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시장 독점한 구글에 美 법무부 반독점 소송 제기, 플랫폼 강제 매각 현실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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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무부 "구글 경쟁사 인수해 독점적 지위 강화, 불법 관행 일삼아"
EU·영국도 압박 강화, 구글 둘러싼 법적 리스크 심화 양상
토종 기업 지배력 높은 한국 시장, 반독점 소송 영향력 제한적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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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검색엔진 시장 관련 반독점 소송에서 지난 5월 승소한 가운데, 구글의 온라인 광고 시장을 겨냥한 별도의 반독점 소송이 시작됐다. 미 법무부는 구글이 경쟁사 인수를 통해 독점적 지위를 얻은 뒤 자사 플랫폼을 우대하는 등 불법 관행을 일삼아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이번 소송마저 패소할 경우 광고 관리 플랫폼 등이 강제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의 법적 리스크가 더욱 커진 셈이다. 다른 국가에서 구글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단 점도 부담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관련 심사보고서를 발부했고, 영국은 규제 당국 차원에서 구글의 시장 독점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구글 온라인 광고 사업 반독점 소송 본격화

10일(현지 시각) 외신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전날 버지니아 연방 법원에서 진행된 첫 재판에서 “구글이 경쟁사와 고객사를 제어하며 온라인 광고 기술의 모든 부문을 지배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구글이 경쟁사 인수를 통해 온라인 광고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 왔다는 게 법무부 측의 주장이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구글은 2008년 온라인 광고 회사 더블클릭에 이어 2011년 디스플레이 광고 업체 애드멜드를 잇달아 인수했다. 법무부는 구글이 타 광고 업체를 적극적으로 인수함으로써 온라인 광고 시장 초기 단계의 경쟁사를 사실상 제거했다고 봤다. 인수 이후 광고 경매에서 자사 광고 판매 플랫폼을 우대함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유지했다며 “구글이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지금의 위치에 있는 건 단순히 규모가 커서가 아니라 커다란 덩치를 이용해 경쟁을 뭉개버렸기 때문”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구글은 현재 미국 내 광고 판매 플랫폼 시장의 87%를 점유하고 있다.

법무부는 광고주와 광고 게시자들의 수수료 부담이 급증한 것도 구글의 영향이라고 봤다. 법무부 측은 “구글은 광고 구매 및 판매 전반에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우위를 점함으로써 퍼블리셔(콘텐츠 제작·배포사)와 광고주 간의 판매를 중개할 때 1달러당 최대 36센트를 챙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높은 수수료는 콘텐츠 품질 저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사인 만큼 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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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도 반독점 소송 타진, 영국선 불법 관행 지적 받기도

이번 소송은 미국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진행하는 두 번째 반독점 소송으로, 앞서 구글은 온라인 검색 시장 분야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소송에서도 패소할 경우 구글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광고를 관리하는 플랫폼인 구글 애드 매니저(Google Ad Manager)가 강제 매각될 수 있어서다. 구글은 현재 광고 수익에 매출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전체 매출 847억4,000만 달러 중 검색 엔진을 통한 광고 매출만 646억2,000만원에 이를 정도다.

미국 외 다른 국가에서 반독점 소송이 예정돼 있단 점도 악재다. 앞서 지난해 6월 EU는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를 발부했다. 심사보고서는 반독점법 위반 관련 예비 조사를 통해 확인된 법적 위반 사항을 담은 공식 문서다. 심사보고서에서 EU는 구글이 직접적인 디지털 광고 판매자이면서 광고 중개자의 역할을 동시에 담당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글이 이런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자사 온라인 광고 판매소인 ‘애드 익스체인지(AdX)’에 유리하도록 하는 데 남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근거로는 과거 구글의 광고 입찰 과정을 꼽았다. 앞서 구글이 자사 광고 서버인 DFP를 통해 광고 입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의 입찰 제시가를 AdX 측에 미리 알려주는 등 행위를 자행했단 것이다.

이와 관련해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이런 행위는 구글 경쟁자뿐 아니라 광고주들의 비용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최종 확인될 경우 이런 관행은 불법”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위원회의 예비적 견해는 구글이 일부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매각해야만 경쟁 우려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U 차원에서 구글에 광고 사업 일부 매각을 명령할 가능성이 있음을 직접 시사한 셈이다.

영국에서도 규제 당국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10일 영국의 규제 당국 CMA(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는 “구글이 사용자가 웹사이트에서 보는 광고와 관련하여 경쟁을 방해하기 위해 시장 지배력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잠정적으로 발견했다”며 구글의 온라인 광고 시장 독점 상황을 짚었다. 그러면서 구글의 광고 기술 사업이 통합된 탓에 경쟁 퍼블리셔 광고 서버가 DFP에 경쟁할 수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CMA는 “구글의 불법적 관행은 콘텐츠를 저렴하게 제공하려는 기업에 피해를 준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영국 전역의 사용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 독점’서 자유로운 한국, “파급 적을 수밖에 없어”

구글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 시장에도 적잖은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반독점 소송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우리 정부도 구글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서다.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에서 구글의 시장 지배력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기도 하다. 앞서 지난해 11월 공정위는 디지털 광고시장의 사업 실태 조사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국내 디지털 광고시장의 구조와 운영 실태를 분석해 구글이 가진 시장 지배력을 가늠해 보고 조사 범위와 수위를 정하겠단 취지였다. 올해 업무 추진 계획에 ‘플랫폼의 지배력 남용과 불공정거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사실상 구글을 직접 조준한 것이다.

다만 한국 시장엔 반독점 소송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애초 한국 시장은 구글보단 네이버 등 토종 기업의 지배력이 더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비즈니스 데이터 플랫폼 스태티스타(statista)가 발표한 2023년 한국의 검색엔진 월간활성사용자 점유율 자료를 보면 네이버가 57.91%로 1위를 차지했고, 구글 32.7%, 다음 4.27%, MSBing 2.69% 등 기업이 그 뒤를 이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구글의 패소가 우리 토종 기업의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구글이 미국으로부터 광고 기술 사업 분리 등 제재를 받으면 향후 구글의 광고 수익 모델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에서도 광고 정책과 전략이 변화할 수 있고, 광고비를 낮추는 등 방어적인 전략을 수립할 수도 있다. 토종 기업이 점유율을 끌어올릴 만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단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