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등 돌리는 이공계 석·박사 유학생, 정착률 30% 그쳐
이공계 석·박사 중도 탈락률 상승세, 국내 정착한 박사는 30%뿐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공 들여온 정부, '머릿수 채우기'만 치중했나
"환경 개선해달라" 학계 차별에 고통받는 외국인 유학생들
국내 이공계 외국인 석·박사 유학생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이 한국을 이탈하는 사례 역시 나란히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계에서는 유학생의 잦은 이탈로 인해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 이하 스터디 코리아) 등 정부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의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공계 석박사 유학생 이탈 가속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이공계 외국인 유학생 중 석사 수는 5,011명, 박사는 5,399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을 찾는 이공계 석박사 유학생 수는 2020년 2월 9,685명에서 올해 2월 1만4,01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공계 석박사 유학생 수와 함께 학위 중도 탈락률도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8.0% 수준이었던 자연과학 계열 박사의 중도 탈락률은 (125명)에서 올해 8.5%(149명)로 0.5%p 늘었다. 같은 기간 공학계열 석사의 중도 탈락률도 5.2%(155명)에서 7.5%(229명)으로 2.3%p 증가했다. 전국 이공계 대학원 중도 탈락률이 5%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공계 석박사 유학생이 국내에서 학위 과정을 마친 후 한국을 이탈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에서 일자리를 찾아 정착한 이공계 외국인 박사 비중은 30%에 불과했다.
정부의 유학생 유치 정책, 효용성 ‘의문’
다수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등을 돌리는 가운데, 학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이 실효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정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스터디 코리아 정책을 필두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스터디 코리아 정책의 목표는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를 2027년까지 30만 명으로 확대, 전 세계 유학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을 2%에서 세계 10위권인 3%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스터디 코리아 정책은 실제 외국인 유학생의 절대적인 수를 확대하는 효과를 냈다.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유학생 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 1주기 점검 결과’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내 대학에서 학위 과정을 밟거나 어학연수를 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20만8,962명으로 전년(18만1,842명) 대비 15% 늘어났다. 이는 정부가 유학생 수 집계를 시작한 1999년 이후 25년 만에 최대치다.
문제는 외국인 유학생의 잦은 이탈로 인해 △지방대 운영 부담 경감 △지역 소멸 위기 해소 △우수 인재의 선제적 확보 등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의 이점이 희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학계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이탈을 막지 못한다면 스터디 코리아 정책은 ‘머릿수 채우기’ 정책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 시행 시) 양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학생 절반은 “韓 학계 차별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을 떠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학계에 만연한 차별적 정서가 지목된다. 시민단체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와 5개 연구정보센터(생물학연구정보센터, 기계로봇연구정보센터, 전자정보연구정보센터, 한의학융합연구정보센터, 의과학연구정보센터)가 국내 이공계 대학원 유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환경 조사에 따르면, 연구실에서 불평등과 차별을 느낀다고 답한 유학생 비중은 53.1%(매우 많다 12.1%, 어느 정도 있다 41%)에 달했다. 차별의 사례로는 언어 장벽에서 오는 오해와 고립, 행정 업무 및 장학금 수혜, 연구 기회에 대한 차별 등이 언급됐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조사를 통해 취합된 자유 의견을 통해 △언어 소통에 기인한 어려움 △생활비에 대한 고민 △한국 학계의 차별적 정서 등 유학 생활 중 겪은 고충을 털어놨다. 한 유학생은 ‘우리는 외계인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남기며 한국 학계의 차별적 정서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일부 유학생들은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언어 지원 △취업 기회 제공 △한국 정착에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유학생의 행정 절차 개선 등 유학생에게 우호적인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