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같은 상품·다른 가격 제시하는 기업, 소비자의 동반자인가 감시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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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맞춤형 가격, 온라인 넘어 오프라인까지
분야에 따라 소비자에게 도움 되기도
알고리즘 규제보다는 투명성에 초점 둬야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같은 상품에 다른 가격을 매기는 이른바 ’개인 맞춤형 가격‘ 알고리즘이 한층 더 발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맞춤형 가격 알고리즘은 수학자 클라이브 험비(Clive Humby)가 데이터를 ‘새로운 원유’라고 부르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데이터를 정제하면 디지털 시대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후 빅테크 기업들은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패턴을 찾아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고, 그 결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고객별로 맞춤형 가격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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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점차 넓어지는 감시 영역

현재 개인 맞춤형 가격을 두고 사용자를 감시해서 얻은 부산물이라는 비판이 팽배하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감시 가격’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정도다. FTC가 감시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기업이 사용자가 공유하지 않은 정보를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찾아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빅브라더를 연상케 한다.

게다가 이 같은 사용자 감시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업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가격표를 도입해 유통기한이나 고객 수요에 따라 자동으로 가격표가 업데이트되도록 설계한 것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식료품 배송 기업 인스타카트(Instacart)는 AI 기반 ‘스마트 카트(Smart cart)’를 선보였는데, 이는 개인 맞춤 광고와 쿠폰을 표시하는 화면이 카트에 장착돼 있어 실시간으로 상품을 추천한다.

개인 맞춤형 가격, 소비자에게 항상 불리하다?

사실 개인 맞춤형 가격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최근 들어선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가격을 제시하는 등 방식만 다를 뿐이다. 이를테면 중세 시대 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상인은 농민보다 부유한 지주에게 더 높은 가격을 제시했는데, 이는 현대에 이르러 중고차 판매 직원이 고급 시계를 차고 있는 사람에게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과 같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개인 맞춤형 가격이 부정적인 측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고객의 지불용의(Willingness to Pay)를 추정해 가격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고객의 예산에 맞게 가격을 조정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는 저소득층에게도 기회를 준다. 대학이 공정성과 다양성을 높이고자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이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은 학생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실제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장 피에르 두베(Jean-Pierre Dubé)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University of Chicago Booth School of Business) 마케팅 교수는 실험을 통해 개인 맞춤형 가격이 소비자에게 혜택을 가져다주는 것을 밝혀냈다. 실험은 두 극장을 두고 경쟁사와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고객에게 저렴한 영화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A극장은 B극장 근처에 거주하는 관람객에게 저렴한 티켓을 제공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두 극장 모두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었으며 고객은 저렴한 가격에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물론 개인 맞춤형 가격이 부정적으로 작동하는 시장도 있다. 주택담보대출에 개인 맞춤형 가격을 적용하면 저소득층이 더 큰 비용을 내는 경향이 있다.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대출을 갚지 않을 위험이 더 큰 만큼 높은 이자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진화하는 알고리즘, 데이터 이면에 있는 정보까지 활용해

개인 맞춤형 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제시할 수 있게 된 데에는 AI와 머신러닝의 발전이 한몫한다. 기업은 AI와 머신러닝이 발달하면서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정보를 넘어 데이터 이면에 존재하는 정보까지 활용하고 있다. 이전에는 사용자의 성별과 나이와 같이 겉으로 드러난 정보만 활용했다면, 지금은 요인분석(Factor analysis)을 통해 잠재 변수(Latent variable)를 찾고자 한다. 이를테면 국어 점수와 영어 점수의 이면에 있는 언어 능력이라는 잠재 변수를 찾아내는 것과 같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사용자의 시청 기록처럼 눈에 보이는 데이터와 더불어 사용자의 취향을 설명할 수 있는 잠재 변수를 활용해 추천하고 있다.

신기술에 열린 마음 가져야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선 FTC가 ‘감시’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대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장일단이 존재하는 기술에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FTC가 개인 맞춤형 가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기술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는 개인 맞춤형 가격 알고리즘을 단속하기보다는 알고리즘을 더욱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개인 맞춤형 가격의 효과를 연구하는 하가이 포랏(Haggai Porat) 하버드 로스쿨(Harvard Law School) 교육 연구원은 “데이터가 사용되는 방식을 사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해야 사용자가 감시당하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문의 저자는 웹 라이트(Webb Wright) 미국 프리랜서 과학 저널리스트입니다. 영어 원문은 AI ‘Surveillance Pricing’ Practices Under Federal Probe | Scientific American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