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수학자가 알려주는 현명한 선택, 근데 적당함의 미학을 곁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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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최고의 비서를 뽑을 수 있을까?
현실에서 유용한 비서 문제 해결책, 배우자 선택부터 집 고르기까지
"최고만 고집하기보다는 적당함에 만족하는 것도 괜찮다"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단 한 번의 선택이 인생을 바꾸기도 하지만, 이에 큰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은 고민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경향이 있다. “장고 끝에 악수둔다“는 말처럼 오랫동안 고민했음에도 불구하고 안 좋은 선택을 내릴 때도 있다. 만약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최적 전략이 있다면, 선택하는 데 느끼는 부담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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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가장 우수한 직원을 뽑으려면?

최적 전략에 대한 연구는 ‘비서 문제(Secretary problem)’에서 비롯됐다. 비서 문제란 100명의 지원자 중 어떻게 하면 가장 우수한 비서를 뽑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과제다. 지원자는 순서대로 면접을 보며 면접관에게는 합격과 불합격, 단 두 가지 선택지만 주어져 있다. 면접관이 이전에 내린 결정이 후회돼 탈락한 지원자를 합격으로 번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가장 뛰어난 비서를 뽑을 수 있는 전략은 뭘까? 단순히 무작위로 지원자를 선택하면 최고의 비서를 뽑을 확률은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적 전략대로라면 그 확률을 37%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최적 전략은 간단하다. 전체 선택지 중 처음에 등장한 37% 선택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거절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지금까지 본 선택지를 ‘기준’으로 삼고 더 나은 선택지가 나오면 바로 채택한다. 예를 들어 면접관은 처음에 면접 본 37명의 지원자를 기준으로 삼고, 그 기준을 바탕으로 더 나은 지원자가 나타나면 채용하는 식이다. 이 같은 전략은 선택지 수에 따라 성공률이 달라지지 않으므로 선택지가 많은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최적 전략을 직접 실천한 두 학자

최적 전략은 비서 문제뿐만 아니라 현실의 여러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집을 구하러 돌아다니는 상황이나 맛집을 가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심지어 최고의 배우자를 찾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전략을 현실에 적용한 두 학자가 있다. 수학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데이비드 위스(David Wees)와 마이클 트릭(Michael Trick) 카타르 카네기멜런대(Carnegie Mellon University in Qatar) 학장이다.

위스는 최적 전략을 아파트를 고르는 데 활용했다. 집을 구하기 위해 많은 곳을 찾아다니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체력을 쓸 뿐만 아니라 괜찮은 매물은 빠르게 소진돼 빠른 결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위스는 우선 문제에 맞게 상황을 설정했다. 위스는 자신의 처지를 고려했을 때 26개 매물을 방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26개 중 37%에 해당하는 처음 10곳은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무조건 거절했다. 이후에 그다음으로 본 아파트 중 이전 매물들에 비해 마음에 드는 매물을 선택했다. 물론 나머지 매물들은 확인하지 않았으므로 선택한 아파트가 가장 좋은 매물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위스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했고, 결정하는 데 머리를 싸매지 않은 만큼 후회는 없다고 답했다.

트릭 학장은 최적 선택 전략을 최고의 배우자를 찾는 데 적용했다. 그는 18살부터 배우자가 될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가정하고 40살 이후에는 더 이상 결혼 시장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를 토대로 나이를 계산하니 26살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그는 26살까지 만났던 사람보다 마음에 드는 첫 번째 여성에게 무릎을 꿇고 청혼했다. 다만 트릭 학장은 해당 여성에게 거절당했다. 아쉽게도 최적 전략은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다루지 않는다.

최고보다는 적당함을

사실 관점을 조금 바꾸면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다. 이 전략의 치명적인 단점이 성공 확률이 37%로 낮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단, 최고가 아닌 ‘적당히 괜찮은’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 목적이라면, 성공 확률은 상당히 올라간다. 예컨대 상위 10% 선택지를 고르는 상황에서 최적 전략은 14% 후보를 보내고, 그 후보들보다 나은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다. 이 경우 성공 확률은 83%에 달한다. 상위 25%까지 기준을 낮추게 되면 최적 전략은 7% 후보를 보내는 것으로, 만족할 확률은 92%에 이른다. 더욱이 목표를 낮출수록 기준이 되는 선택지 수도 감소해 고민하는 시간 또한 줄일 수 있다.

우리는 1등만 살아남는다는 인식 속에서 ‘최고’의 선택만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수학자들은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적당히’ 괜찮은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 인생을 여유롭게 살아가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원문의 저자는 잭 머태그(Jack Murtagh) 수학 작가 겸 퍼즐 창작자입니다. 영어 원문은 This Elegant Math Problem Helps You Find the Best Choice for Hiring, House Hunting and Even Love | Scientific American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