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9.53% 급락” 증시 뒤흔든 엔비디아 쇼크, AI 거품론이 주가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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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하루 만에 시가총액 2,789억 달러 증발
고개 드는 'AI 거품론', AI·반도체 투자 심리 위축
네이버·카카오도 나란히 AI 연구개발 비용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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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루 만에 10% 가까이 급락했다.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성장세 둔화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증폭된 가운데, JP모건·블랙록 등 유력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가 인공지능(AI)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쏟아낸 결과다.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추락

3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직전 거래일 대비 9.53% 하락한 1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만에 2,789억 달러(약 374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이다. 이는 일일 손실액 기준 미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발표된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이 높아진 시장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한 것이 주가 하락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엔비디아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는 인식이 ‘AI 거품론’에 힘을 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엔비디아는 자체 회계연도 2분기(5∼7월)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한 300억4,000만 달러(약 40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15.3% 성장한 수준이자 증권가 전망치(287억 달러)를 눈에 띄게 웃도는 수치다. 같은 기간 발생한 영업이익은 186억4,200만 달러로 전 분기 대비 10.2% 늘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엔비디아가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음에도 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는 점이다. 실적 발표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뉴욕증시 시간외거래에서 6.9% 떨어진 116.95달러를 기록했다. 과거 대비 눈에 띄게 완만해진 매출 성장 폭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실제 엔비디아의 전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2024 회계연도 2분기(87.8%)에 고점을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아직 성장세가 꺾이지는 않았지만, 성장 속도 자체는 확연히 느려지고 있다는 의미다.

수익성 역시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 엔비디아의 매출총이익률(매출에서 매출원가를 제하고 얻은 이익률)은 2025회계연도 1분기 78.4%에서 2분기 75.1%까지 하락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올해 3분기 매출총이익률이 74.4%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점진적이지만 분명한 하향곡선”이라며 “투자자도, 회사도 성장세가 이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JP모건·블랙록의 비관적 전망

3일 JP모건과 블랙록이 내놓은 비관적 분석도 엔비디아 주가 폭락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마이클 쳄발레스트(Michael Cembalest) JP모건 자산운용 투자전략 부문 회장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과거 수십 년 동안 시장을 선도했던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변곡점에 도달한 후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감소했다”며 엔비디아 비관론을 제기했다.

쳄발레스트 회장은 현재 시장의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가 수익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12~18개월 내에 AI 기업들의 초점이 기본 모델과 챗봇 ‘학습’보다는 기업 고객을 위한 생산 모델을 실행하는 ‘추론’ 작업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제 AI 도입은 개발·파일럿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미국 기업들의 실제 AI 활용 사례는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간 오히려 감소했다”며 “2년 이내에 기업의 AI 도입 추세가 더 높은 수준(추론 단계)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모든 자본이 메타버스 같은 결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랙록 역시 “매출 성장 둔화나 AI 도입 둔화 등 (AI 투자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AI 투자 신중론에 무게를 실었다. 블랙록은 “일부 대기업이 새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AI 처리 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기 위해 자본 투자를 할당했다”며 “이러한 계획이 완료되려면 몇 분기가 아니라 몇 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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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줄이는 네카오

‘AI 거품론’이 뉴욕 증시 전반을 휩쓰는 가운데,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AI 시장의 선두 주자 기업들도 AI 관련 투자를 줄줄이 줄여 나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네이버가 집행한 연구개발비는 8,988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하반기 집행된 연구개발비(1조277억원) 대비 12.5%(1,289억원) 감소했다. 네이버는 작년 8월 네이버의 자체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이며 꾸준히 AI 분야 투자를 늘려왔지만, 수익화 모델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홍역을 치렀다.

카카오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6,500억원 규모로 작년 하반기 대비 4.3%(289억원)가량 감소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 자체 LLM(대형언어모델) ‘코지피티(KoGPT) 2.0’ 공개를 예고하며 AI 사업 확장을 예고했으나, 내부적으로 서비스 완성도와 관련한 잡음이 발생하며 끝내 발표에 실패했다.

다만 이들 기업은 여전히 AI를 올해 하반기의 혁신 키워드로 지목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면서 “비용이 수반되더라도 AI 기반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서비스를 확대하는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AI 기술력을 검색·커머스·광고 등 기존 서비스에 적용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구상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도 “하반기 대화형 플랫폼 형태의 B2C AI 서비스를 카카오톡과 별도 앱 형태로 선보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