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물질 논란 뚫고 약진하는 알리익스프레스, 국내 유통업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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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 2분기 주요 이커머스 관심도 2위 기록
연이은 잡음에도 가격 경쟁력 앞세워 소비자 수요 흡수
이달 내로 K뷰티 전문관 신설 목표, 韓 유통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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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의 인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잇따르는 유해 물질 관련 논란에도 불구, 초저가 마케팅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 수요를 꾸준히 흡수해 나가는 양상이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압도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한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본격적인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韓서 여전히 건재

1일 데이터앤리서치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2분기 국내외 주요 6개 이커머스 중 두 번째로 많은 관심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위 자리에 오른 것은 76만1,095건의 온라인 정보량을 기록한 쿠팡이었다. 같은 기간 알리익스프레스의 온라인 정보량은 총 54만4,043건으로 전년(28만3,043건) 대비 91.94% 증가했다.

거래액도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및 유사 서비스인 테무의 지난 7월 결제 금액은 3,068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874억원)보다 64% 증가한 수준이다(추정치). 올해 1~7월 결제 추정 금액은 2조2,938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결제 추정 금액(2조3,227억원)에 근접했다.

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국내 판매자 입점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한국 상품 전용관인 케이베뉴(K-Venue)에 입점한 국내 판매자 수는 월평균 148% 증가했다. 셀러 유입이 곧 경쟁력으로 치환되는 이커머스 플랫폼 시장에서 알리익스프레스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유해 물질 검출돼도 ‘저렴하면 그만’

문제는 알리익스프레스가 판매하는 제품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되는 어린이용 자전거 2종 중 1개 제품 좌석 연질(안장)에서 국내 기준치의 258배를 초과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자전거 벨의 플라스틱 부분에서 기준치를 1.5배 초과하는 납이 검출됐다. 지난달 14일에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매한 알루미늄 재질 냄비 2종에서 국내 기준치(0.1mg/L)를 훌쩍 웃도는 니켈 용출량(0.22~0.23mg/L)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 같은 유해성 논란에도 불구,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인기는 좀처럼 식지 않는 추세다.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마케팅을 통해 계속해서 소비자 수요를 흡수한 결과다. 알리익스프레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20대 직장인 A씨는 “일단 국내 쇼핑몰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지 않나.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아무리 많은 상품을 구매해도 가격 부담이 크지 않다”며 “상품 품질과 관련한 불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상품이 저렴하다 보니 (품질이 나쁜 상품이 배송돼도) 플랫폼 이용에 거부감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이 같은 소비자 인식의 ‘빈틈’을 파고들며 국내 시장 영향력 강화에 속도를 내는 추세다. 케이베뉴 입점사의 수수료 면제 정책을 연말까지 연장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케이베뉴는 지난해 10월 론칭 이후 가전부터 생필품, 식음료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론칭 이후 케이베뉴 입점 셀러가 급증한 것은 파격적인 수수료 면제 정책 덕분”이라며 “수수료 0% 정책을 연장하겠다는 것은 결국 국내 셀러들을 대거 흡수하며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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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무기’로 삼는 해외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는 파격적인 수수료 정책 외에도 다양한 경쟁력 강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케이베뉴 내에 이달 내로 뷰티 전문관(명칭 미정)을 개설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입점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국내 뷰티 업체들과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K뷰티 열풍에 편승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앤드류 정 알리바바닷컴 부대표는 지난 7월 국내에서 개최한 ‘한국 중소기업 글로벌 판매 지원’ 간담회에서 “자체 조사에서 K뷰티에 대한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 뷰티 기업들과 협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K뷰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국내 유통업계에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K뷰티 상품의 경쟁력이 토종 업체가 아닌 해외 업체의 ‘무기’가 된 전례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 아마존은 국내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인디 뷰티 브랜드 제품들의 가능성에 주목, 국내 업체들과 접촉을 이어가며 자체적인 유통 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국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인 한국콜마와 ‘아마존 K뷰티 콘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후 아마존에는 미국, 일본, 유럽 등지로 국내 뷰티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이를 통해 아마존은 K뷰티 상품을 본격적으로 자사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의 화장품 제조업 경쟁력에 편승하고자 하는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의 움직임은 국내 유통업계에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K뷰티 열풍’의 혜택을 국내 유통 업체가 아닌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유통 업체들이 독식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뷰티 업체들이 차린 밥상에 해외 업체가 숟가락을 얹는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