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만 쌓이네” DS 부문서 악전고투하는 삼성전자, 생산·투자 축소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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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2·P3 라인 일부 설비 가동 중단
적자 행진 이어가는 파운드리 사업부, 원인은 첨단 공정 수율 부진?
"삼성도 인텔처럼"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가능성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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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평택 캠퍼스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생산 라인 내 일부 설비의 가동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3나노 이하 첨단 공정의 낮은 수율로 시장 경쟁력이 약화하며 반도체(DS) 부문의 적자가 누적되는 가운데, 파운드리 생산·투자를 본격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모습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파운드리 사업의 부진으로 위기에 몰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부문 분사 등 강경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파운드리 부문 힘 빼는 삼성전자

3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평택 P2와 P3 공장 라인 일부 설비의 가동을 중단했다. P2 라인과 P3 라인은 각각 30조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지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생산 기지다. 평택캠퍼스 내 신규 파운드리 생산 라인인 P4 공장의 건설 일정도 삼성전자의 발주 연기로 인해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P4 공장은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생산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차후 삼성전자의 ‘핵심 기지’가 될 것으로 전망돼 온 시설이다.

삼성전자 측은 이 같은 파운드리 생산·투자 축소가 생산 라인을 첨단 공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상황’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부문의 부진한 실적을 고려해 생산 라인 가동률을 조절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해 약 2조원, 올 상반기 1조5,0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적자의 늪에 빠진 배경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시장 독주’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TSMC의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은 62%로, 2위인 삼성전자(13%) 대비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와 관련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5나노 공정부터 조금씩 TSMC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며 “특히 4나노, 3나노 공정에서는 좀처럼 수율을 확보하지 못해 고객사를 (TSMC에) 다수 빼앗겼다”고 설명했다.

3나노 이하 ‘첨단 공정’의 벽

실제 삼성전자는 3나노 이하 첨단 파운드리 공정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첨단 공정 수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며 수익성·경쟁력 확보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지난 9월에는 삼성전자 MX 사업부가 내년 초 출시 예정인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5’에 자사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대신 퀄컴이 생산한 AP를 전량 적용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당초 시장은 해당 모델에 퀄컴 AP와 삼성 DS 사업부가 만든 ‘엑시노스 2500’ AP가 혼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한 IT 기업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미터(㎚) 2세대 공정 수율이 낮아 내년 초 출시하는 갤럭시S25 시리즈에 (엑시노스 2500을) 탑재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엑시노스 2500은 삼성 파운드리에서 3나노 2세대 GAA 공정으로 생산될 예정이었다. GAA는 트랜지스터 핵심 구성요소인 채널 4개 면을 게이트가 둘러싼 것으로, 기존 핀펫(FinFET) 대비 고성능·저전력 반도체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삼성은 이전부터 문제가 됐던 3나노 수율을 개선하기 위해 반도체 업계 최초로 GAA를 3나노 공정에 도입했고, 이후 GAA 공정을 2세대로 발전시키며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해왔다. 2세대 GAA 공정은 1세대 공정 대비 로직 면적이 21% 작아지고 성능과 전력 효율이 각각 22%, 34%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GAA 공정의 발전 이후로도 3나노 이하 첨단 공정의 핵심 경쟁력인 수율의 벽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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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인텔 전철 밟을 가능성은

첨단 공정 부문 경쟁력이 약화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점차 좁아져 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차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DS 사업부 분사 등 강경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DS 사업부가) 분사됐을 때 외부 고객사를 유치하는 데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며 “인텔이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던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했듯, 삼성전자도 유사한 형태의 ‘변신’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21년 파운드리 사업부(IFS) 본격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해당 사업 부문에서 막대한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매년 250억 달러(약 33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했지만, 유의미한 성과는 사실상 없었다. 이에 시장 한편에서는 궁지에 몰린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를 아예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인텔은 자구책으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택했다. 창립 이후 50년간 이상 내부 조직으로 뒀던 반도체 제조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인텔은 분사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 부문의 독립성을 확보, 적극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달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파운드리 부문 분사 소식을 전하며 “인텔 파운드리 부분을 자회사로 두면 독립적으로 외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데다 독립성에 대한 고객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으며, 각 사업의 재무구조 최적화로 성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고 주주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