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AI 혁신의 양면, 경제 성장 견인과 확대되는 사회적 불평등
AI 혁신, 경제 성장과 고용 시장에 긍정적 영향
단, 중고급 숙련 노동자들에게 집중된 혜택
소득·자산 격차 심화로 사회적 불평등 문제 대두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그로 인한 경제적 영향이 학계와 정책 분야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특히 AI의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 적용 가능성과 이에 따른 노동 시장의 변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AI가 복잡한 업무를 지원하는 유용한 도구로 기능하는 동시에,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어 고용 전망에 대한 의견은 긍정적 견해와 부정적 견해로 엇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AI 도입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가장 중요한 영향은 민간 부문의 생산성 변화라는 점이 주목받고 있으며, 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되고 있다.
산업 생산성 증가와 소비자 물가 하락 견인
AI 혁신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분석하고, 특히 경제 성장, 인플레이션, 노동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안드레아 가차니(Andrea Gazzani)와 필리포 나톨리(Filippo Natoli) 이탈리아 중앙은행(Bank Of Italy)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980년부터 2019년까지의 미국 특허청 데이터를 활용해 AI가 미국 내 혁신에 미친 영향을 측정하는 포괄적인 지표를 개발했다. 이 지표는 △기계 학습 △자연어 처리 △컴퓨터 비전 △음성 기술 △지식 처리 △AI 하드웨어 △진화 연산 △계획 및 제어 시스템의 8개의 AI 분야를 기반으로, 각 특허에 포함된 AI 기술 내용을 반영해 산출된다. 연구진은 특허 제출 시점을 기준으로 월별 AI 점수를 산출해, AI 혁신 강도의 변화를 분석하고자 했으며, 이는 특허 데이터를 통해 미래 기술 변화를 예측하는 기존 연구 방식을 참고한 것이다.
분석 결과 미국의 AI 혁신이 확대되면 긍정적인 공급 충격과 유사한 효과가 나타나 산업 생산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소비자 물가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효과는 5년 후 최고조에 이르는 총요소 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이하 TFP)의 급격한 증가에 기인한다. TFP는 노동과 자본과 같은 전통적 투입 요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경제의 효율성 및 기술적 발전을 측정하는 지표로, TFP가 증가한다는 것은 동일한 자원으로 더 많은 생산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AI 혁신이 이러한 TFP를 증가시키는 이유는 새로운 기술 도입이 경제 전반에 걸쳐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때문인데, 이 효과는 기술이 실제로 기업과 산업에 완전히 통합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5년 후 최고조에 이른다.
노동 시장에서는 기업의 요구하는 업무가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공고 수가 해고 수를 넘어서면서 고용이 증가했고, 근로자의 임금·근로 시간·급여 모두 상승했으며, 특히 중고급 숙련 노동자들이 그 혜택을 크게 보고 있다. 이는 AI가 단순히 일자리 대체를 넘어 새로운 노동 시장 기회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는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면서도 새로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숙련된 노동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AI가 변화시키는 노동 환경 속에서 고숙련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기고 있다.
더 깊어진 소득 격차
AI 기반 기술 혁신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부문별 동향까지 연구 범위를 확장한 결과, 고용과 임금에 대한 영향은 산업 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 도입이 특정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확산되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거시경제적 효과 뒤에는 분배의 문제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AI 혁신은 상위 10% 소득 계층의 노동 소득과 부를 증가시키는 반면, 하위 50%가 보유한 자산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다. 이는 AI와 같은 기술 발전이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동시에 소득과 자산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한층 더 심화시키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에서 진행한 이번 연구는 AI의 영향을 특정 산업에만 국한하지 않고, 거시경제적 확장 효과까지 평가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AI 혁신이 생산성 향상과 경제 성장, 고용 시장 개선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동시에, 부의 분배 문제를 심화시키는 중요한 도전 과제를 동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연구진은 AI가 발전할수록 이러한 경제적 역학을 이해하는 것이 기술 발전의 부작용을 줄이고, 공정한 성장을 위한 정책 마련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문의 저자는 안드레아 가차니(Andrea Gazzani)와 필리포 나톨리(Filippo Natoli) 이탈리아 중앙은행(Bank Of Italy) 수석 이코노미스트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macroeconomic effects of AI innovatio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