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 몸값 오픈AI, 8조 투자유치 박차 “AI 회의론 딛고 세계 2위 유니콘 등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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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엔비디아·MS 등 '글로벌 빅3' 자금 조달 참여
펀딩서 65억 달러·은행서 50억 달러 확보 목표
투자 유치 위해 '비영리 탈피' 등 지배구조 변경도 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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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200조원에 이르는 기업가치로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맞먹는 규모이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투자를 진행한 지난해 초 대비 5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가파른 성장과 함께 비용도 증가하는 가운데, 지배 구조까지 뜯어고치며 추가 자금 조달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날로 확산하는 AI 거품론이 전망을 어둡게 한다.

오픈AI 기업가치, 2년 새 5배 상승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오픈AI가 1,500억 달러(약 200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65억 달러(약 8조6,500억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주 오픈AI가 1,000억 달러의 기업 가치로 약 10억 달러를 모금하려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불과 일주일 사이 기업가치와 모금 규모가 크게 뛴 것이다. MS가 투자를 진행한 지난해 초(290억 달러, 약 38조원)와 비교하면 기업 가치가 5배 넘게 뛰었다.

이번 자금 펀딩은 오픈AI 설립 초기부터 투자해 온 벤처캐피털(VC) 스라이브캐피털이 주도하고 있으며 오픈AI와 협업을 진행한 애플, MS, 엔비디아 등이 투자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술 기업 3곳이 모두 오픈AI를 지원하는 셈이다.

특히 애플의 오픈AI 투자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애플은 지금까지 자사 기기의 부품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스타트업보다 제조 협력업체에 대한 투자에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선 애플이 AI 경쟁에서 더 이상 뒤처지지 않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내달 출시 예정인 아이폰16에 AI 기능을 탑재하기 위해 지난 6월 오픈AI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상태다. MS의 경우 2019년부터 오픈AI에 130억 달러(약 17조4,000억원)를 투자해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오픈AI에 AI 칩을 대량 공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오픈AI는 월가 은행으로부터 회전신용편의 방식(대출은행이 자금대출한도를 정하고 차입자에게 일정기간 동안 이 대출한도 내에서 계속해서 대출해 주는 기법)으로 50억 달러(약 6조6,500억원)의 부채를 조달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이는 메타나 알리바바, 우버, 도어대시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상장에 앞서 자금 확보는 물론, 은행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활용한 대출법으로 오픈AI도 상장을 앞둔 기업에 맞먹는 신용을 갖췄다는 뜻이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오픈AI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2,680억 달러, 약 356조원)에 이어 전 세계에서 비상장 기업으로는 두 번째로 비싼 기업이 된다.

비영리법인 구조 한계도 제거

오픈AI는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해 지배구조 변경도 타진하고 있다. 과거에는 지배구조가 투자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나 이미 챗GPT의 상업화가 시작된 데다 기업가치가 대폭 뛴 상 상황에서 지금의 기업형태는 부적절하단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오픈AI는 회사 자체의 비영리 목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영리화를 부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고려 중인 선택지 중 하나는 이익제한기업(Capped profit company) 구조를 변경하는 것이다.

2015년 비영리법인으로 출발한 오픈AI는 챗GPT를 개발한 영리법인을 비영리법인 이사회가 관리하는 구조로, 이사회가 사실상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어 지분을 가진 투자자들은 의사 결정권이 없으며 수익도 원금의 100배로 제한돼 있다. NYT에 따르면 오픈AI에 투자하려는 이들은 “오픈AI의 영리 자회사에 대한 모든 투자는 기부 정신으로 보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는 헌장과 “오픈AI는 결코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조건에 서명해야 한다. 영리법인의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오픈AI의 자산과 소유권을 내놓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MS 등 이익제한기업 측에 자금을 투자한 투자자들은 그간 일정한 수익률 이상을 얻을 수 없었으나, 제한을 제거하면 오픈AI의 수익 창출 능력 및 지분에 따라 무제한으로 배당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이는 투자자를 설득하는 데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더욱이 그간 오픈AI는 ‘인류를 위한 안전하고 유익한 범용AI(AGI)를 만든다’는 목표에 따라 수익 사업을 제한해 왔지만 AI 윤리와 안전을 담당하는 팀이 잇따라 개편됐고, 수익성을 중요시하는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 대립했던 주요 경영진 대부분이 회사를 떠난 상황이라 수익 확대 모멘텀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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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익분기점 800조, AI 거품론 숙제로

다만 ‘AI 버블론’은 풀어야 할 과제다. AI가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해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는 허상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천문학적인 비용만 든다는 것이 골자로, 최근 세계 금융 시장을 중심으로 이 같은 회의론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 미국 실리콘밸리 4대 VC 중 한 곳인 세콰이어캐피탈이 내놓은 보고서는 AI 버블론 확산에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세콰이어캐피탈은 ‘AI에 관한 6,000억 달러 질문(Al’s $600B Question)’이라는 보고서에서 ‘AI 버블이 티핑 포인트(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The Al bubble is reaching a tipping point)’고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2,000억 달러 질문’이라는 보고서의 후속 버전으로, 세콰이어캐피탈은 거품이 더 끼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담아 ‘톤 업(tone-up)’됐단 평가를 내렸다.

보고서를 쓴 데이비드 칸(David Cahn) 파트너의 논리는 간결하다. AI 가속기 GPU(그래픽처리장치)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인프라 설비투자(CAPEX)에 쏟아부은 돈을 회수하려면 수천억 달러를 벌어야 하는데, 최종 수요 시장에 위치한 소비자가 그만큼 지갑을 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칸 파트너는 보고서에서 AI 투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엔비디아 반도체 매출을 기반으로 필요한 부가가치 규모를 역산해 올해 말까지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용 GPU 누적 매출이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기료 등 추가 지출도 상당하다. 칸 파트너는 이 같은 지출까지 합산하면 GPU 구매 비용의 2배인 총 3,0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체 생성형 AI를 개발하려는 수많은 기업은 AI 클라우드를 이용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에 수수료를 지급하는데 이들 기업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려면 서비스 요금에 어느 정도 이윤폭을 둬야 한다. 이때 이익률을 50%로 가정하면 AI 소프트웨어로 벌어들이는 연매출은 6,000억 달러(약 800조원)가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글로벌 AI 산업에서 총 6,000억 달러의 부가가치가 생겨야 시장 참가자들이 그동안 들인 비용을 회수하고 유의미한 수익을 챙겨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월가 추정치와 외신 등에 따르면 오픈AI의 올해 연매출 목표는 약 34억 달러(약 4조5,000억원)다. 여기에 구글·MS 등 AI 데이터센터 기업이 연간 100억 달러 매출을, 테슬라,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가 연 50억 달러 매출을 올린다고 가정 후 이를 모두 더해도 1,000억 달러(약 133조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AI 인프라는 철도·수도처럼 한번 설치해 놓으면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설비도 아니다. 엔비디아가 지속적으로 신규 GPU를 시장에 내놓으면 기존 칩의 감가상각 속도도 빨라지게 된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비가 계속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