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마켓, 신세계 계열 3년 만에 희망퇴직 “근본적 체질 개선 불가피”
100억대 적자 지속에 결국 구조조정 칼 빼든 신세계
1세대 이커머스 G마켓, 신세계 편입 이후 첫 희망퇴직
근속 2년 이상 정규직 대상, 특별 위로금 지급 예정
국내 주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인 G마켓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소비 침체가 이어지면서 저조한 실적이 계속되자 희망퇴직을 통해 비용 효율화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G마켓, 희망퇴직 단행
27일 G마켓은 이날 오전 사내 게시판에 희망퇴직을 공지했다고 밝혔다. 신청 대상은 근속 2년 이상(입사일 기준 2022년 10월 31일 이전 입사자) 정규직 직원이다. 신청기간은 이날부터 10월 11일까지며, 이들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 특별 위로금으로 월급여 기준에 근속년수를 곱한 금액이 지급된다. 근속 6년 미만은 월급여 6개월을 곱한 금액, 근속연수 6년 이상~19년까지는 월 급여엔 근속연수를 곱한금액, 20년 이상은 월급여에 24개월을 곱한금액을 제공한다.
또한 희망퇴직자의 재취업, 창업 등을 지원하고자 전문 위탁기간을 통해 맞춤형 일대일 컨설팅 또는 진로설계 및 취업 및 창업 교육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시행한다. 아울러 희망퇴직이 승인된 직원에게는 최대 2개월의 무급휴직도 신청 가능하다. G마켓 관계자는 “수년간 이어진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위한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며 “희망퇴직을 선택한 직원에게는 합당한 보상과 함께 새로운 출발에 대한 최선의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G마켓이 신세계그룹 산하로 편입된 이래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정형권 G마켓 대표는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이번 조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업계 “예견된 일”, 발등에 떨어진 과제 산적
업계에서는 G마켓의 이번 희망퇴직 단행이 예견된 결과라는 평이 나온다. G마켓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커머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해왔지만, 현재는 당시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위기에 봉착해 있다. G마켓은 지난 2021년 신세계그룹에 3조4,000억원에 인수됐으나 2022년부터 적자전환되며 100억원대 영업손실을 쌓아왔다. 인수 후 손실액만 1,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전문가들은 G마켓이 위기를 자초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국내 이커머스가 자리잡는 시기에 형성된 사업 방향에 오류가 있었다는 해석이다. 이커머스는 IT 기반 플랫폼의 특성상 다음 세대로 향하기 위한 기술적 투자가 중요하다. 하지만 G마켓은 변해가는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고 방향을 잃었다.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는 점에서 G마켓의 위기는 결국 티몬과 위메프의 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미래를 판단해 사업을 전개해 가는 방향에 오류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G마켓이 출범한 1999년은 스마트폰이 아닌 PC가 중심인 시대였지만 2010년부터 스마트폰이 활성화돼 PC 기반의 이커머스가 모바일로 전환되는 시기를 맞게 됐다. 이에 G마켓도 모바일 앱을 출시했지만 처음부터 모바일 기반에서 출발한 후발주자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사용자 경험이 중요한 모바일 환경에 맞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스타배송’ 서비스로 반등 노린다
이에 G마켓이 마련한 돌파구는 ‘빠른 배송’ 서비스다. G마켓은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주문 상품의 도착일을 보장하는 ‘스타배송’을 시작했다. CJ대한통운이 전담하는 스타배송은 구매 고객과 약속한 날짜에 배송해 주는 서비스로,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지난 6월 체결한 사업 제휴 합의에 기반을 뒀다. 쿠팡 등 이커머스 후발주자들이 풀필먼트 서비스 및 배송 시스템 고도화를 추구할 때도 미온적 태도를 견지했던 G마켓이 뒤늦게 빠른 배송 시장에 뛰어들며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스타배송은 CJ대한통운이 맡고 있는 G마켓의 익일 합배송 서비스인 스마일배송 상품에 우선 도입된다. 평일 기준 오후 8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도착을 보장한다. 이보다 배송이 늦어지면 스마일캐시 1,000원을 보상한다. 대상 상품은 생필품, 공산품, 주방용품, 미용용품, 통조림 같은 상온 가공식품, 일부 디지털·가전 기기 등 14개 카테고리 약 15만 개 상품이다.
G마켓은 앞으로 스타배송 대상 상품과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고객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자 스타배송 상품만을 놓은 상설 전용관도 운영할 방침이다. G마켓은 스타배송 서비스 도입으로 고객의 배송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판매자에겐 대금 정산 기간 단축, 매출 증대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물류 협업은 G마켓과 CJ대한통운의 본업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성사됐다. 업계 1위인 쿠팡을 추격해야 하는 G마켓과 물류 부문에서 쿠팡의 거센 도전을 받는 CJ대한통운이 ‘반(反)쿠팡’을 기치로 연합 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이에 업계는 G마켓의 스타배송 출시로 전자상거래 업계의 빠른 배송 서비스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당장 쿠팡의 로켓배송과 경쟁 구도가 형성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