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DS] MS, AI 전력 공급 위해 사고 원전 ‘스리마일섬 재가동’, 안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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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스리마일섬 원전과 독점 계약 체결
AI 전력 수요 대응 및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
재가동에 따른 복잡한 안전 점검과 핵연료 공급망 문제 산적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달 20일 스리마일섬(Three Mile Island)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20년 동안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스리마일섬 발전소는 1979년 ‘멜트다운'(노심융해, 원자로의 연료봉이 녹아내리는 현상)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자력 사고로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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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AI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원전 재가동에 박차

MS의 이번 결정은 AI(인공지능) 운영을 위해 테크 기업들이 점점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폐쇄된 원자력 발전소들이 어떻게 안전하게 재가동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스리마일섬 발전소뿐만 아니라 퇴역한 다른 원전들도 다시 가동될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미시간주 코버트에 위치한 팰리세이즈(Palisades) 원자력 발전소는 2022년 5월에 가동을 중단했지만, 소유주인 홀텍 인터내셔널(Holtec International)이 최근 재가동을 계획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Energy, DOE)로부터 15억 달러(약 2조원) 규모의 조건부 대출 약정을 받으면서 팰리세이즈 발전소 재가동 계획은 한층 탄력을 받았다. 에너지부는 저탄소 전력을 제공하는 원자력 발전을 통해 기후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팰리세이즈 발전소는 2025년 말에 재가동될 예정이다.

경제적 요인으로 폐쇄된 원전, AI와 기후 목표로 재가동 추진

앞서 미국에서는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2010년대 들어서만 12개 이상의 원자력 발전소가 폐쇄됐다. 특히 단일 원자로만 가동되는 비용 효율성이 낮은 발전소들은 전력 시장이 자유화된 주에서 가격 변동성을 감당하지 못해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전력회사 콘스텔레이션(Constellation) 에너지가 소유한 스리마일섬 발전소가 대표적인 예다. 현재 미국에는 94기의 원자로를 가동 중인 54개의 원전이 남아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국 원자력 발전소의 미래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AI 시스템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려는 테크 기업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러한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동시에 기후 목표 달성에도 집중하고 있는데, MS는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운영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제거하는 것)를 실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자코포 본조르노(Jacopo Buongiorno) 미국 MIT 교수(원자력과학·공학) 겸 고급원자력시스템센터(CANES) 소장은 “이번 계약은 원자력의 가치를 재확인할 뿐만 아니라, 가격만 적절하다면 사업적으로도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폐쇄된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5년 테네시 밸리 당국(Tennessee Valley Authority, TVA)은 연방 소유 전력 회사로, 앨라배마주 애선스에 위치한 브라운스 페리(Browns Ferry)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들을 중단시켰다. 이후 수년간의 개보수 작업 끝에, 마지막 원자로가 2007년에 재가동됐다.

복잡한 안전 점검·면허 갱신 절차 거쳐야

그러나 팰리세이즈와 스리마일섬은 브라운스 페리 원자력 발전소와는 다른 점이 있다. 이들 발전소는 폐쇄 당시 운영 면허가 유효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유주들이 법적 성명을 통해 폐쇄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영구 폐쇄 계획으로 인해 안전 점검이 중단됐기 때문에, 이제는 복잡한 면허 갱신, 감독, 그리고 환경 평가 절차를 거쳐야만 해체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

특히 우라늄 연료봉을 교체한 후에도 발전소가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철저한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 팰리세이즈 발전소의 경우, 재가동을 추진할 때 해체된 발전소들은 이미 방사성 연료를 제거하고 안전하게 보관했기 때문에 엄격한 기술적 규정을 따를 필요가 없었고, 이에 따라 재가동 절차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다만 스리마일섬의 경우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안전 규정을 다시 도입하는 과정은 절대 간단하지 않다. 표준을 충족하려면 기반 시설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본조르노 교수에 따르면 폐쇄 후 부식된 금속 부품뿐만 아니라 계기와 제어에 사용되는 전선과 케이블도 모두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

발전소의 증기 발전기, 즉 연료봉이 물을 가열해 발생하는 증기로 전기를 만드는 터빈 발전기도 면밀히 점검될 계획이다. 몇 년간 방치된 터빈은 축 결함이 생기거나 날개에 부식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규제위원회(Nuclear Regulatory Commission, NRC)가 지난달 18일 팰리세이즈 발전소의 증기 발전기에 추가 테스트와 수리가 필요하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스리마일섬 발전소 역시 유사한 조치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핵연료 공급망 확보와 인식 개선 과제도 여전

핵연료 공급 확보도 큰 과제다. 특히 이 문제는 정상적으로 가동 중인 발전소들도 직면한 도전 과제다. 미국의 원자력 발전 회사들은 오랫동안 국제 시장에 의존해 왔으며, 핵연료봉에 사용되는 동위 원소 우라늄-235를 분리하고 농축하는 데 필요한 원자재인 ‘옐로케이크'(우라늄정광)를 수입해 왔다. 주요 공급 국가는 러시아로,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미국과 유럽의 제재는 핵연료 공급에 대해선 적용되지 않았다. 다만 최근 미국은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국 내 공급망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미국산 농축 우라늄 구매를 지원하기 위해 34억 달러(약 4조6,000억원)를 투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저탄소 전력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미국에서 폐쇄된 원자력 발전소가 대거 재가동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폐쇄된 발전소는 복구하기에는 상태가 양호하지 않을 수 있는 데다, 재개장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반대도 상당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본조르노 교수는 2021년에 폐쇄된 뉴욕의 인디언 포인트 에너지 센터를 예로 들며, 이 발전소가 뉴욕시에 인접해 있어 오랫동안 핵 안전 옹호자들의 비판을 받아온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모든 발전소 부지가 그대로 방치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 가지 대안은 기존 전송선과 기반 시설을 활용해, 과거 원전 부지에 향상된 안전 기능을 갖춘 대형 원자로나 혁신적인 설계를 적용한 소형 모듈 원자로를 건설하는 방법이다. 본조르노 교수는 “데이터 센터나 다른 응용 프로그램을 위해 이러한 대형 원자로를 더 많이 건설하려는 관심이 미국에서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전력 회사와 주요 고객들이 이를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문의 저자는 마이클 그레시코(Michael Greshko) 과학 분야 전문 저널리스트입니다. 영어 원문은 Power-Thirsty AI Turns to Mothballed Nuclear Plants. Is That Safe? | Scientific American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