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닮거나 품거나” 유료방송사, OTT 결합 서비스 강화로 돌파구 마련
유료방송, 파격적 요금제 잇달아 출시
가입자 정체 및 VOD 매출 감소 영향
OTT 요금제 결합한 KT스카이라이프
SK브로드밴드도 넷플릭스 합종연횡
유료방송 사업자가 이달 초 앞다퉈 내놓은 새로운 요금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OTT처럼’이다. TV와 인터넷 결합상품에 원하는 OTT를 더하면 대폭 할인해 주는 등 할인 상품·이벤트를 잇따라 내놓고 있어서다. 올 초 국내외 OTT의 요금 인상 여파로 주춤했던 경쟁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유료방송업계, OTT 결합 상품 연이어 출시
9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KT스카이라이프가 이달 출시한 OTT 선택형 상품인 ‘스카이 올&OTT’는 그동안 유료방송업계에선 좀처럼 시도되지 않던 유형이다. 이는 TV와 인터넷 결합 이용자가 OTT를 선택하면 할인 혜택을 주는 상품으로 OTT는 넷플릭스,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왓챠, 유튜브 프리미엄, 레드플릭스 등 여섯 가지 중 고를 수 있다. 이때 고르는 OTT는 약정 기간을 두지 않는 게 특징이다. 이에 대해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흥행 콘텐츠에 따라 이용자 수가 급변하는 OTT 특성을 고려했다”며 “매달 원하는 OTT를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 형태”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디즈니플러스에서 ‘폭군’을 보고 싶은 이용자는 TV와 인터넷, 디즈니플러스 스탠더드 요금제를 월 2만7,5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디즈니플러스를 별도로 구독했을 때 총금액보다 1만1,000원을 할인받는 셈이다. 그러다 12월에 ‘오징어게임 시즌2’ 시청을 위해 넷플릭스(광고형 스탠더드 요금제)로 OTT만 변경해도 된다. 요금은 월 2만3,300원으로, 따로 구독했을 때보다 1만800원을 아낄 수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고르면 3개월 무료 이용 혜택도 제공한다.
이를 두고 유료방송업계에선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유료방송 가입자 이탈이 심화한 주요 요인 중 하나가 OTT 확산이기 때문이다. OTT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유료방송업계에선 가입자 정체, VOD 매출 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와중에 KT스카이라이프가 OTT를 끌어안은 상품을 선보인 것은 예상 밖의 일일 수밖에 없다.
구독 결합 각축전 ‘본격화’
일찌감치 OTT와 결합을 통해 고객 확보에 나선 SK도 최근 구독 상품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 SK브로드밴드가 Btv와 넷플릭스 서비스를 조합한 신규 요금제를 선보인 데 이어 SK텔레콤은 지난 6월 자사 구독 서비스 플랫폼인 ‘T우주’에서 넷플릭스를 구독할 수 있는 ‘우주패스 넷플릭스’ 4종을 출시했다. 국내외 대표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웨이브를 결합해 이용자에게 최대 10% 저렴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신규 상품 출시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3사가 망 사용료 갈등을 끝내고 지난해 9월 체결한 전략적 파트너십의 성과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두고 약 3년간 소송전을 이어오다 서로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과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취하했다. 우주패스 넷플릭스 출시에 앞서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넷플릭스 본사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와 인공지능(AI) 기술, 콘텐츠 관련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도 지난 5월 국내외 인기 콘텐츠를 제공하는 구독 상품 ‘유플레이’를 출시했다. 유플레이는 국내 최초로 독점 공개하는 해외 OTT 오리지널 인기작을 포함해 영화부터 해외 드라마, 애니까지 전 장르의 콘텐츠 7만여 편을 시청할 수 있는 U+tv 구독 상품이다. 인기 영화, 해외 드라마 등을 시청할 수 있는 ‘베이직(월 9,900원)’, 최신 영화를 보다 빠르게 시청할 수 있는 ‘프리미엄(월 1만5,400원)’ 2종으로 출시됐다.
KT 역시 지난달 유튜브 프리미엄·티빙 등과 OTT 혜택을 강화한 신규 상품을 출시했다. KT의 ‘유튜브 프리미엄+스타벅스’ 구독팩은 광고로 인한 끊김이 없이 유튜브 시청이 가능한 유튜브 프리미엄과 매달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1잔을 기프티쇼로 제공한다. 비용은 유튜브 프리미엄(월 1만4,900원)과 스타벅스 아메리카노(4,500원)를 각각 이용할 때보다 2,000원 낮은 월 1만7,400원이다.
통신 3사가 OTT 결합 상품을 확대하는 것은 OTT 이용자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 초 주요 OTT 앱의 순사용자는 2,000만 명을 돌파했고, 앱 이용자는 1인당 평균 2.3개의 OTT 앱을 사용하고 있다. 5년 전인 2019년 초(1.3개)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유료방송 해지 증가에 활로 찾기 고심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합종연횡이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IPTV, 케이블TV 같은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지난해 하반기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OTT가 유료방송의 대체재로 거론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유료방송 가입자의 미디어 소비와 OTT’ 보고서에서 “유료방송 가입률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유료방송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OTT 서비스 이용’이 가장 높다는 점은 OTT가 유료방송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KISDI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8월 만 13세 이상 가구원 7,055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유료방송을 이용하지 않는 응답자 중 36.8%가 그 이유로 ‘OTT 서비스를 이용해서’를 꼽았다. 불과 4년 전인 2019년 조사에서 ‘지상파방송으로 충분하므로’(24.9%)가 기타(27.0%)에 이어 가장 높게 나타났던 것과 대조적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료방송 요금, 그리고 인터넷-이동통신 등과의 결합상품 이용 때문에 유료방송 해지(코드커팅)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뿐, 이미 OTT로 충분하다는 인식이 퍼진지는 오래다. 이동통신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해 하반기 시행한 조사에선 국내 19세 이상 유료방송 이용자 3명 중 1명이 코드커팅 의사를 나타냈다. 코드커팅을 고려하는 이유(복수응답)는 △TV를 보는 일이 줄어서(31%) △TV에 볼 만한 것이 별로 없어서(30%) △OTT로 충분해서(27%) △요금이 부담돼서(26%) 등의 순이었다.
실제 유료방송 가입률은 최근 5년간 줄곧 정체 상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5년 하반기부터 반기별 유료방송 가입자 수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는데, 가입자 증가율은 점점 둔화하다 지난해 하반기 처음으로 가입자 수 감소를 기록했다. IPTV 가입자 수는 증가한 반면, 종합유선방송(케이블·SO)과 위성방송 가입자 수가 지속 감소한 탓이다. 이에 따라 IPTV의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57.63%까지 높아졌고, SO와 위성방송은 각각 34.54%, 7.83%로 줄었다.
가입자 수가 줄더라도 가입자당 과금을 높이면 매출 감소를 막을 수 있겠지만, 문제는 지상파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2023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화평가’ 결과에 따르면 지상파의 필수재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이용 행태 변화 등 관련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지상파방송 3사의 협상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