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마케팅, ‘불쾌한 골짜기’ 등 기술적 한계 못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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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로 각광받은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기술적 한계에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가상인간에 '불쾌함' 느끼는 소비자들, 기업의 이미지 브랜딩에 오히려 손해
'버추얼 캐릭터' 사업 급부상, "'인간 대체'에서 'IP 창출'로 사업 주안점 옮겨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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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간 인플루언서 ‘루시’/사진=롯데홈쇼핑

한때 마케팅 업계를 강타했던 가상인간 인플루언서가 최근 시들한 분위기다. 다소 부자연스럽게 구현된 가상인간 인플루언서의 모습이 소비자로 하여금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등의 기술적 한계가 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취 감춘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케팅 시장에서 가상인간 인플루언서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지난 2021년 롯데홈쇼핑이 선보인 ‘루시’가 대표적이다. 루시는 쇼호스트 없이 단독으로 ‘루시 톡 라이브’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바 있지만, 최근 들어선 활동이 뜸해져 소식도 알기 어려운 상태다.

싸이더스스튜디오(현 로커스엑스)가 개발한 ‘로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로지는 지난 2021년 7월 신한라이프 광고에서 자연스럽게 춤추는 모습으로 처음 공개된 이후 100건이 넘는 협찬과 광고로 한 해 동안에만 15억원 이상의 돈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지난해 광고 등 활동이 눈에 띄게 줄면서 자연스럽게 화제성을 잃었고, 올해 들어선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게재하는 것 외엔 활동이 모두 끊겼다.

이외 영국 사진작가 캐머런 제임스 윌슨이 만든 ‘슈두’, LG전자 전속 모델로 활동한 ‘김래아씨’, 스타트업 브러드(BRUD)가 만든 ‘릴 미켈라’ 등 역시 대중들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시대의 막이 내린 것이다.

적은 비용에 ‘인간 대체’ 기대감 커졌지만

당초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가상인간 인플루언서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었다.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켓 플랫폼 마켓스앤마켓스는 인간 인플루언서 시장이 2020년 7조6,000억원에서 2025년 13조원으로 약 2배 성장할 동안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은 2조4,000억원에서 14조원으로 6배 이상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2025년엔 인간과 가상인간의 시장 규모가 아예 역전될 것으로 예측한 셈이다.

이처럼 가상인간 인플루언서가 시장에서 주목받은 건 인간 인플루언서 대비 비용이 적게 들어서다. 기업이 모든 사업 채널에서 인간 톱스타를 활용하려면 매번 최소 억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반면 가상인간 인플루언서는 초기 개발 비용을 지불하면 이후 기업이 원하는 모습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활약할 수 있다. 소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가상인간 인플루언서의 강점이 컸다는 의미다.

그러나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기술적 한계가 드러났다. 2022년 7월 한국광고홍보학보에 기재된 ‘가상 인플루언서의 특성이 구매 의도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불쾌한 골짜기 효과로 인해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및 그가 광고하는 브랜드에 거부감을 표하는 경우가 잦았다. 불쾌한 골짜기란 인간과 유사하나 완벽하게 닮지는 않은 존재를 접할 때 느끼는 혐오감과 섬뜩함을 뜻한다. 가상인간 인플루언서가 기업의 이미지 브랜딩에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 대비 저렴한 비용’이라는 강점도 사실상 사라졌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루시를 한 번 방송에 띄우기 위해선 수천만원가량의 비용이 필요하다. 루시가 가상인간 인플루언서로서 그 이상의 매출을 내야만 수지타산에 맞는 셈이지만, 실상은 루시보단 톱 쇼호스트를 방송에 내는 편이 이익이 더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시간 채팅으로 소비자의 질문에 바로 답하는 등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 구축’에 초점을 맞추는 게 최근 트렌드인데, 루시는 기술적 한계상 실시간 소통을 이루기 어렵다”며 “가상인간 인플루언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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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사진=블래스트

최근 트렌드는 ‘버추얼 캐릭터’ 사업

이렇다 보니 최근 업계는 가상인간 인플루언서보단 ‘버추얼 캐릭터’ 사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버추얼 캐릭터는 컴퓨터그래픽이나 AI를 통해 2D·3D 형식으로 구현된 가상 속 캐릭터다. ‘가상의 몸’을 사용한다는 점에선 가상인간과 같지만, 실제 인간이 가상의 몸을 컨트롤한다는 점에서 가상인간과는 궤가 다르다. 사업의 주안점이 ‘가상인간을 만들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에서 ‘버추얼 기술로 새로운 IP를 창출하는 것’으로 옮겨간 셈이다.

IP 창출을 중심으로 하는 버추얼 캐릭터 사업은 이미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콘텐츠 기업 블래스트(VLAST)가 제작한 5인조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PLAVE)’는 지난해 3월 데뷔 이래 꾸준히 대중들의 관심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성과도 거듭 나타나는 모양새다. 지난 8월엔 앨범 ‘펌프 업 더 볼륨!’을 발매해 당일 멜론 차트 HOT·TOP100 정상에 올랐고, 이 앨범으로 지상파 음악방송 1위에 등극한 바도 있다. 또 내달 5일부터 6일 개최되는 ‘헬로, 아스테룸!’ 앙코르 콘서트 티켓은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