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손 잡은 에이블리, 1,000억원 유치 완주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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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리, 알리바바로부터 1,000억 투자 유치 추진
하반기 1차 투자·개인 투자자 지분 매입 등 3차례 걸쳐 진행
에이블리 몸값 대폭 낮춘 알리바바, 후속 투자 유치 난항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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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이블리

에이블리가 알리바바로부터 총 세 차례에 걸쳐 투자를 유치할 계획인 가운데, 후속 투자 유치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알리바바가 제시한 기업가치(밸류에이션)에 구주를 내놓을 투자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에서다. 이번 알리바바 투자를 세 번에 나눠 유치하는 배경에도 구주를 매각할 투자자들을 충분히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알리바바, 에이블리 구주 투자 예정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연내 진행하는 에이블리의 시리즈 C 투자 라운드에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매입하는 구주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기관 투자자와 경영진 등을 제외한 초기 개인 투자자들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 골자다.

향후 2·3차 투자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단계에 있으나, 업계에서는 알리바바의 후속 투자 역시 구주 매입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알리바바가 에이블리와 투자 논의를 시작한 단계부터 줄곧 구주 투자를 희망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 에이블리는 최근까지도 알리바바에 구주를 매도할 기관 투자자를 물색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알리바바의 투자 배경으로는 자회사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쟁력 강화가 꼽힌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최근 공산품, 식품 등을 넘어 패션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에 국내 패션 플랫폼 1위인 에이블리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에이블리 역시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만큼 해외 판로 확대를 위해 알리바바와 손을 맞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구주 가치, 신주 대비 3분의 1 수준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알리바바의 후속 투자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알리바바가 책정한 에이블리의 기업가치가 신주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돼 있어서다. 이번 1차 투자에서 알리바바가 에이블리 구주를 매입하기 위해 책정한 기업가치는 7,000억원~8,00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앞서 에이블리의 시리즈 C 투자 추진 당시 거론되던 기업가치가 2조원임을 감안하면 신주 몸값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알리바바가 이번 투자를 세 번으로 나눠 진행하는 것도 에이블리가 구주를 매도할 기관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기관 투자자들이 알리바바가 제시한 기업가치에 엑시트(투자금회수)를 꺼리다 보니 알리바바가 1차적으로 초기 개인 투자자들의 지분만 사들였다는 것이다.

현재 에이블리 주식을 보유한 주요 재무적투자자(FI)로는 △LB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신한벤처투자 △스틱벤처스 △프리미어파트너스 등이 있다. 지난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인트리자산운용으로부터 받은 벤처 대출(500억원)을 포함한 에이블리의 누적 투자액은 2,23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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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이블리

재무상태 극복 위해 中 자본과 맞손

에이블리가 시리즈 C 투자를 위한 투자자를 모집하기 시작한 건 지난 4월이다. 당시 협의 대상자에는 알리바바를 비롯해 OTPP(Ontario Teachers’ Pension Plan, 온타리오교원연기금), 글로벌 투자 기업 퍼미라(Permira) 등이 포함됐는데, 알리바바가 1,000억원가량의 대규모 투자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알리바바가 국내 플랫폼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에이블리가 악화된 재무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자본과 손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에이블리 운영사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2019~2023년까지 4년간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누적된 적자만 2,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총계 역시 1,672억원으로 자산총계(1,129억원)보다 많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상태다. 자본잠식 상황을 탈피하려 성급하게 진행한 투자 유치가 국내 시장 영토 확장에 혈안이 돼 있는 중국 자본에 시장을 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중국 이커머스들이 국내 소상공인 생태계를 잠식하고 짝퉁과 낮은 품질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 국내 패션 플랫폼이 이들의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에이블리 회원의 개인정보 등 데이터 유출 피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업계에는 알리바바가 투자 조건으로 데이터 공유를 요청했다는 의혹이 팽배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