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쿠팡이츠, ‘이중가격제’ 확산에 책임 공방전
쿠팡이츠, 배민 겨냥해 "이중가격제 확산은 특정 업체 때문"
쿠팡이츠 '저격'에 전면 반박 나선 배민, 법적 대응 시사도
"플랫폼끼리 탓하고 있을 땐가" 신음하는 소비자들
외식업주가 매장 가격보다 배달 가격을 높게 설정하는 ‘이중가격제’가 확산하는 추세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업계의 수수료 인상이 이중가격제 보편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배달 앱 시장 ‘양대 산맥’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책임 소재를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정조준’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배달앱 서비스 쿠팡이츠는 지난 24일 이중가격제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쿠팡이츠 측은 “이중가격제는 특정 배달 업체에서 무료배달 비용을 외식업주에게 전가하고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는데 당사 등 배달 업체 전반의 문제인 것처럼 오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배달 업체의 명칭을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요금제를 변경하고 중개 수수료를 6.8%에서 9.8%로 인상한 배민을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이츠는 “쿠팡 와우회원 무료배달 혜택은 고객 배달비 전액을 쿠팡이츠가 부담하며 업주에게는 어떠한 부담도 전가하지 않는다”며 “쿠팡이츠는 기존 수수료를 동결하고 방문 포장 수수료를 받지 않는 반면, 타사는 요금제 변경·포장 수수료 유료화·중개 수수료 인상 및 고객 배달비 업주 부담 등으로 무료배달에 따른 비용을 외식업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강조했다.
배달의민족의 전면 반박
쿠팡이츠의 도발에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반박 입장을 내놓으며 ‘맞불’을 놨다. 우아한형제들은 25일 설명자료를 배포해 “당사가 제공하는 배민배달(배민 라이더가 배달을 수행하는 건)과 가게배달(업주가 배달대행사와 자율적으로 계약해 배달)을 섞어 (쿠팡이츠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와 외식업주를 오인시킬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무료배달 혜택과 관련해 타사와 동일한 자체배달 상품인 배민배달은 현재 경쟁사와 동일하게 고객 배달 팁을 당사에서 부담하며, 업주가 부담하는 중개이용료는 9.8%이고 업주 부담 배달비는 2,900원(서울 기준)으로 모두 경쟁사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또 “경쟁사에는 없는 가게배달은 고객 배달 팁을 업주가 직접 설정하며, 당사는 가게배달 업주가 무료배달을 선택할 시 배달비를 건당 2,000원씩 지원하고 있다”며 “이때 중개 이용료는 6.8%로 경쟁사보다 3%p 낮으며 가게배달의 중개 이용료는 최근 변동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사실 관계에도 불구하고 (쿠팡이츠가) 왜곡된 자료로 여론을 호도하는 데 유감”이라며 “이 같은 주장을 지속할 경우 법적 대응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비자 피해 ‘일파만파’
쿠팡이츠와 배민이 치열한 책임 공방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중가격제 확산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됐다. 곽도성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팀장은 “배달비 무료라는 홍보를 믿고 플랫폼 사업자를 선택한 소비자들은 이중 가격으로 결국 배달비를 부담하게 되는 꼴”이라며 “제품에 배달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합쳤기에 소비자는 제품의 원래 가격을 알 수 없게 됐고 이는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받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업체가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이중가격제가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배달 앱 플랫폼의 무료 배달 서비스를 이용 중이라는 한 소비자는 “배달비가 무료라서 당연히 지출을 줄였다고 생각했는데, (이중가격제를 알게 된 뒤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며 “매장과 배달 가격이 다를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많을 텐데, 이건 사실상 기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중가격제가 전반적인 외식 물가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중가격제는 결국 소비자의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중가격제가 빠르게 확산하며 소비자의 배달음식 주문 부담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경우, 외식 산업 자체가 위축되며 자영업자들도 막심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