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경영진 줄이탈’ 오픈AI, 미라 무라티 CTO도 사임
공동창업자 슐먼에 이어 무라티 CTO 돌연 퇴사
회사 창립자 등 초기 핵심 멤버들, 올트먼 곁 떠나
오픈AI는 영리기업 전환 등 지배구조 재편 추진
최근 존 슐만(John Schulman) 공동 창업자 등 오픈AI 고위 인사들의 퇴사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라 무라티(Mira Murati) 최고기술책임자(CTO)도 회사를 떠난다고 밝혔다. ‘챗GPT의 어머니’로 불리는 무라티 CTO는 오픈AI 설립 당시부터 생성형 AI 서비스 상용화를 진두지휘했던 핵심 인물이다. 무라티의 이탈로 현재 오픈AI는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창립자 총 11명 중 2명만 남게 됐다.
무라티, 챗GPT·달리 등 출시에 핵심적인 역할
25일(현지 시각) 무라티 CTO는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오랜 고민을 끝에 오픈AI를 떠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순조로운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픈AI에서 보낸 6년 반은 엄청난 영광이었다”며 “소중하게 여기는 곳에서 물러나는 이상적인 시기는 없겠지만, 지금이 적절한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퇴사 이유에 대해서는 “나만의 탐험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고 싶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알바니아 출신의 무라티는 미국 다트머스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프랑스 항공우주 기업 조디악 에어로스페이스에 입사했고 이후 합류한 테슬라에서는 모델X와 자율주행 기술 ‘오토파일럿’의 개발을 주도했다. 2018년부터는 오픈AI의 CTO로 일하면서 챗GPT와 이미지 생성 모델 달리(DALL-E) 등 주요 제품 출시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지난해 11월 샘 올트먼 CEO가 이사회로부터 축출당했을 때는 임시 CEO를 맡으며 올트먼의 복귀를 지지하기도 했다.
무라티는 2022년 11월 전 세계 AI 열풍을 이끈 챗GPT의 개발을 총괄하면서 ‘챗GPT의 어머니’라고 불렸다. 이날도 최근 공개한 새 모델 ‘오픈AI o1’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오픈AI o1은 지능과 상호작용을 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면서, “이러한 성과는 직원들의 재능과 헌신 없이는 불가능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공개된 오픈AI o1은 단계별 추론이나 계획 수립이 가능해 범용 AI(AGI)를 개발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슐먼 공동 창업자도 퇴사 후 앤스로픽 이직
무라티의 퇴사는 오픈AI의 창립 멤버와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회사를 떠나는 가운데 이뤄졌다. 특히 슐먼 공동창업자가 회사를 떠난 지는 두 달도 되지 않았다. AI 모델 사후 학습 연구팀을 이끌었던 슐먼은 “AI 연구에 더 깊이 집중하고 실무 기술 업무로 돌아가 내 경력에 새로운 장을 열고자 한다”며 오픈AI를 떠났고 이후 경쟁사인 앤스로픽으로 이직했다. 그렉 브로크만(Greg Brockman) 공동창업자 겸 회장도 재충전을 이유로 연말까지 장기 휴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에는 공동 창립자이자 수석 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가 오픈AI 내 안전팀인 ‘수퍼얼라이언스팀’이 해체된 후 회사를 떠사 스타트업 ‘SSI’를 설립했고, 수츠케버와 함께 AI 안전팀을 이끌던 얀 라이케(Jan Leike)는 앤스로픽으로 이직했다. 오픈AI를 떠났다가 지난해 초 재합류했던 안드레이 카르파티(Andrej Karpathy) 공동 창업자도 올해 2월 다시 회사를 그만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공동창업자 가운데 올트먼 CEO와 보이치에흐 자렘바(Wojciech Zaremba) 두 명만 회사에 남게 됐다.
무라티의 퇴사 이유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평소 올트먼의 리더십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았던 만큼 올트먼과의 불화가 이유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라티는 올트먼 축출 전 이사회 임원 중 일부에게 그의 리더십 전략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심리적 학대’라고 표현했다”며 “다만 그는 이사회의 올트먼 해고 결정을 지지하지 않았으며 당시 올트먼의 복귀를 지지하는 직원들의 연판장에 서명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올트먼 CEO, 오픈AI 영리기업으로 전환 추진
이날 무라티의 퇴사 소식과 함께 오픈AI가 비영리법인 이사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 완전 영리기업으로의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블룸버그, 로이터통신 등 현지 언론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오픈AI가 지배구조를 바꾸는 작업을 통해 영리기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올트먼이 비영리 이사회가 소유하고 있는 오픈AI 영리기업의 지분을 인수해 지분 7%를 확보하는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픈AI가 이처럼 영리법인 전환을 검토하는 이유는 막대한 자금의 투자 유치를 위한 투자자용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픈AI는 영리법인을 통해 투자를 받지만, 모든 사업 통제권은 비영리법인 이사회에 있는 독특한 구조로 돼 있어 영리법인 전환 없이는 투자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없다. 올해 5월 올트먼은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최대 1,000억 달러(약 137조원)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라 밝혔으나 이 또한 영리법인 전환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블룸버그는 “업계에서는 슐만 공동 창업자, 무라티 CTO 등 최근 오픈AI 고위급 인사들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는 것이 영리법인으로의 급격한 전환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기업의 정체성을 두고 내부 갈등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은 “지금까지 올트먼은 비영리법인으로 출범한 회사의 정체성에 맞게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지만 이번 기업 재편이 경영진의 변화와 함께 이뤄지는 만큼 오픈AI의 AI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