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여기서 구한다던데”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몰린 수요, 약물 오남용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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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비대면으로 처방받는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 폭증
의약업계, 무분별한 비대면 처방으로 인한 약물 오남용 우려 확산
정상 체중 환자 부작용 미지수, 자살 충동 부를 위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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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사진=노보 노디스크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국내 출시 이후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진료로 간편하게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음은 물론, 재고가 있는 약국과 가격도 쉽게 확인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위고비의 무분별한 비대면 처방으로 인해 약물 오남용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위고비 비대면 처방 수요 급증

21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위고비 출시일인 지난 15일 이후 주요 비대면 진료 서비스인 닥터나우와 나만의닥터의 앱 다운로드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닥터나우의 앱 다운로드 수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약 2만 건 증가했다. 일일 다운로드 건수는 4,000~5,000건 수준으로 10월 초(일일 다운로드 1,000여 건) 대비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나만의닥터의 다운로드 수도 3,564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위고비 비대면 처방을 적극적으로 안내하며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닥터나우는 플랫폼 내에서 △하루 1회 맞는 다이어트 주사 처방 △주 1회 맞는 다이어트 주사 처방 △먹는 다이어트약 처방 등 ‘항목’과 △1펜 △2펜 △3펜 등 ‘처방 기준’을 본인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조치, 환자에게 처방 주도권을 쥐여줬다. 나만의닥터 역시 △삭센다·빅토자 △위고비·오젬픽 △먹는 다이어트약 등 ‘처방 종류’와 △1펜 처방 △2펜 처방 △3펜 처방 △4펜 처방 △5펜 처방 등 ‘처방 단위’를 이용자가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기업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개발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유사체 치료제로,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GLP-1을 흉내 내 위에서 음식물을 소화하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느끼고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를 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위고비는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비만 환자 및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등 동반 질환이 있는 성인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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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오남용 우려 확대

의약업계 관계자들은 비대면 진료를 통해 위고비가 과도하게 처방될 경우 오남용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 개원의는 “전화 등으로 진행되는 비대면 진료의 경우 (의료진이) 환자의 체중, 건강 상태, 식습관, 부작용 등을 충분히 고려해 약물을 처방하기가 어렵다”며 “약물 오남용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병원 내에서의 대면 처방을 우선으로 하거나,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더라도 첫 진료는 대면으로 진행하도록 하는 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사 제품인 ‘삭센다’의 악용 전례 역시 위고비 오남용에 대한 업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위고비보다 먼저 출시된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삭센다는 이미 암암리에 불법 처방·유통되고 있다”며 “최근 국내에 들어온 위고비는 이미 해외 유명인들의 체중 감량 성공 사례로 화제가 된 약물로, 앞으로 (불법 유통 및 처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실제 SNS상에서는 비대면 진료의 허점을 악용, 미용 목적으로 위고비를 처방받은 이들의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플루언서 A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요즘 핫한 위고비를 구했다”며 “키 171㎝에 55㎏으로 시작해, 일주일 뒤 몸무게를 공개하겠다”고 홍보성 게시물을 올렸다. 키 170㎝ 이상에 체중 50㎏대라고 밝힌 인플루언서 B씨도 “나만의 닥터 앱에서 전화 한 통으로 처방을 받았다”며 비대면 플랫폼을 통한 위고비 구매 방법을 공유했다.

위고비 부작용 경계해야

약물 불법 유통 및 오남용의 가장 큰 문제는 ‘부작용’에 있다. 코라도 바르부이(Corrado Barbui) 이탈리아 베로나대 정신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 8월 ‘미국의사협회지(JAMA) 네트워크 오픈’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의 주성분)를 투여한 환자에게서 자살 사고 징후가 발견됐다. 세마글루타이드의 자살 부작용 사례는 구체적으로 △자살 충동 88% △의약품 과복용 7% △자살 시도 7% 등으로 확인됐다. 부작용 사례자 107명 중 7%는 자살 시도와 자살 충동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일부 전문가들은 위고비가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품인 만큼, 일반인 대상으로는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허양임 대한비만학회 홍보이사(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약의 임상시험은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된 것이기 때문에 정상체중인 사람이 썼을 때 부작용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며 “기대만큼 체중 감량이 안 될 수도 있고 구토, 설사 등 알려진 부작용 외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