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 대관료 1억’ 성수동 팝업스토어의 열풍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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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엔데믹 이후 명동·홍대 등과 함께 7대 상권으로 성장
'부르는 게 값' 일평균 팝업스토어 임대료 1,000만원 넘어서
비슷한 팝업스토어 우후죽순 생겨나며 '소비자 피로'도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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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림창고 갤러리 인스타그램

서울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 성수동 상권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복합문화공간으로 빠르게 성장해 온 성수동은 최근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팝업스토어에 대한 소비자의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소매업을 중심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여기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 팝업스토어의 특성상 임대료가 천정부지도 치솟으면서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처럼 향후 상권 전체의 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준공업 지역에서 서울의 핫플로, 성수동의 변신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팝업스토어 기반의 마케팅 전략 싫증 난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리테일 업체를 중심으로 ‘팝업스토의 성지’로 불려 온 성수동을 벗어나 새로운 핫플레이스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성수’로 불리는 성수동은 서울시 성동구에 속한 법정동으로, 지하철로는 2호선 뚝섬역과 성수역,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등 3개 역이 관통하는 상권으로 명동, 강남역, 홍대, 가로수길, 청담·도산공원, 이태원·한남과 함께 서울의 7대 상권으로 꼽힌다.

정비공장, 철공소, 인쇄소가 모인 준공업지역이었던 성수동에 변화가 시작된 건 지난 2011년 연무장길에 복합문화공간 대림창고 갤러리가 문을 열면서부터다. 이듬해인 2012년 H&M은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와의 콜라보레이션 기념 파티를 대림창고 갤러리에서 개최했는데, 당시는 오래된 공장 건물을 트렌디한 상점으로 바꾸는 유행이 전 세계적으로 시작되던 시점으로 성수동은 순식간에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떠올랐다.

이후 성수동은 카페거리가 위치한 연무장길 상권, 성수역 1·2번 출구와 연결된 성수역 북단 상권, 수제화 거리와 블루보틀이 위치한 뚝섬역 상권, 고층 오피스 타운이 몰려있는 서울숲역 상권 등 4개 권역으로 나뉘어 업무와 주거 공간, 리테일 상권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성장했다. 특히 한강만 건너면 바로 압구정·청담으로 갈 수 있는 데다, 지하철 2호선이 연결된 황금 입지로 2030 세대 유동 인구가 많아 팝업스토어를 열기 좋은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팝업 열풍에도 공실 불가피해, 총매출 6% 감

리테일 업계의 최대 이벤트 기간인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12월 25일~31일) 성수동 일대에 운영된 팝업스토어는 49곳에 달했다. 이러한 성수동의 인기에 부동산 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성수동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2.5%에 불과했다. 서울 주요 상권 중 최저 수준이다. 전통 상권으로 꼽혔던 명동(31.3%)이 높은 공실률을 기록한 가운데, 강남(9.9%), 홍대(9.6%), 가로수길(13.2%) 등과 비교해도 성수동의 공실률은 두드러지는 수치다.

팝업스토어는 짧게는 2주, 길게는 6개월까지 단기 임대로 사용대차 계약을 맺어 진행된다. 이러한 이유로 1년간 최대 5%까지만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제한 없이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릴 수 있다 보니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으로 움직이는 시장이 됐다. 최근에는 성수동의 대형 팝업용 공간은 하루 임대료가 1,000만원을 넘어섰다. 건물 하나를 통째로 빌리는 대형 팝업스토어의 임대료는 1주일에 1억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관련 수치를 면밀히 살펴보면 지난해부터 성수동의 성장세가 주춤한 것을 알 수 있다. 빅데이터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을 통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성수동 상권의 월평균 매출 추이를 파악한 결과 성수동 상권은 코로나19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이다가 2022년 정점을 찍고 지난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성수동 상권의 총매출은 7,355억 원으로 전년(7,818억원) 대비 약 6%가량 감소했다.

성수동 상권의 매출 감소세에는 소매 업종의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업 매출이 4,11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한 가운데, 서비스(18%), 의료(9%), 교육(45%), 오락(25%) 등 대부분 업종에서 매출이 증가했지만, 외식업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소매업의 매출이 2,372억원으로 30%가량 급감했다. 한시적으로 매출을 올리고 다시 공실이 생기는 팝업스토어의 특성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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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스탠다드 성수점/사진=무신사

가파른 임대료 상승에 상권 전체가 부진할 수도

성수동의 매출 감소는 팝업스토어에 대한 소비자의 피로도와 무관하지 않다. 팝업스토어가 너무 많은 탓에 ‘진부하다’, ‘재미가 없다’ 등 부정적 피드백이 나오는 상황이다. 몇 시간씩 기다려 입장해도 인기 제품은 재고가 없어 사지 못하거나 공간이 좁아 인원을 모두 수용을 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브랜드마다 조형물과 디저트를 배치해 시각과 미각을 자극하는 방식이 흡사해 팝업스토어의 전시 경험도 이제는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팝업스토어가 성수동 상권의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경리단길과 가로수길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 팬데믹 전까지만 해도 서울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로 꼽혔던 경리단길과 가로수길은 임대료 급등으로 인기 매장들이 철수하면서 존재감을 잃었고 다른 매장들도 함께 타격을 입었다. ‘부르는 게 값’이 된 성수동 부동산 시세에 인근 임대료가 동반 상승하면서 상권 자체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성수동은 팝업스토어뿐 만 아니라 오피스와 주거공간, 기존의 리테일 상권이 공존하는 지역인만큼 핫 플레이스는 아니더라도 젊은 상주 인구가 많아 상권 전체의 매출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로 성수동의 오피스 공실률은 0%로 이미 이곳에 자리잡은 무신사 외에도 젠틀몬스터 본사가 곧 준공 예정이고 크래프톤도 신사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성수동의 대표 거리인 연무장길 남쪽과 북쪽 블럭도 모두 오피스 빌딩으로 채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