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애국 소비’ 기조에 애플 점유율 하락세, 아이폰16도 화웨이 메이트 XT에 밀려
애플 매출 20% 담당하던 중국, '애국 소비' 심리에 화웨이 제품만 강세
'웃돈'까지 붙은 화웨이 메이트 XT, 아이폰16은 원가보다 10% 저렴하게 팔려
시장선 여전히 낙관적 전망, "할인 행사 기간 현지 아이폰 수요 회복세 포착"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아이폰16 출시일에 맞춰 친중 행보를 보였다. 최근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애국 소비’ 심리가 확산하면서 아이폰 시리즈 매출이 급격히 줄자 직접 판촉에 나선 것이다.
애플 CEO “중국 고객들 애플 신제품 경험할 수 있게 돼 기쁘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쿡 CEO는 지난 21일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서 중국어로 “중국 고객들이 애플 신제품 시리즈를 경험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아이폰 차세대 모델 출시일에 맞춰 친중 행보를 보임으로써 중국 내 아이폰 판매를 촉진하겠단 취지로 풀이된다. 아이폰16 시리즈는 앞선 20일 중국을 포함한 세계 1차 출시국에서 정식 판매가 시작됐다.
중국은 애플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 중 하나지만, 최근엔 중국 내 애플의 인기가 다소 떨어진 분위기다. 미국의 기술 제재로 고전하던 중국 화웨이가 자체 기술력을 활용해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폴더블폰을 내놓은 게 화근이었다. 화웨이는 올해 상반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7.5%(출하량 기준)로 애플을 누르고 1위 자리에 올랐다.
특히 화웨이는 아이폰16 시리즈 출시에 맞춰 트리폴드폰(두 번 접는 폴더블폰) 메이트 XT로 맞불을 놨는데, 자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초기 반응이 좋다. 반면 당초 애플의 첫 ‘AI 스마트폰’으로 알려졌던 아이폰16은 AI 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의 탑재가 늦어지면서 초반 흥행이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이달 13일부터 시작된 사전 주문의 경우 첫 주말 사전 주문량이 전작 모델 대비 13%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가격 측면에서도 아이폰16이 밀리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의 메이트 XT는 구매 수요가 몰리면서 중국 최대 전자상가인 광둥성 선전 화창베이에서 공식 가격(256GB 기준 1만9,999위안(보다 3배가량 뛴 6만~7만 위안(약 1,130만~1,320만원)까지 웃돈이 붙었다. 그러나 아이폰16은 저가 쇼핑 플랫폼 판둬둬에서 오히려 공식 판매가(아이폰16 플러스 512GB 기준 9,999위안)보다 10% 저렴한 8,999위안(약 169만원)에 판매됐다.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애플의 선호도가 그만큼 줄었단 방증이다.
중국 내 애플 매출 24% 감소, 화웨이는 64% ‘급증’
업계에선 중국 소비자들의 애플 외면이 이미 예견된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대중 제재로 중국과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자국 제품을 소비해야 한다는 애국 소비 기조가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강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카운터포인트 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를 봐도 올해 초 6주 간 중국 내 애플의 매출은 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화웨이 제품의 중국 내 판매량이 64% 급증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신제품 아이폰에 기존 세대 아이폰 이용자의 구매 욕구를 끌어올릴 만한 ‘유인 동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메멩 장(Mengmeng Zhang) 카운터포인트 선임 분석가는 “화웨이의 메이트 시리즈는 자국산 부품 비율을 18%에서 47%로 높이는 등 ‘중요한 업그레이드’를 이룬 반면, 아이폰은 이전 모델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 사용자들 사이에서 ‘기존 세대 아이폰을 계속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인식이 확산했다”고 짚었다.
할인 행사 기간 아이폰 수요 급증, “중국 소비자 가격 민감도 확인”
다만 이 같은 부정적 견해와는 별개로 대부분 시장 관계자들은 “장기적으로 중국 내 아이폰 수요가 급격히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보고, 애플에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올해 초 한차례 아이폰 수요가 급등세를 보인 바 있어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중국정보통신기술원(CAICT)은 지난 4월 애플의 중국 내 아이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해당 집계에선 중국 내 4월 외국 브랜드 휴대전화 출하량이 이같이 증가해 총 349만5,000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사명이 명확히 언급되진 않았으나, 중국에서 판매되는 외국 휴대전화의 대부분이 아이폰이란 점에서 애플 실적으로 치환해 해석해도 무방하다는 게 로이터의 설명이다.
이 같은 애플의 단기간 중국 실적 회복 배경엔 아이폰 할인 행사가 있다. 애플은 지난 2월 중국에서 아이폰 할인 행사를 벌여 아이폰 가격을 최대 1,150위안(21만6,000원) 낮춰 판매한 바 있다. 할인 행사 기간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건 중국 소비자들이 제품의 가격에 그만큼 민감하다는 방증이다. 쉽게 말해 아이폰이 ‘할인 공세’를 펼치면 애국 소비가 장려되는 중국 내 분위기 속에서도 아이폰이 일정한 수요를 창출해 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