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무부, 구글 검색 독점 깨기 위해 강제 기업 분할 검토
美 법무부, 반독점 소송 1심 승소 후 제재안 제출
크롬브라우저, 안드로이드 OS 등 매각 대상 거론
구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급진적인 조치" 반박
미국 법무부가 검색 시장에서 과도한 독점력을 행사한 구글에 대해 크롬 브라우저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분할 등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핵심 사업의 분할 조치와 함께 구글의 검색 결과와 인공지능(AI)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기본 데이터를 경쟁사와 공유하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美 정부, 핵심 사업 분할 등 ‘구조적 개선방안 검토’ 중
8일(현지 시각) 외신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최근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한 구글에 대해 일부 사업의 강제 매각을 포함한 구조적 개선 방안을 후속 조치로 검토 중이다. 그동안 테크 업계에서 구글의 사업 분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20년 법무부는 구글이 애플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 구글의 검색엔진을 기본으로 설정하게 하는 등 불법적으로 경쟁자를 배제하고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 왔다며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8월 1심 재판부는 구글의 패소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 과정에서 법무부는 구글이 독점 기업을 인정될 경우 적용할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고 재판부는 법무부에 제재 방안을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법무부는 이날 총 32장 분량의 제재안을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제출했다. 다만 해당 제재안은 초기 검토안으로, 법무부는 오는 11월 20일까지 추가로 변경하거나 보완한 내용을 제출할 계획이다. 구글도 12월 20일까지 자체적인 구제책을 제안할 수 있다. 법원은 양측의 제안을 검토한 후 내년 8월경 구글의 시장 지배력 제한을 위한 최종 제재 내용을 선고하게 된다.
이날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법무부는 “구글의 독점력으로 인해 경쟁사가 사용자 확보를 위해 경쟁할 인센티브가 거의 혹은 전혀 없다”며 “이러한 피해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구글이 확보한 유통 지배력은 물론 미래의 지배력까지 통제함으로써 독점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크롬 브라우저와 안드로이드 OS 등 구글 사업의 일부를 매각함으로써 현재 급성장 중인 인공지능(AI) 분야로까지 구글의 지배력이 확대되는 것을 막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강제 분할로 지배력 약화, 새로운 경쟁자 진입 가능해
미 정부가 독점기업의 분할을 추진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42년에는 미국 방송 산업을 독점했던 NBC를 강제 분할했고, 1982년에는 당시 전국의 전화 통신을 독점하고 있던 거대 공룡기업 AT&T에 대해 반독점 소송을 제기해 7개의 지역 벨 운영회사로 분할했다. 해당 판결은 미국 통신산업의 근간을 바꾼 결정적 순간으로 꼽힌다. 실제로 AT&T가 사실상 해체되면서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했고 소비자 이익 개선과 기술 발전이 이뤄졌다.
1989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MS가 막강한 윈도 OS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 브라우저를 끼워팔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2000년 1심 판결에서 법원은 MS를 분할하라고 명령했지만,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MS는 기술을 공유하고 끼워팔기 관행을 시정하기로 합의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으나, 해당 판결을 계기로 신생 인터넷 산업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구글에 대한 기업 분할 고려에 대해 “20년 전 MS를 분할하려던 시도가 실패한 뒤 미 정부가 불법 독점을 이유로 회사를 분할하려는 첫 번째 움직임”이라며 “당시 MS에 대한 제재를 통해 구글과 같은 새로운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는데, 법무부가 구글의 온라인 검색 시장의 독점에 대해 기업 분할이라는 제재를 검토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현지 전문가들은 안드로이드 OS와 크롬을 강제 처분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안드로이드 OS와 크롬 모두 시장에서 점유율이 매우 높은 상태기 때문에 다른 기업으로 넘어가더라도 다시 반독점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글로벌 모바일 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OS 점유율은 약 70%, 데스크톱 기준 크롬 점유율은 약 75%며, 구글의 글로벌 검색 서비스 시장 점유율 또한 89.2%에 달한다.
AI 독점 막기 위해 인덱스·데이터·피드 등 공개도 검토
이런 가운데 외신들은 법무부가 핵심 사업 분할 조치와는 별개로 구글이 애플에 대해 매년 진행했던 수백억 달러의 수수료 지급을 일절 금지하는 방안을 제재 내용에 추가로 포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법무부는 구글이 자사 검색 엔진을 새 기기에 사전 설치하거나 기본으로 설정하는 데 드는 비용 지불을 전면 차단함으로써 인터넷 검색 방식을 재편해 경쟁자가 성장할 수 있는 여지를 줄 것”이라며 “이 같은 조치를 통해 구글의 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그동안 애플 등 기기 제조업체에 비용을 지불해 스마트폰과 브라우저에 구글의 검색엔진이 기본으로 탑재되도록 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늘려왔다. 애플에 지급된 수수료만 2021년 기준 263억 달러(약 35조5,000억원)에는 이른다. 이에 대해 지난 1심 재판부는 “구글이 틱톡, 인스타그램, 아마존, 챗GPT 등 검색 시장에 많은 경쟁자가 존재한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충분한 자금력을 갖춘 경쟁사조차도 구글이 구축한 지배구조를 깨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구글의 지배력이 AI 분야로 확장되는 것에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구글이 검색 서비스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함으로써 AI 모델 개발·강화에 있어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법무부는 구글 검색에 활용되는 인덱스, 데이터, 피드, 모델을 API 등을 통해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더해 구글이 AI 경쟁사의 웹 콘텐츠 접근을 제한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하고, 구글이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 자사 콘텐츠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현재 항소를 준비 중인 구글은 회사 블로그를 통해 “미 법무부의 제안은 이 사건의 구체적인 법적 문제를 훨씬 넘어선 것으로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며 “검색어 공유가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위협하며, AI 도구에 대한 제한은 미국의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크롬과 안드로이드의 분리가 서비스를 파괴하고 기기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온라인 광고 시장 개입은 광고 가치를 떨어뜨리고 소비자에게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