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군백기’ 미리 알고 하이브주식 매도한 계열사 직원들, “입대가 중요 정보인지 의문”

160X600_GIAI_AIDSNote
BTS 진 입대 발표 후 주가 24% 폭락
하이브 전·현직 직원들, 발표 전날 주식 매도로 손실 회피
"입대 사실 알았지만 중요 정보인 줄 몰라"
BTS_X_TE_20241023
사진=BTS X(옛 트위터) 캡처

그룹 방탄소년단(BTS) 입대 사실을 미리 알고 하이브 주식을 팔아 2억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계열사 직원들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입대 사실은 알았지만 중요 정보인 줄은 몰랐다는 주장이다.

하이브 전·현직 직원들, 공소사실 모두 부인

22일 서울남부지법 제13형사부(부장 김상연)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빅히트뮤직 전 직원 이모(32)씨, 빌리프랩 전 직원 김모(40)씨, 현 쏘스뮤직 소속 김모(36)씨 등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세 회사 모두 하이브 계열사로 이들은 2022년 5, 6월 BTS 멤버 진의 입대로 그룹 단체 활동이 중단된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보유하고 있던 회사 주식을 매도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재판에서 변호인들은 모두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들은 “BTS 멤버 진의 군입대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이와 관련된 완전체 활동 중단 및 발표 시기 등에 대해선 몰랐으며, 군입대 자체가 미공개 중요 정보인지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씨 측 변호인도 “입대 자체가 미공개 중요 정보인지 의문”이라고 해명했고, 빌리프랩 김씨 측 변호인 역시 “BTS 입대 정보는 들은 적 있지만 미공개 정보에 해당하는지 몰랐다”고 밝혔다.

검찰 “미공개 중요 정보 활용해 손실 피한 것”

그러나 검찰은 BTS가 완전체 활동을 중단한다는 정보는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공개 중요 정보라고 반박했다. BTS는 2022년 6월 14일 유튜브 채널 ‘방탄TV’를 통해 멤버들의 입대로 단체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했는데, 검찰은 이들이 해당 사실을 미리 알고 영상 발표 전날까지 하이브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영상이 공개된 다음 날 하이브 주가는 24.78% 떨어졌다. 이에 이씨 3,300여 만원(500주), 김씨 1억5,300여 만원(2,300주), 김씨 4,500만원(1,000주) 등 총 2억3,100여 만원의 손실을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특히 이들이 해당 정보를 비주얼 크리에이티브(Visual Creative·뮤직비디오, 앨범 자켓, 헤어, 의상 등 아티스트의 겉으로 보여지는 모든 것을 관리하는 업무) 또는 의전 업무 부서 근무 경력을 이용해 취득했다고 지적했다. 업무 특성상 BTS 멤버들과 수시로 접촉하며 멤버들의 군입대 및 활동 중단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BTS가 활동 중단을 알리는 영상을 촬영할 무렵, 해당 업무 담당자에게 지속적으로 군입대 및 활동 중단에 대해 문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활동 중단 영상 공개 직전 지인에게 “(BTS가) 군대 간다는 기사가 다음 주에 나온다는데 주식을 다 팔아야겠다”고 말한 후 실제로 주식을 매각했고, 범행 직후 직장 동료에게 “아직도 (주식을) 안 팔았냐”고 말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BTS_BIGHIT_TE_20241023
사진=빅히트뮤직

활동 중단 영상 공개 전 이미 입대 발표

다만 일각에서는 BTS 멤버들의 군입대와 관련된 정보를 사실상 중요 정보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은 멤버들의 활동 중단을 알리는 영상이 외부에 공개되기 전이란 이유로 이를 미공개 중요 정보로 판단했으나, BTS 멤버들의 병역 의무 이행에 대한 언급이 수년 전부터 있어왔다는 점에서 이들의 입대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는 지적이다.

BTS 군복무와 관련한 언급이 처음 나온 것은 2020년으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다. 개정안의 골자는 대중문화예술우수자로 국위선양에 기여했다고 인정받는 사람이 군 징집과 소집을 만 30세까지 미룰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전 의원의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BTS 멤버 중 맏형인 진(본명 김석진, 1992년생)은 만 30세가 되는 2022년까지 입대를 연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2년 ‘2030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운동 중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입대 연기가 아닌 병역 특례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섰고, 이에 부담을 느낀 BTS는 진을 시작으로 전원 입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는 군 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다. 다만 대중문화예술인은 이에 해당하지 않아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나왔고, BTS가 글로벌 음악 시장을 무대로 호성적을 낼 때마다 이들의 병역특례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2022년 당시 빅히트 뮤직은 “곧 개인 활동을 갖는 멤버 진은 10월 말 입영 연기 취소를 신청할 예정이며 이후 병무청의 입영 관련 절차를 따르게 된다”며 “진을 시작으로 다른 멤버들도 순차적으로 입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티스트들과 함께 그동안 병역 이행 계획을 구체화해 왔다”면서 “결정한 사항을 알려드리는 시점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으며, 2030 세계박람회 유치 지원을 위한 부산 콘서트가 마무리된 지금이 이를 알려 드리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