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와 격차 벌어진다” 삼성전자, 美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장비 인도 지연
미국 텍사스주 생산 기지 장비 인도 미룬 삼성전자
"TSMC 투자는 원활한데" 양 사 경쟁력 차이 뚜렷해
2분기 점유율 격차 소폭 확대, 위기 어떻게 헤쳐 나갈까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의 ASML 반도체 장비 인도를 미뤘다. 주요 고객 확보에 실패하면서 추가 생산 역량 확보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쟁사 TSMC가 글로벌 생산 기지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차후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가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고객 확보 실패”
18일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익명 소식통들을 인용,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약 23조원)를 투자해 짓는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에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 장비를 인도받는 것을 미뤘다고 보도했다. 당초 ASML은 올해 초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해당 공장에 인도할 예정이었으나,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 확보에 실패하며 계획이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EUV 장비는 스마트폰, 인공지능(AI) 서버 등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첨단 장비다.
이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테일러 공장 장비 인도 지연은) AI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첨단 칩 생산을 늘리고 있는 TSMC, SK하이닉스와 같은 경쟁사와 삼성전자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맥쿼리 애널리스트들는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대량 고객이 없으면 (테일러 공장은) 2026년 가동조차도 어려워 보인다”며 “추가 지연과 자산 상각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TSMC의 시설 투자 확대 기조
삼성전자가 신규 생산 기지 확보에 차질을 겪고 있는 반면 경쟁사인 대만 TSMC는 각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시설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례로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 위치한 TSMC 반도체 1공장의 경우 당초 준공에 5년가량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TSMC는 지난 2월 22개월 만에 공사를 마무리하고 준공식을 개최했다. TSMC 구마모토 1공장은 70억 달러(약 9조3,500억원·정부 보조금 포함)가 투입된 반도체 생산 시설이다. 해당 공장에서는 올해 말부터 한 달에 약 5만5,000장(300㎜ 웨이퍼 환산 기준) 규모의 12·16·22·28nm(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공정 제품이 생산될 예정이다.
현재 TSMC는 구마모토 1공장 인근 부지에서 2공장 신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공장 부지 면적은 제1공장의 약 1.5배인 32만1,000㎡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총투자액은 2조2,000억 엔(약 19조원) 규모다. 이 중 일본 정부가 최대 7,320억 엔(약 6조3,000억원)을 지원한다. TSMC는 구마모토 2공장에서 제1공장보다 앞선 6∼7나노(㎚, 10억분의 1m)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완공 후 제1공장과 제2공장의 월간 총 생산능력은 웨이퍼 10만 장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차후 TSMC의 파운드리 시장 과점 구조가 한층 공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 시장 관계자는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는 압도적인 생산 효율성과 제품력을 앞세워 시장을 질주하고 있으며, 공급 규모 역시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면서 “반면 2위인 삼성전자는 TSMC 수준의 첨단 공정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시점 각 사의 시장 경쟁력을 고려하면 차후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점유율 이미 크게 벌어져
실제 올해 2분기 파운드리 시장의 점유율 변화는 이 같은 시장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TSMC의 시장 점유율도 1분기 61.7%에서 62.3%로 0.6%포인트(P) 늘었다. 애플의 재고 보충 주기가 돌아오며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AI 서버 관련 고성능컴퓨팅(HPC) 칩 수요가 호조를 보인 영향이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1.0%에서 11.5%로 0.5%포인트 늘었으나, 동시에 TSMC와의 격차 역시 50.8%p로 1분기(50.7%p) 대비 소폭 확대됐다.
TSMC와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중국 SMIC(5.7%), 대만 UMC(5.3%), 미국 글로벌파운드리(4.9%), 중국 화홍그룹(2.1%) 등이 전 분기와 동일하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3~6위를 차지했다. 반면 지난해 9위에 이름을 올렸던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는 2분기 43억 달러(약 6조원) 규모 매출, -66%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파운드리 시장 상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위기에 몰린 인텔은 최근 파운드리 분사를 택하며 ‘초강수’를 뒀다. 지난달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전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반도체 제조와 설계 사업의 분리를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분사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 부문의 독립성을 확보, 실적 부진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인텔 파운드리 부문은 2021년 재가동 이후 △2021년 51억 달러 △2022년 52억 달러 △2023년 70억 달러 등 매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인텔의 파운드리 부문이 기록한 누적 적자는 53억 달러(약 7조원)에 달한다.
한편 삼성전자는 인텔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파운드리 및 시스템LSI 사업부 분사에 관심이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분사 가능성을 일축한 이상, 삼성전자는 어떻게든 (반도체) 시장에서 버티며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고객 수요가 대거 경쟁사(TSMC)로 이동한 상황인 만큼, (삼성전자가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