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도 등 돌린다” 하이브 ‘멀티레이블’ 시스템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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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멀티레이블 시스템에 중점 둔 신사업 전략 발표
하이브-어도어 갈등으로 멀티레이블 허점 드러났다?
위축된 투자 심리, 4차 사모 CB 셀다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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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이브

국내 대형 연예 기획사 하이브(HYBE)의 성장을 견인해 온 멀티레이블(Multi-Lable) 시스템에 대한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갈등으로 멀티레이블 시스템 특유의 허점이 가시화한 영향이다. 쏟아지는 시장 비판에도 불구, 하이브 측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멀티레이블 시스템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멀티레이블 고도화’에 힘 싣는 하이브

11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차후 중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특유의 멀티레이블 시스템을 고도화해나갈 예정이다. 멀티레이블이란 엔터사 산하에 여러 레이블을 배치해 각각의 아티스트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현재 하이브는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빅히트뮤직을 비롯해 빌리프랩, 쏘스뮤직, 플레디스, 케이오지(KOZ)엔터테인먼트, 어도어, 이타카홀딩스 등 국내외 11개 레이블을 산하에 두고 있다.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시스템 육성 의지는 지난달 발표된 신규 사업 전략 ‘하이브 2.0’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이브 2.0 전략의 핵심은 음악 사업 부문에서 멀티 레이블 사업 성장 및 혁신에 필요한 전략과 프로세스 강화, 자원 투자, 음악 서비스 기능 고도화 등을 총괄하는 ‘하이브 뮤직그룹 APAC’를 신설하는 데 있다. 하이브 뮤직그룹 APAC의 초대 대표는 신영재 빅히트뮤직 대표가 맡는다. 신 대표는 2020년부터 빅히트뮤직 대표를 맡아 레이블 시스템 고도화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해당 전략 발표 당시 하이브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멀티레이블 시스템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구조”라며 “최근 일련의 사건을 통해 멀티레이블 시스템에 보완이 필요한 사항은 없는지 다시 살펴봤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 음악사업의 본질을 강화하기 위해 하이브 뮤직그룹 APAC을 신설했다. 아티스트와 팬들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음악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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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사진=하이브

멀티레이블 시스템의 허점

문제는 최근 관련 시장에서 하이브 멀티레이블 시스템의 ‘허점’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는 “멀티레이블 시스템은 하이브의 가파른 성장세를 견인해 왔지만, 동시에 소속 연예인과 임직원 개개인의 일탈 및 논란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해임 논란은 멀티레이블 시스템의 빈틈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하이브와 어도어의 분쟁은 올해 상반기 모회사와 자회사가 이해 상충 문제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이는 형태로 시작됐다. 지난 4월 어도어는 빌리프랩(하이브 산하 레이블) 산하 여성 5인조 아이돌 그룹 ‘아일릿’이 어도어 산하 아이돌 그룹인 ‘뉴진스’를 여러 방면에서 모방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민 대표와 어도어 측은 입장문을 통해 “하이브는 여러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이를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멀티 레이블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어도어는 그 레이블 중 하나”라면서 “그런데 어도어 및 그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가 이룬 문화적 성과는 아이러니하게도 하이브에 의해 가장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방시혁 의장이 아일릿 데뷔 앨범의 프로듀싱을 한 만큼,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는 빌리프랩이라는 레이블 혼자 한 일이 아니며 하이브가 관여한 일”이라며 “뉴진스는 현재 5월 컴백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아류의 등장으로 뉴진스의 이미지가 소모됐고, 이러한 사태를 만들어 낸 장본인은 하이브와 빌리프랩이건만 피해는 어도어 및 뉴진스의 몫”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후 이어진 공방전 끝에 하이브는 지난 5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어도어 사내이사를 기존 민희진 사단 2인에서 하이브 측 C레벨 인사 3인으로 교체, 민 전 대표를 경영에서 사실상 배제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어도어가 민 대표를 해임한 뒤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하이브 CHRO·최고인사책임자)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4,000억원 전환사채 셀다운 어쩌나

방 의장과 민 전 대표의 충돌은 고스란히 하이브의 기업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졌다. 지난 4월 19일까지만 해도 주당 23만원을 웃돌았던 하이브 주가는 현재 16~17만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해임 논란,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과 회사 소속 연예인들의 사생활 논란 등 (하이브를 둘러싼)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이브를 둘러싼 논란은 주가는 물론, ‘큰손’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오는 10월 발행 예정인 하이브의 4,000억원 규모 4회차 사모 전환사채(CB)가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인해 발행 후 셀다운(Sell down, 인수후 재매각)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하이브의 4회차 사모CB의 만기는 발행일로부터 5년이며, 표면금리(쿠폰금리)와 만기이자율 모두 0%인 소위 ‘빵빵채권’이다. 전환가액은 현 주가수 대비 20%가량 할증이 붙으며,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격 조정 조건(리픽싱)은 없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의 성장을 견인하던 멀티레이블 시스템이 어도어 사태 이후 오히려 ‘독’이 됐다”며 “이미 일부 운용사가 4차 사모 CB 인수 논의를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향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셀다운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브 측은 “현재 CB 차환과 관련된 어떤 내용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