. 116년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원이었다. 당시 캐럴 토메 UPS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새로운 기술 덕분에 인력 감축이 가능해졌다”며 “일하는 방식이 (효율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앞으로 배송량이 다시 늘어나도 인력을 늘릴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UPS의 대규모 감원은 지금까지도 AI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한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AI발 해고 움직임은 테크 업계에서 주로 관측돼 왔지만 이제는 물류·제약·미디어 등 다양한 업종에서 ‘AI발 해고’가 이어지는 추세”라며 “AI로 대체할 수 있는 분야에서 추가 채용을 중단하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용 시장에서 사람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AI 기술이 발전을 거듭할수록 시장 전반의 인력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