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사 임단협 잠정 합의안 도출, 경영 정상화·설비투자 확대 위해 타협 이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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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 나선 금호타이어 노조, 잠정 합의안으로 사측 제안 수용
2,200억원 규모 투자 약속 저버린 더블스타, 설비투자도 거의 없어
경쟁 업체는 해외 시장 선점하는데, 금호타이어는 유럽 생산기지 구축도 유야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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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무기한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타협에 나섰다. 잦은 파업이 회사의 경쟁력 후퇴로 이어진 사례가 있는 데다 경영 정상화를 앞둔 시점인 만큼 양보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타이어 임단협 마무리 수순

5일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노사는 지난 2일 제16차 임금·단체협약 교섭(임단협) 본교섭에서 ‘2024년 단체교섭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사측이 제시한 ▲기본급 3% 임금 인상 ▲격려금 500만원 지급 ▲한국 공장 미래 성장·고용안정 등을 수용한 결과물이다. 노조 집행부는 5~6일 양일간 조합원 투표를 거쳐 잠정 합의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당초 3일로 예고됐던 총파업은 유보하기로 했다.

특기할 만한 점은 노조 측이 임단협 과정에서 한국 공장에 대한 신규 설비투자를 요구한 바 있단 점이다. 앞서 지난해 9월 열린 제12차 임단협에서 노조는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 신규 설비투자를 강력히 요청했다. 월급 인상 및 상여금 지급, 정년 연장 등 노조 구성원에게 직접 이익이 되는 사안에만 집중하는 통상적인 노조와 다소 양상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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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광주 공장/사진=금호타이어

상생 강조하는 금호타이어 사무노조

이는 ‘MZ노조’로 불리는 금호타이어 사무노조가 회사와의 상생 관계를 강조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금호타이어 사무노조는 설립 첫날부터 생산직 노조와는 차별화된 행보를 예고한 바 있다. 당시 김한엽 금호타이어 사무노조위원장은 “회사가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는 점은 우리 모두 공유하고 있으며 노조 설립이 우리나 사측 모두에게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사무직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회사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생산직 노조와 분리해 교섭권을 따낸 뒤 단체협약을 체결할 때도 사무노조 측의 상생 기조는 유지됐다. 합의안에 ▲임금체계 개편 ▲임금피크제 적용 기간 단축 및 감액률 조정 등 안건과 함께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실시를 포함한 것이다.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노사 각 3명이 분기별로 현안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합의안에 대해 김 위원장은 “한발 양보하며 조합원의 실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임금 인상 및 근로 조건 개선을 이룬 결과”라며 “앞으로도 노사 신뢰를 바탕으로 회사와 상생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자본이 인수했지만, “설비투자 및 지원 거의 없었다”

중국 자본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이래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위기의식이 커진 점도 노조 측의 결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금호타이어 최대 주주인 중국 국영 타이어 기업 더블스타는 지난 2018년 4월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때 광주·곡성 공장에 각각 1,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끝내 이를 지키지 않았다.

해외 공장 증설 등에 대한 조 단위 설비투자 소식은 현재까지도 전무한 상태다. 금호타이어가 최근 5년간 단행한 설비투자는 ▲2018년 1,588억원 ▲2019년 895억원 ▲2020년 908억원 ▲2021년 2,045억원 ▲2022년 3,732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난 1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유럽 생산기지 구축 계획을 발표하긴 했으나, 지난 7월 전자공시에서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못 박으며 유야무야됐다. 경쟁 업체인 한국타이어가 헝가리, 넥센타이어가 체코 투자를 결정하며 시장 선점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업계에선 금호타이어가 외형을 확장하기 위해선 더블스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 시장에 진출하려면 자본 창구가 필요한데, 이 역할을 더블스타가 맡아야 한단 것이다. 그러나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 이후 지원이 이뤄진 사례는 2021년 9월 베트남법인 증설 유상증자(1,067억원)가 유일하다. 더블스타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노조 입장에선 설비투자에 대한 확약이라도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