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적자에 날개 꺾인 인텔, ‘승부수’ 파운드리 사업부도 매각 검토한다
겔싱어 CEO 승부수 실패 수순, 파운드리 사업부 매각 검토
지난해 적자만 70억 달러, 올 2분기에도 28억 달러 손실 기록
파운드리 시장 장악한 TSMC·삼성전자, "후발주자가 경쟁력 높이긴 쉽지 않아"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추락이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승부수’로 내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이 적자를 거듭하다가 매각 위기에 처하면서다.
인텔 구조조정 본격화
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투자은행(IB)들과 함께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이 실적 악화를 타파하기 위해 사전 정리 작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인텔은 반도체 설계와 제조 부문(파운드리)의 분할, 제조시설 확장 프로젝트 중단 등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IB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인텔에 매각과 관련한 내용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음을 고려하면 실제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진 않을 거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삼성전자 꺾겠다” 선언했지만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 2021년 인텔 CEO로 복귀한 겔싱어가 추진해 온 주요 회사 전략 중 하나다. 파운드리 사업 진입을 선언할 당시 겔싱어는 파운드리 사업에 큰 자신감을 보였다. 2025년 도입 예정인 1.8나노급(인텔 18A) 공정을 넘어 2027년에 1.4나노 공정(인텔 14A-E·1.4나노 2세대) 제품을 내놓겠단 내용의 로드맵을 발표하는가 하면,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꺾고 시장 1위 업체인 TSMC에 이은 2위로 도약하겠다”며 파격적인 목표를 내걸기도 했다.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인텔은 반도체 미세회로를 그리는 ASML 최신 노광장비 ‘하이 뉴메리컬어퍼처 극자외선 노광장비(하이 NA)’를 가장 먼저 도입해 미국 오레곤 공장의 공정에 활용한 바 있다. 하이 NA는 기존 장비 대비 더 미세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어 최고 공정인 2나노 벽을 뚫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장비로, 가격은 한 대당 5,000억원이 넘는 수준이다.
적자 커진 파운드리, 기술 경쟁력도 열세
이런 가운데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 매각을 시사하고 나선 건, 적자 수준이 예상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189억 달러(약 25조5,100억원), 영업손실은 70억 달러(약 9조4,500억원)에 달했다. 매출은 전년 275억 달러(37조1,200억원) 대비 감소한 수준이며, 영업손실은 전년 52억 달러보다 확대된 수치다.
기술 경쟁력이 열세를 벗어나지 못했단 점도 문제였다.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TSMC의 시장 점유율은 62.3%에 달한다. 2위인 삼성전자도 시장 점유율이 11.5% 수준이며, 그 뒤는 중국 SMIC(5.7%), 대만 UMC(5.3%), 미국 글로벌파운드리(4.9%), 중국 화홍반도체(2.1%) 등 업체들이 지키고 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8.2%의 점유율 파이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다. 후발주자인 인텔로선 경쟁력을 높이는 게 거의 불가능한 환경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