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급한 큐익스프레스 300억 투자 유치 추진, SI·패밀리오피스 집중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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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익스프레스, 구영배·큐텐그룹서 완전 독립
300억원 미수금 해결 위해 기관투자자들과 접촉
재무상황 악화, 물류센터 임차보증금도 미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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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도 큐익스프레스 풀필먼트 센터/사진=큐텐

큐텐그룹 알짜회사로 분류되던 큐익스프레스가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공중분해 중인 큐텐그룹에서 독립한 뒤 대규모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패밀리오피스’로 불리는 국내의 큰손 투자자들과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큐익스프레스, 투자 유치 진행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큐익스프레스는 최근 국내외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대규모 자금 조달을 진행하고 있다. 올여름 티메프에서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벌어지면서 큐익스프레스도 300억원가량의 미수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큐익스프레스는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물류 플랫폼으로 2011년 싱가포르에서 설립됐다.

당초 큐익스프레스는 티메프 사태가 발생하기 전엔 큐텐(65.8%)과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29.3%)가 지분 95%를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 대표가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으로 경영에 실패하자 재무적 투자자(FI)가 나서 구 대표의 지분을 소각, 경영권을 박탈했다. 현재 큐익스프레스 지분은 크레센도(35%), 야놀자(31%), KKR·앵커PE·홍콩계 PEF(19%), 코스톤아시아·메티스톤PE·캑터스PE·산업은행PE(13%), 큐익스프레스 임직원(2%) 등이 나눠 가지고 있다.

큐익스프레스는 현재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일부 금액을 마련한 상황으로, 해외에서 채우지 못한 자금은 국내에서 보충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FI보다는 전략적 투자자(SI)나 패밀리오피스를 집중적으로 공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려야 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입장에서 정상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큐익스프레스에 투자할 만한 유인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패밀리오피스의 규모가 커지고, 프로젝트 펀드 시장이 축소되면서 이들이 중소형 하우스들 사이에서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큐익스프레스도 패밀리오피스에 투자를 제안하기 위해 접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밀리오피스는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세운 개인 운용사를 뜻하는 말로, 고객의 돈을 받아서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계정 자금을 가지고 운영한다는 점에서 다른 운용사들과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당국에 보고할 의무도 없고, 투자 전략도 광범위하다.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 염전 법인인 화성사가 모태인 성담, 조창걸 한샘 창업자가 설립한 태재홀딩스, 원재연 가이저파트너스 회장의 제니타스 등이 대표적이다.

캡티브 거래로 이룬 실적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큐익스프레스의 향후 수익성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다. 그동안의 실적은 큐텐그룹이 계열사들을 동원한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했던 큐텐그룹은 올해 들어 매달 초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에 큐익스프레스를 통해 그달 소화해야 할 물동량 목표치를 할당했다.

이에 따라 티메프 미정산 사태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 6월 각 계열사의 큐익스프레스 물동량 목표치 합계는 100만 상자에 달했다. 5월 목표치(80만)보다 물동량을 20% 더 늘리라는 주문이었다. 큐익스프레스의 국내외 한 달 물동량은 300만 상자 정도로 추산된다.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를 통해 월 수십만 박스에 이르는 물동량을 급격히 확대하다 보니 내부에서는 “큐익스프레스에서 소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물동량이 늘어나 서비스 품질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과정은 구 대표가 주도했다고 전해진다. 큐텐 관계자는 “ 구 대표가 참석하는 그룹 차원의 주간회의 때마다 목표치를 챙겨야 했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질책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큐텐 측은 각 계열사에 “큐익스프레스 상장준비와 연결되니 반드시 목표치를 달성해야 한다”, “구영배 사장이 실적 부진을 강하게 질책했다”는 내용의 전자우편도 다수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압박 속에서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는 역마진으로 상품을 싸게 내놔 판매량을 늘려주거나 배송료까지 일부 부담하면서 판매자들이 큐익스프레스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유도했다.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큐익스프레스에 이익을 몰아준 것이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큐익스프레스가 다른 곳보다 비싸다 보니 비용을 써가면서 물류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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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DPC이천 전경/사진=큐텐

물류센터·현금곳간 ‘텅텅’

그러나 계열사들의 희생에 기반한 일감 몰아주기에도 큐익스프레스의 재무 상황은 악화일로다. 큐익스프레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기준 큐익스프레스 한국법인의 현금성 자산은 6억원에 불과했다. 큐익스프레스가 물류센터 ‘QDPC이천(Qxpress Digital Partner Center)’의 전대를 결정한 것도 자금난 때문이다.

현재 큐익스프레스는 QDPC이천 지하 2층 저온 창고 9,057.85㎡(2,740평)를 빌려 쓸 대상자를 물색 중이다. 이는 QDPC이천 전체 창고 면적 중 31.9%에 달한다. 큐익스프레스는 작년 4분기 이곳의 전대를 결정했는데 QDPC이천 오픈 시점이 작년 9월임을 감안하면, 오픈 직후부터 현재까지 공실이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QDPC이천 오픈 전 구 대표는 물류센터 공간 전체가 필요하다고 봤으나, 사업이 여의치 않자 일부 창고를 전대키로 한 것이다.

부동산업계는 QDPC이천 공실에 따른 큐익스프레스 손실액이 매월 최소 1억5,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런 가운데 큐익스프레스는 QDPC이천 임차보증금의 잔금 27억원도 못 낸 상태다. 회사 측은 외부 조달을 통해 잔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큐익스프레스 한국법인의 단기성 차입금(1년 내 갚아야 할 돈)이 작년 기준 1,110억원이라, 자금 조달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