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 티몬 매각 절차 돌입, 미정산금·재무 건전성 등이 발목 잡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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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 매각 의지 피력한 류광진 대표, "두 개 업체와 M&A 논의 중"
지난해 기준 인식된 부채만 1조원가량, 정부 추산 미정산금도 1조2,000억원에 달해
검찰 수사 등 사법 리스크에 따른 '신뢰도 하락' 문제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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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몬이 플랫폼 정상화 및 경영권을 포함한 회사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법원이 회생 계획을 인가하기 전에 인수합병(M&A)에 착수하겠단 게 류광진 티몬 대표의 계획이다. 매각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해 보겠단 구상이지만 셀러 미정산금 등 리스크를 감수할 정도의 인수 매력도가 없는 만큼, 티몬의 매각 작업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티몬 매각 절차 준비, ‘각자도생’ 노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류 대표는 최근 티몬 매각 절차를 준비하겠단 취지의 보도자료를 냈다. 해당 자료에서 그는 “관리인을 지원해 회생 절차 및 플랫폼 운영에 필요한 업무를 빠르게 수행하고 법원이 회생 계획을 인가하기 전 채권자가 동의할 만한 M&A를 추진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티몬에 관심을 가진 기업이 생각보다 많고 구체적으로 M&A를 논의 중인 곳도 두 군데 있다. 조사 보고서가 나오면 M&A 규모가 확실해져 속도가 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류 대표가 매각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선 건 회사가 자체적으로 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없는 데다 모기업인 큐텐으로부터의 자금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지난 2022년 9월 티몬이 큐텐에 인수된 이후 회사의 재무 건전성은 악화 수순을 밟았다. 2022년 7,848억원 수준이던 부채는 2023년 말 9,936억원으로 늘었고, 자본총계는 -6,386억원에서 -8,832억원으로 2,000억원 넘게 축소됐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큐텐과 최대 주주인 티몬글로벌 측에 자금을 빌려주는 모양새가 그려지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지난해에만 큐텐과 티몬글로벌에 각각 68억원, 1,062억원을 빌려줬다. 그 결과 티몬은 셀러들에게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금을 정산하지 못해 정산 지연 사태를 초래했고,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류 대표가 “본사(큐텐) 차원의 지원이 없었던 것이 저희(티몬)가 뱅크런을 막지 못한 사태의 원인”이라고 언급한 배경이다. 결국 티몬 매각을 통해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미정산금 등 난제 산적한 티몬, 매각 성사 가능성 ↓

다만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은 매각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티몬의 부채 규모가 명확히 가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로 지난 8월까지 판매 대금이 묶인 피해 업체는 최소 4만8,000여 곳, 정부 추산 미정산 금액은 1조2,000억원가량에 달한다. 결국 티몬 입장에선 미정산 판매 대금 등 손실까지 감안해 줄 원매자를 찾아야 한다는 건데, 티몬에 이 정도의 ‘인수 매력도’가 있지는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상품권 사용 불가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도 산재해 있다. 그간 티메프는 해피머니 상품권을 액면가 대비 7~10%가량 할인해서 판매해 왔는데, 정산금 지연 사태 이후 해당 상품권들은 말 그대로 ‘휴지 조각’이 됐다. 이로 인한 파장은 일반 소비자를 넘어 지방자치단체까지 퍼졌다. 지자체 상품권 보유 현황 자료를 보면 지자체가 보유한 일반 상품권 6억4,000만원(제출 기관 기준) 중 1억7,700만원이 해피머니상품권이었다. 이에 지자체발 해피머니 상품권 중 93%를 보유 중이던 서울시는 환불 조치를 위해 내용증명 등 법적 조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로 모기업이 사실상 운영 정지 수준에 이르렀단 점 역시 리스크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 24일 싱가포르통화청(MAS)이 “큐텐에 결제 서비스를 계속 허용하면 더 많은 판매자가 미정산과 잠재적 손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큐텐에 결제 서비스 중단을 명령한 바 있다. 이는 정산 지연 사태 이후 티메프와 모기업 전반에 대한 업계 신뢰도가 사실상 소실됐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이에 대해 한 IB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은 이미 소위 ‘빅 플레이어’를 제외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승자 독식 시장이 됐다”며 “구태여 ‘구멍’이 큰 티몬을 통해 이커머스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이는 없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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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도 현재 진행형

티몬에 대한 업계 신뢰도는 향후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이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서다. 검찰은 최근 류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를 사기·횡령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판매 대금을 변제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식했는지, 돌려막기식으로 영업을 계속한 건 아닌지, 회사 내부 자금을 모회사인 큐텐의 M&A 자금으로 유용하는 데 관여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검찰은 양 사가 판매자 정산 대금 약 500억원을 해외 쇼핑몰 위시를 인수하는 데 쓰도록 하고 판매 대금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상품권을 할인 판매하는 등 돌려막기식으로 사기 영업을 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수사팀이 파악한 사기 혐의액은 총 1조4,000억원, 횡령액은 500억원에 달하며 향후 조사 진척 상황에 따라 상향 조정될 수 있다. 양 사 대표가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긴 하나, 사법 문제가 중첩되면서 기업의 신뢰도가 거듭 하락하고 있단 점은 원매자 입장에서 리스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물론 일각에선 매각 성사에 대한 기대감도 일부 나오는 분위기다. 본사가 싱가포르 기반이고 동남아에서 한국 제품 역직구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 자본 중 티몬 인수에 관심을 갖는 곳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시선에서다. 다만 낙관적인 전망을 견지하는 이들 역시 티몬이 ‘제값’을 받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본다. M&A가 이뤄지더라도 상술한 각종 리스크로 인해 티몬 자체를 통한 사업 성장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헐값에 매각을 진행하거나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다른 업체에 경영권을 넘기는 편이 티몬으로선 최선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