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테크놀로지, 임금체불로 내년 3월까지 휴업
큐텐그룹 국내 핵심 계열사 큐텐 테크놀로지
9월부터 시작된 임금체불 끝에 2025년 3월까지 휴업 결정
싱가포르 본사도 8월 90명 해고 후 휴업에 들어간 상태
티메프 영업 중단 후 사실상 공중분해 상태라는 지적도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 대규모 미정산·미환불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큐텐그룹의 국내 핵심 계열사인 큐텐 테크놀로지가 임금체불을 이기지 못하고 내년 3월까지 휴업에 들어간다.
9월부터 이어진 임금체불, 내년 3월까지 휴업 결정
15일 큐텐 테크놀로지 경영지원본부는 이날 전(全) 사원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회사는 현재 지속적인 그룹사의 경영 악화로 서비스(인건비) 비용을 지급하지 못해 임직원의 임금체불이 계속되고 있다. 불가피하게 오늘부터 휴업을 신청하게 됐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폐업이 아닌 존속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도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앞서 큐텐 테크놀로지는 지난 8월에도 일부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고 9월에는 임직원 전체의 임금을 체불했다.
해당 공지에 따르면 큐텐 테크놀로지는 이날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휴업한다. 내년 4월 1일 영업 재개가 어려울 시에는 추가 안내를 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본부 측은 “현재 회사는 노동위원회에 무급휴업 승인 신청을 작성하고 있다”며 “해당 신청이 승인될 경우 무급으로 휴업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큐텐 테크놀로지는 해당 휴업 기간 중에 퇴직하게 되면 피보험 가입과 평균 임금 산정 기간에서 제외된다고 공지했다. 다만 해당 기간에도 큐텐 테크놀로지 임직원들의 고용관계는 유지되고, 근속 기간을 인정받아 퇴직금 산정 기간에도 포함된다.
큐텐 테크놀로지 관계자에 따르면 9월부터 이어진 임금체불이 장기화되는 데다, 티메프 등의 주요 국내 계열사가 사실상 영업 중단 사태를 맞은 탓에 그간 국내 운영 중단을 꾸준히 고민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 테크놀로지가 티메프의 자금 운용을 맡아왔던 사실상의 국내 모회사였던 만큼, 자회사들의 운영이 중단된 시점에 임금체불이 장기화되면서 누적되는 문제를 감당하지 못해 휴업을 결정한 것이다.
이에 티메프 피해자들은 국내 모 회사로 알려진 큐텐 테크놀로지마저 휴업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폐업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를 비롯한 큐텐 주요 관계자들이 채무 변제를 피하기 위한 법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미 싱가포르 본사도 휴업 중, 사실상 폐업 상태 지적
업계에서는 앞서 9월에도 이미 급여 지급이 어렵다는 공지가 나간 데다 직원들 대부분이 출근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인 만큼, 예견된 일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지난 9월 공지에서는 ▲고객사(그룹사)로부터 서비스 이용 요금을 받지 못해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점 ▲채권자들의 당사 자산(계좌) 가압류가 설정돼 계좌를 통한 거래가 어려운 점 등을 언급한 바 있다. 9월 공지가 나오기 전까지는 내부 임직원들이 임금 체불된 채 일만 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돼도 업무를 진행했지만, 급여일인 25일부터 이달 초까지 다수 직원들이 사실상 폐업 상태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싱가포르 본사도 이미 8월 이후부터 휴업 상태에 들어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국내 직원들의 이탈도 가속화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큐텐 싱가포르 본사는 지난 8월 중순 경영진 9명을 제외한 본사 직원 약 90명을 해고하면서 사무실에 출근하는 직원이 없었던 것이 알려졌다. 임원급 경영진 9명은 재택근무 중인 데다, 지난달 23일에는 싱가포르통화청(MAS, 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이 큐텐에 결제 서비스 중단을 명령하면서 직원이 출근할 이유가 사라진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티메프는 파산 신청 후 대지급금 지급, 큐텐 테크놀로지는 휴업이라 대지급금 나오기 어려울 듯
임금체불과 관련해서는 이미 노동부 강남지청에 다수 민원이 들어와 있는 상태로 큐텐 계열사의 임금체불 신고가 마무리되면 회사 측에 진위 여부를 확인한 뒤 대표 소환, 자료 정리 등 절차를 거쳐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도 임금체불에 대해 인정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상황을 보면 12월 말에는 송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고용부는 티몬·위메프 등 큐텐그룹 계열사 임금체불에 대해 서울강남지청과 서울남부지청에 별도 전담팀을 만들었다. 고용부는 임금체불 피해자를 위한 대지급금 지급과 생계비 융자를 추진하면서 이번 사태의 여파로 발생한 대규모 실직자에 실업급여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관계자들은 티메프는 파산 신청에 들어갔지만 큐텐 테크놀로지는 휴업이 결정됐다는 점에서 임금체불 사항에 대한 대지급금 정산 작업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지급금이란 근로자의 미지급 임금 일부를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제도로, 회사가 회생절차 돌입하거나 파산선고 결정이 되는 등 특정 상황에 해당할 때 대지급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 9월 노동부가 개최한 임금체불 관련 설명회에 참여했던 큐텐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 100여 명은 회사 파산 여부가 대지급금 지급 여부와 관련 있다는 설명을 듣고 파산 절차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질문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