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에 상장하겠다” 증시 도전장 내민 토스, 산적한 악재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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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내년 증시 입성 목표로 IPO 일정 잡는다
동종업계 기업 케이뱅크,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 연기
"믿을 수 없다" 계열사 만성 적자·카뱅 전례에 난색 표하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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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가 내년 중 IPO(기업공개) 일정을 마무리한다. 증권사들의 높은 기업가치 평가, 실적 성장세 등을 발판 삼아 상장 움직임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한편 시장에서는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 △계열사들의 대규모 적자 △카카오뱅크의 실패 전례 등 각종 악재의 영향으로 토스의 IPO가 순항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토스, 내년 중 IPO 착수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토스는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내년 상장을 목표로 구체적인 기업공개(IPO)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정확한 상장 일정은 토스의 올해 결산일(12월 말)을 전후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1월 토스의 입찰제안서(RFP)를 접수했을 당시, 주요 증권사들은 토스의 기업가치가 15조~2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스가 하나의 앱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원앱’ 전략을 구현한 유일한 핀테크 플랫폼이라는 이유에서다. 결제, 증권, 기업금융, 보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열사들의 시너지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셈이다.

최근 이어진 실적 성장세 역시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에 따르면 토스의 24년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9,14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7% 성장했다. 손실도 대폭 축소됐다. 토스의 상반기 연결 영업손실은 94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5%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 역시 81.8% 감소한 201억 수준에 머물렀다.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의 대출 중개와 간편결제, 광고, 세무 등 컨슈머 서비스의 성장과 토스증권 등 계열사의 실적 호조에 따라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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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는 또다시 상장 연기

다만 토스의 IPO가 이대로 순항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동종업계 기업인 케이뱅크의 상장 연기 결정이 토스의 IPO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8일 케이뱅크는 “수요예측 결과 총공모주식이 8,200만 주에 달하는 현재 공모 구조로는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IPO 철회 소식을 밝혔다.

케이뱅크는 당초 이날 공모가를 확정하고, 오는 21~22일 일반 청약을 진행해 30일 상장할 예정이었다. 공모 규모는 총 8,200만 주이며 주당 희망공모가는 9,500원~1만2,000원, 희망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공모 금액은 9,840억원이다. 공모가 밴드에 따른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4조∼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공모 금액과 시가총액 모두 지난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IPO 이래 최대 규모다. 문제는 지난 10~16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케이뱅크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며 이 같은 상장 계획에 ‘먹구름’이 꼈다는 점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 수요예측에 참여한 대다수 기관투자자는 하단 가격인 9,500원 또는 이보다 낮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관은 주당 9,000원대 공모가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판단, 수요예측에 아예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공모가 밴드를 기존보다 낮은 8,500원으로 설정하는 안을 요청하기도 했다.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 등도 ‘변수’

시장 곳곳에서 토스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증권과 은행을 제외한 계열사의 ‘적자 행진’이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 의구심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는 토스증권과 토스뱅크를 포함해 16곳에 달한다. 그러나 이중 흑자를 낸 계열사는 토스증권과 토스뱅크가 전부다. 나머지 계열사는 창립 이후 지난해 결산까지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제출된 작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로 적자를 낸 토스페이먼츠다. 토스페이먼츠는 지난해에만 6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간편결제 시장에서 점유율 확보에 실패, 실적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양상이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진행한 2023년 하반기 간편결제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토스페이먼츠의 시장 점유율은 6%에 불과하다.

토스와 유사한 사업 구조를 지닌 카카오뱅크의 실패 전례 역시 토스에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은행이 아닌 플랫폼’이라는 선언과 함께 증시에 도전장을 내민 카카오뱅크는 이후 미미한 플랫폼 수익 비중으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바 있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2분기 플랫폼 수익(214억원)이 해당 기간 전체 영업수익(7,341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2%에 그친다.

플랫폼 사업의 부진과 대내외적 악재의 영향으로 주가는 빠르게 미끄러졌다. 상장 첫날 종가 기준 6만9,800원 수준이었던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18일(종가) 2만2,650원까지 미끄러졌다. 이는 공모가(3만9,000원)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는 금융사는 수익 구조가 대체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시장은 토스와 카카오뱅크를 겹쳐 볼 수밖에 없다”며 “시장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 토스가 차후 IPO 과정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