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BYD 멕시코 공장 계획 美 대선 이후로 연기, ‘트럼프 리스크’에 관망세 전환
블룸버그 "中 BYD,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 검토 중단"
美 대선 불확실성에 테슬라도 멕시코 투자 계획 보류
BYD 상반기 판매량 1위, 남미·동남아 생산거점 구축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BYD가 미국 대선 이후까지 멕시코 공장 건설을 미루기로 했다. 테슬라도 진행 중이던 멕시코 공장 건설을 미 대선 때까지 잠정 중단한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멕시코를 우회해 미국 현지로 수입되는 중국산 전기차에도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추이를 관망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BYD 등 주요 업체, NAFTA 체결한 멕시코에 투자 확대
3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BYD가 멕시코에 공장 부지 세 곳을 물색해 왔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검토를 중단했으며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때까지 멕시코 대규모 공장 투자와 관련한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BYD가 11월 대선 결과에 따라 멕시코 공장 계획을 변경하거나 재개할 가능성이 있으며 아직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며 “이러한 결정은 미국의 정책 변화로 글로벌 기업들이 관망 모드로 전환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이에 스텔라 리 BYD 수석 부사장은 성명을 통해 “멕시코는 BYD에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멕시코 공장 건설과 관련한 결정을 연기한 바 없다”며 “멕시코 공장은 미국이나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멕시코 현지 판매를 위한 것으로 최고의 기술 기준을 갖춘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BYD가 공장 부지로 검토한 지역 중 하나는 과달라하라 인근으로 올해 3월에는 이곳에 대표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과달라하라는 멕시코의 기술 허브로 ‘멕시코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중국뿐만 아니라 테슬라 등 서방의 자동차 제조업체도 멕시코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왔다.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따라 대미 수출 시 무관세 혜택을 받아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높은 관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 대선이 주요 변수로 작용하면서 테슬라는 지난 7월 멕시코 공장 건설을 중단했다. 당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후보가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차량에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멕시코에 대한 투자를 중단한다”며 “대선 때까지 이를 재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해 5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중국의 과잉생산과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00%로 인상하는 안을 발표하고 조만간 이를 확정할 예정이다. 멕시코를 통한 중국산 전기차의 우회 생산과 수출도 막기로 했다. 이에 BYD를 비롯한 중국의 자동차 업체는 고관세를 피해 생산 현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브라질, 헝가리, 터키, 태국에 공장을 건설 중이거나 이미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컴백 이슈가 부상하기는 했지만, 멕시코도 주요 해외 생산기지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美 견제에도 BYD 성장세, 상반기 판매량 테슬라 앞질러
한편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BYD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011억3,000만 위안(약 56조4,5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전기차 사업 매출은 9.3%, 부품·조립 기타 매출은 42% 각각 증가했다. 순이익은 136억3,000만 위안(약 2조5,5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늘었다. BYD의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1% 증가한 150만7,000대를 기록했다. 반면 테슬라는 6.6% 감소한 83만1,000대를 기록하며 BYD에 글로벌 1위의 자리를 내줬다.
BYD는 특히 전기차 사업을 강화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BYD의 매출총이익률(GPM)이 지난해 18.3%에서 올해 20%로 높아졌는데 테슬라의 매출총이익률 14.6%와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자동차 빅 마켓 중 한 곳인 중국 내수 시장에서도 BYD 등 중국 기업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해외 자동차 기업의 판매량 비중은 2022년 초 56.6%에서 지난 7월 33%까지 떨어졌지만, BYD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4.5%에서 18.1%까지 올랐다. 이에 중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오던 폭스바겐은 지난해 처음으로 BYD에 왕좌를 내줬다.
BYD는 세계 각 지역에 생산 허브를 구축하며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북미 대륙을 우회해 남미 대륙을 선점하는 전략을 택하면서 이미 남미 대륙에서 전기차의 맹주로 올라섰다. BYD는 지난해 남미에서 가장 큰 시장인 브라질에서 1만7,943대를 판매해 전기차 기업 중 1위를 기록했다. 브라질 외에도 칠레, 콜롬비아, 볼리비아 등 시장에 차량을 출시하고 멕시코에 공장을 짓는 등 기반을 다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수도 포트오브스페인에 첫 번째 전시장을 열었다.
남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BYD의 전략은 오랜 기간 현지 시장에서 PHEV와 순수전기차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는 토요타와 고성능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현대차를 정조준한 것으로 분석된다. 남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토요타 하이럭스를 저격한 샤크를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북경 베이징에서 열린 ‘오토차이나2024’에서는 현대차의 아이오닉5N과 유사한 고성능 전기차를 공개했다. 비슷한 제품을 출시해 해당 자동차 제조업체의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7월에는 동남아시아 최초로 태국에 공장을 건설, 가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2년 전 해당 공장 착공 당시 알려진 투자 규모는 4억9,000만 달러 수준으로 동남아 자동차 조립·수출 허브인 태국을 기반으로 오랫동안 현지 시장을 지배해 온 토요타, 혼다, 이스즈 등 일본 자동차 업체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또한 BYD는 태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함으로써 아세안(AEAN, 동남아국가연합)과 인근 국가를 공략함과 동시에 중국산에 적용되는 유럽연합(EU)의 관세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 “美 고관세 정책에 中 기업에 타격 없을 것”
그러나 BYD의 미국 전기차 시장 확대 계획은 전무한 상태다. BYD는 현재 미국에 승용차 형태의 순수전기차나 PHEV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랭커스터 공장에서 제조한 전기 버스나 트럭만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고관세 등 미 정부의 강력한 대중 전기차 견제 정책 때문이다. 리 수석 부사장은 지난 5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가고 있다 보니 당분간 미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거가 끝나면 상황이 좀 진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BYD는 전기차 기업들에 배터리를 판매하는 형태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은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모습이다. 이미 테슬라가 독일 그륀하이데 공장에서 제조하는 모델Y 일부 버전에 BYD가 자체 개발한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 부사장도 “미 당국이 중국 배터리 공급업체를 자국 전기차 업체들에 개방한다면 해당 기업들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며 “중국 배터리 기업의 미국 진출이 미국 전기차 기업에도 비용 절감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BYD는 핵심 광물의 채굴부터 배터리 제조까지 수직계열화 체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배터리 셀·팩, 전기차 등 밸류 체인을 모두 확보해 각 단계에서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크기 때문에 굳이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공략할 수 있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많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BYD가 이미 남미, 동남아 등에 생산 거점을 마련한 상태로 미국 등 주요국이 관세를 높인다고 하더라도 BYD 등 중국 자동차 기업이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