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치지직’ 아프리카TV와 2강 형성, 유해 콘텐츠 차단은 과제
후발 주자 ‘치지직’ 경쟁력 강화, 200만 사용자 확보
게임 대신 버추얼·스포츠 등으로 서비스 확대
선정적 콘텐츠 차단 및 시청 경험 개선은 숙제
네이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CHZZK)’이 MAU(월간활성이용자수) 기준 200만 명대의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로써 국내 1위 스트리밍 플랫폼 SOOP(옛 아프리카TV)와 양강 구도를 형성했지만, 벗방(벗는 방송) 차단 등 기존 스트리밍 플랫폼과의 차별화는 과제로 남았다.
MAU 230만 명으로 아프리카TV 코밑 추격
16일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치지직의 MAU는 230만 명으로, 올해 5월 정식 출시 이후 매월 200만 명 이상의 이용자가 접속하고 있다. 같은 기간 아프리카TV의 MAU는 236만 명으로 근소한 차이다.
치지직은 글로벌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망사용료 문제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뒤 스트리머를 대거 흡수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트위치 공백을 적극적으로 노린 전략이 적중하면서 사실상 인터넷 방송 플랫폼 시장에 무혈입성한 셈이다. 이후 네이버는 광고 기반 수익과 함께 후원 시스템을 도입해 스트리머와 시청자 간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했다. 네이버 멤버십과의 연계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구독 기반 혜택을 제공한 점도 치지직의 성장을 견인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버추얼 스트리밍 관련 콘텐츠 확장 기대
현재 치지직은 스트리밍 콘텐츠를 다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초기에는 게임 스트리밍 중심이었지만, 게임 외의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로 확장해 더 많은 이용자를 유입시킨다는 목표다. 치지직은 특히 버추얼 스트리밍 관련 콘텐츠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버추얼 스트리밍은 가상의 캐릭터를 진행자로 내세워 동영상을 송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주류에서 새로운 스트리밍 장르로 인정을 받으면서 내년에는 관련 시장 규모도 14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치지직이 노선 변경을 결정한 건 출시 초기 예상과 달리 아프리카TV가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앞서 아프리카TV는 스트리머 영입과 2024 파리올림픽 중계권 확보로 인해 시청자 유입 효과를 받았고 리뉴얼과 글로벌 진출을 통해 점유율 1위 사업자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 관계자는 “서비스 초기 단계임에도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어 매달 사용자가 조금씩 늘고 있다”며 “향후에는 게임 외 다른 카테고리로도 스트리밍 주제가 확대될 수 있도록 창작자를 지원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버추얼 스트리밍을 하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스튜디오도 제작해 대여할 수 있도록 준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AI 필터링 ‘한계’ 드러나
다만 업계에서는 치지직의 향후 성장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 시각이 적지 않다. 치지직에서 일부 스트리머가 성인 인증이 필요 없는 게임 방송을 표면에 내걸고 그 뒤에서 선정적인 행위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러한 콘텐츠가 제대로 차단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헌 의원도 최근 국정감사 기간 치지직이 로그인, 성인 인증 등 아무런 제재 없이 유해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실제로 치지직 플랫폼에서는 벗방 콘텐츠 대부분 별도의 로그인이나 성인 인증 없이 시청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유해 콘텐츠를 송출한 뒤 스트리머가 영상을 보관하지 않고 삭제할 경우 운영진이 모니터링을 통해 제지하거나 이용자가 치지직에 신고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네이버는 인공지능(AI) 기반 필터링 시스템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AI를 통해 걸러낸 콘텐츠 건수는 집계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AI 기술이 콘텐츠를 정교하게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음에도 모니터링 인력은 부족하고 규정을 위반한 사용자에 대한 제재도 무겁지 않다. 치지직이 정식 출범한 이후 네이버 음란물 신고 창구를 통해 신고받은 영상을 게재한 채널 중 ‘이용 제한’ 조치를 받은 채널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심지어 아프리카TV 등 경쟁 스트리밍 플랫폼이 24시간 내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부서를 별도로 운영하는 데 반해 네이버는 치지직 전담이 아닌 네이버 전체 서비스에서 검토가 필요한 콘텐츠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같은 문제는 기존 스트리밍과 다른 건전한 플랫폼을 내건 치지직의 신뢰성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성장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