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달러 조달 나선 ‘오픈AI’, 애플은 투자 논의 중단, MS·엔비디아는 협상 중
애플, 오픈AI 투자 계획 철회하고 AI 기술 독자 개발
'오픈AI 최대 주주' MS는 10억 달러 추가 투자 추진
오픈AI, 영리법인 전환에 경영진 이탈 등 갈등 심화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65억 달러(약 8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 라운드를 진행 중인 가운데 펀딩 마감 일주일을 남기고 애플이 오픈AI에 대한 투자 논의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의 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 등 빅테크와 타이거글로벌, 세쿼이아캐피털 등 굵직한 투자 운용사들은 여전히 투자 라운드에 참여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오픈AI는 이번 투자 라운드를 통해 확보하는 자금 외에 50억 달러(약 6조6,000억원)의 추가 대출 등을 통해 100억 달러(약 13조3,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픈AI, 펀딩 라운드·대출 등으로 100억 달러 이상 확보 목표
29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다음 주 마감하는 오픈AI의 자금 조달 라운드 협상에서 이탈했다. 애플의 철수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자사의 AI 기술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65억 달러규모의 이번 자금 조달에는 MS,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가 참여하고 있다. 이 중 오픈AI의 최대 주주로 이미 130억 달러(약 17조4,000억원)를 투자한 MS는 이번 라운드에서 추가로 약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픈AI는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 약 1,500억 달러(약 200조원)의 시장 가치로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초 직원의 주식 매각 거래 당시 기업가치는 860억 달러(약 113조원)로 채 1년도 되지 않아 기업가치가 2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오픈AI는 투자 유치 외에 은행으로부터 50억 달러(약 6조6,000억원)의 대출도 검토하고 있어 총 115억 달러(약 15조4,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MS, 엔비디아 외에 투자 라운드 참여자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벤처 투자사 스라이브 캐피털이 주도하는 이번 펀딩에는 스타트업계 큰손으로 알려진 벤처캐피털 타이거글로벌이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타이거글로벌은 2019년 오픈AI의 기업가치가 145억 달러일 때 5,000만 달러(약 660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역시 오픈AI의 초기 투자자인 벤처캐피털 코슬라벤처스와 세계 최대의 벤처 투자금을 운용하는 세쿼이아캐피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정부가 설립한 AI 투자펀드 MGX 등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 “올해 손실 50억 달러, 내년에도 투자 유치 계속 필요”
오픈AI가 100억 달러가 넘는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은 그간 누적된 막대한 경영 적자와 관련이 깊다. 현재 매출만 보면 상황은 나쁘지 않다. 오픈AI의 8월 매출은 3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이는 지난해 초 대비 1,700% 늘어난 수치다. 올해 연 매출 전망치는 37억 달러로 챗GPT로만 27억 달러의 매출을 기대한다. 이 중 7억 달러는 다른 사업체가 오픈AI의 기술을 이용해 창출한 매출이다. 이후에도 연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5년에는 116억 달러, 2029년에는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서비스 운영, 급여, 사무실 임대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반영하면 올해 50억 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 이는 직원에게 지급되는 인센티브 등 대규모 일회성 비용은 포함되지 않은 추정치로, 해당 비용까지 반영하면 지출은 더욱 증가한다. 오픈AI의 지출 구조를 보면 AI 모델 개발에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고 개발비 외 인건비도 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오픈AI의 직원 수는 챗GPT 개발 당시 300명에서 현재는 1,700명이 넘어섰으며 직원의 80%가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채용된 인원이다.
이에 오픈AI는 손실을 막기 위한 조치로 챗GPT의 구독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오픈AI가 이번 펀딩의 잠재적 투자자에게 공유한 문서에 따르면 월 20달러 수준인 챗GPT의 구독료를 연내 2달러를 인상하고 향후 5년간 44달러까지 공격적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챗GPT의 사용자는 6월 기준 3억5,000만 명으로 주간활성이용자수(WAC)는 2억 명을 넘어섰다. 이 중 유료 구독자 수는 1,000만 명에 달하는 만큼 구독료 인상 시 막대한 추가 수익이 예상된다.
자금 조달 위해 2년 지배구조 전환해 투자자 수익 한도 제거
다만 막대한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만큼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익제한기업(Capped profit company) 구조가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이 같은 지배구조가 투자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나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한 투자자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투자자 수익 한도 제거’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글로벌 빅테크 간의 AI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AI 기술을 보유한 오픈AI라 할지라도 생존을 위한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게 됐다.
비영리법인의 가치와 영리법인의 목표가 충돌하면서 회사가 와홰될 것이란 우려도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2015년 비영리 AI 연구단체로 설립된 오픈AI는 지난 2019년 영리법인 오픈AI LP를 자회사로 설립했고 ‘안전하고 이로운 범용인공지능(AGI)’을 만든다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영리법인을 비영리법인 이사회의 통제 하에 뒀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비영리법인 이사회가 올트먼 CEO를 축출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러한 지배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최근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오픈AI 경영진들은 영리법인인 오픈AI LP에서 영위하는 핵심사업이 비영리법인 이사회의 통제에서 벗어나도록 지배구조를 재구성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로써는 비영리법인은 자회사인 영리법인의 지분 일부만을 보유하고 대신 올트먼 CEO가 영리법인의 지분 7%를 부여받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와 함께 투자자 유치를 위해 영리법인 투자자에 대한 100배의 수익 상한도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오픈AI는 이러한 계획에 대해 변호사·주주들과 논의 중이며 시행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단, 비영리법인에서 영리기업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내부 구성원 간의 마찰이나 여론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픈AI 내부에서는 최근 주요 경영진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갈등이 야기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AI 모델 사후 학습 연구팀을 이끌었던 존 슐먼 공동창업자는 오픈AI를 떠나 경쟁사인 앤트로픽으로 이직했고 그레그 브록먼 공동창업자도 재충전을 이유로 연말까지 장기 휴가를 냈다. 지난 25일에는 ‘챗GPT의 어머니’로 불리는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자신의 SNS를 통해 회사를 떠난다고 밝혔다.
반독점 규제 등과 관련한 법적 리스크도 감당해야 한다. 특히 일각에서는 오픈AI가 외부 IT기업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일도 독과점 가능성을 우려한 주요국 규제당국의 장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최근 대형 IT기업을 겨냥한 조사를 강화하는 가운데 오픈AI에 대한 MS나 엔비디아 등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를 주의 깊게 살펴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오픈AI에 대한 자금 출자는 AI 관련 반독점 조사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으며 자금을 출자하는 기업의 주주도 AI 투자 확대에 반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