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파운드리·시스템LSI 분사에 관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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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쟁력 약화한 삼성전자 파운드리, 시장 곳곳에서 '분사설' 제기
"사업 성장시키고 싶다" 분사 가능성 부인한 이재용 회장
삼성전자 특유의 메모리-파운드리 시너지, 분사는 비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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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및 시스템LSI 사업부 분사에 관심이 없다고 발언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실적 악화, 인텔 파운드리 분사 등의 영향으로 시장 곳곳에서 제기되던 ‘분사설’을 공식적으로 일축한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파운드리 분사설이 애초부터 현실성이 부족한 가설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재용 회장, 파운드리 분사설 일축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필리핀을 방문 중인 이 회장이 두 개 사업부를 분사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우리는 사업을 성장시키고 싶다. (두 개 사업부를) 분사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장이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설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2021년에는 투자 규모를 171조원으로 늘리며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시사하기도 했다. 문제는 최근 3나노미터 이하 첨단 공정 부문의 경쟁력 약화, 수주 부진 등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시장 입지가 점차 좁아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해 2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도 수조원 규모의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1위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 역시 점점 커지는 추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와 삼성전자의 2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각각 62.3%, 11.5%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내 경쟁력이 눈에 띄게 약화하는 가운데,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등 강경책을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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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파운드리 분사 움직임

지난달 전해진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파운드리 분사 소식은 이 같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분사설에 불을 붙였다. 앞서 지난 2021년 파운드리 사업부(IFS) 본격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지난 2년간 해당 사업 부문에 매년 250억 달러(약 33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했지만, 사실상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인텔 파운드리 부문은 재가동 이후 △2021년 51억 달러 △2022년 52억 달러 △2023년 70억 달러 등 매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인텔의 파운드리 부문이 기록한 누적 적자는 53억 달러에 달한다. 이에 시장 한편에서는 궁지에 몰린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를 아예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인텔은 자구책으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택했다. 창립 이후 50년간 이상 내부 조직으로 뒀던 반도체 제조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인텔은 분사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 부문의 독립성을 확보, 적극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달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파운드리 부문 분사 소식을 전하며 “인텔 파운드리 부분을 자회사로 두면 독립적으로 외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데다 독립성에 대한 고객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으며, 각 사업의 재무구조 최적화로 성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고 주주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직계열화 시너지’ 배제 어려워

다만 이 회장이 공식적으로 분사설을 부인하며 삼성전자가 인텔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분사가 애초부터 비현실적인 가설이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메모리 부문과 파운드리 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이뤄낸 기업”이라며 “경쟁사인 TSMC와의 격차가 상당한 현 상황에 계열사 시너지를 포기하고 분사를 단행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전부터 메모리 부문과 파운드리 부문의 ‘시너지’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해 왔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DSA) 부사장은 “고성능 컴퓨팅 생성형 AI 시대에 삼성전자가 정말 파운드리와 메모리의 융합을 통해 큰 강자가 되지 않을까 자신하고 있다”며 “메모리와 파운드리의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융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곳은 삼성전자밖에 없다고 여러 기업 CEO들이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메모리 제조사의 AI 반도체 주력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파운드리, 2.5D 첨단 패키징과 엮어 턴키(Turnkey, 일괄 수주) 서비스로 제공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기조연설에서 “고객들이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선 생산 능력(캐파) 확장 못지않게 전 제품의 주기를 줄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으며, 여기에서 삼성 파운드리만의 확실한 경쟁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패키지 제조 역량을 단일 조직에서 통합해 운영할 수 있으며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최대한 효율적이면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