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텍-퀄컴-애플 3파전” 격화하는 모바일 AP 시장 경쟁, 삼성전자 엑시노스는 성과 부진
미디어텍, 中 비보 신제품에 '디멘티시 9400' 탑재
애플은 A18 시리즈, 퀄컴은 스냅드래곤 8 엘리트로 승부수
국내 모바일 AP 대표 주자 삼성, 수율 부진으로 '홍역'
프리미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만 미디어텍이 디멘시티 시리즈를 앞세워 프리미엄 모바일 AP 시장 영향력을 키워가는 가운데, 퀄컴과 애플 등 주요 모바일 AP 제조 업체들도 줄줄이 준수한 성능의 첨단 AP 제품을 내놓으며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모바일 AP 시장 패권 넘보는 미디어텍
22일 공상시보 등 대만 언론은 “비보가 신제품을 출시하며 가격을 7% 이상 인상했는데, 이는 미디어텍의 AP 가격 상승과 연관된다”며 “미디어텍의 프리미엄 플래그십 제품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할 때 5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가 14일(현지시각) 공개한 스마트폰 신제품 ‘X200 시리즈′에는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9400이 탑재됐다.
지난 9일 시장에 공개된 디멘시티 9400은 3.62GHz 이상의 속도를 자랑하는 Arm의 코어텍스-X925 코어와 3개의 코어텍스-X4 코어, 4개의 코어텍스-A720 코어를 탑재한 옥타코어 CPU를 담은 모바일 AP 제품이다. 전작인 디멘시티 9300와 비교하면 싱글 코어 성능은 35%, 멀티 코어 성능은 28% 향상됐으며, TSMC의 2세대 3나노 공정(N3E)에서 생산돼 전력 소비량도 이전 제품 대비 4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미디어텍은 보급형·중저가 모바일 AP 시장의 강자였으나, 2019년부터 디멘시티 시리즈를 통해 프리미엄 모바일 AP 시장에 진출하며 시장 1위 업체인 퀄컴의 위상에 도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텍의 참전으로 프리미엄 모바일 AP 시장의 경쟁이 한층 격화했다”며 “3나노 첨단 제품 경쟁에서 승기를 쥐는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퀄컴·애플의 첨단 제품 라인업
이런 가운데 시장은 하반기 시장 경쟁을 주도할 주요 모바일 AP 제조사들의 첨단 제품 라인업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프리미엄 모바일 AP 시장의 대표적인 플레이어로 꼽히는 퀄컴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와일레아 비치 리조트 메리어트에서 열린 ‘퀄컴 스냅드래곤 테크 서밋 2024’에서 ‘스냅드래곤 8 엘리트’ 모바일 플랫폼을 공개했다.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퀄컴 최초의 3나노 제품이 베일을 벗은 것이다.
퀄컴 스냅드래곤8 엘리트는 전작인 스냅드래곤8 3세대 대비 44% 높은 CPU 전력 효율을 자랑한다. 이외로도 GPU(40%), AI(45%), SoC(27%), NPU(45%) 등 다방면에서 성능이 향상됐다. 스냅드래곤 8 엘리트에 적용된 오라이온 CPU 역시 성능이 개선됐다. 전작 대비 싱글코어 성능이 45%, 멀티코어 성능이 역시 45% 개선됐으며, 웹브라우징 능력은 62% 늘었다. 게이밍 성능은 전작 대비 40% 성능 향상됐으며, 레이 트레이싱 역량도 35% 개선됐다.
최근 모바일 AP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애플은 지난달 공개한 3나노 ‘A18’ 시리즈를 필두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A18 시리즈의 최고 성능 제품인 A18 프로 칩에는 2개의 성능 코어와 4개의 효율 코어를 탑재한 새로운 6코어 CPU(중앙처리장치)가 탑재됐다. 전반적인 성능은 이전 세대 대비 15% 향상됐으며, 병목 현상 없이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데이터양을 뜻하는 시스템 메모리 대역폭도 17%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 못 추는 삼성전자 ‘엑시노스’
한편 국내 모바일 AP 시장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는 중급 AP 제품인 ‘엑시노스’ 시리즈 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다. 지난 수년간 엑시노스 시리즈는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의 아성에 밀려 갤럭시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에 좀처럼 활용되지 못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제품 ‘갤럭시S24’ 고급 모델에도 퀄컴 AP가 탑재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갤럭시S25에 엑시노스 시리즈가 활용될 가능성도 사실상 낮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시장은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으로 개발 중인 차세대 AP ‘엑시노스 2500’이 갤럭시 S25 일반형 모델에 전량 탑재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엑시노스 2500이 수율 문제와 성능에서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의 수율은 현재 20~3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며 “통상 안정적인 양산이 가능한 수율은 60% 수준으로, 수율 문제를 잡지 못하면 (엑시노스 시리즈의) 활용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바일 AP 제품의 경쟁력 확보에 실패하면서 삼성전자의 AP 시장 점유율 역시 부진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3나노 AP 신제품을 앞세워 시장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미디어텍, 퀄컴 등과는 사뭇 대조되는 양상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은 미디어텍 32%, 퀄컴 31%, 애플 13%, 삼성전자 6%, 하이실리콘(화웨이) 4%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