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올해 노벨상, AI가 아니라 수상자의 ‘업적’에 주목해야
노벨 물리학상, 인공신경망 구현한 공로 인정
단백질 구조 예측에 혁신 일으킨 딥마인드
단, 미래 노벨 과학상은 모두 AI 연구자의 몫이라는 반응은 과해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인공지능(AI) 연구자가 올해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받은 가운데, 앞으로 노벨 과학상은 모두 AI 연구자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노벨위원회가 공로를 인정한 것은 전반적인 AI 연구가 아니라 해당 부문에서 기여한 막대한 업적이다. 전문가들은 AI에 과장된 기대를 갖는 걸 조심하고, 올해 노벨상에서 집중해야 하는 것은 AI가 아니라 그들이 이루어 낸 ‘업적’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의 겨울을 넘어선 AI
최근 들어 AI는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 AI가 절대 섭렵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바둑을 시작으로 영향력을 점차 넓혀갔다. 생성형 AI를 통해 회의록을 요약하거나 이미지 인식을 활용해 불량품을 빠르게 확인하는 등 이전에는 상상 속에 존재했던 일을 실제로 해내고 있다. AI가 생산성 혁신을 이루어 낸 덕분에 업무 효율성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간 상태다.
그러나 AI가 활약하기까지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AI는 두 번의 고비를 겪으며 단단한 기반을 갈고 닦았다. 첫 번째 고비는 인공신경망의 시초인 단층 퍼셉트론이 배타적 논리합(XOR)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면서였다. 이후 층(layer)을 여러 겹 쌓는 방식인 다층 퍼셉트론으로 배타적 논리합 문제를 해결한 것과 더불어 역전파(Backpropagation) 개념이 나오면서 AI는 다시 희망을 엿봤다. 하지만 다층 퍼셉트론은 어마어마한 계산량이 필요했을뿐더러 계산상의 여러 한계로 AI는 다시 겨울로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AI 연구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이어 나갔다. 연구진은 다층 퍼셉트론이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뿐, 현실에서는 엄청난 계산량으로 구현되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던 중 제한된 볼츠만 머신(Restricted Boltzmann Machine, RBM)이라는 계산법과 이를 적용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만들어 내면서 계산 혁신을 이루어 냈다. 길고 긴 겨울을 지나 AI는 비로소 빛을 볼 수 있었다. AI는 튼튼한 기반을 바탕으로 차차 업적을 이루어 나갔고, 결국 노벨상을 받을만한 업적까지 달성한 것이다.
노벨위원회 “AI 연구자가 이루어 낸 지대한 업적 인정해”
올해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은 AI 연구자에게 수여됐다. 노벨 물리학상은 홉필드(John Hopfield) 미국 프린스턴대(Princeton University) 교수와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캐나다 토론토대(University of Toronto) 교수에게 돌아갔다. 홉필드 교수는 울퉁불퉁한 지형을 굴러가는 공이 종종 가장 낮은 골짜기로 돌아오는 것을 ‘기억’한다는 직관적인 비유를 생각해 냈다. 한편 힌턴 교수는 층을 더 깊게 할수록 생기는 문제를 한 걸음 한 걸음 해결해 나가며 다층 퍼셉트론을 구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즉, 노벨 물리학상은 ‘AI와 그 응용’이라는 포괄적인 범위에서 수상한 것이 아니라 물리학을 기반으로 정보에 대한 기초 연구의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반면 노벨 화학상에서는 AI를 활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업적의 주인공은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 딥마인드 CEO와 존 점퍼(John Michael Jumper) 딥마인드 이사다. 이들은 난공불락의 문제로 여겨졌던 단백질 구조 예측에 높은 성과를 보였다. 단백질 구조 예측으로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인류에게 미칠 지대한 영향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단백질은 형태가 곧 기능으로 어떤 모양을 가지느냐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정해진다. 따라서 단백질 구조를 알게 된다면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한풀 덜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단백질 구조 예측은 많은 연구자에게 좌절감을 안겨줬다. 그 이유는 단백질이 가진 복잡한 형태에 있다. 단백질은 얽힌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접혀 있으나, 어떤 방식으로 접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가 가진 정보는 단백질의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으로 제한된 정보를 갖고 단백질 구조를 예측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으로 인해 2018년까지 모든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분류된 단백질은 2억 개지만, 확인된 구조는 0.1%도 되지 않는 15만 개뿐이다. 그러던 중 허사비스와 점퍼는 단백질 구조 예측대회(CASP)에서 알파폴드를 선보여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알파폴드는 첫 대회에서 경쟁자들과 큰 차이를 내며 우승했고, 두 번째 대회에서는 2억 개의 단백질 접힘 구조를 매우 정확하게 계산해 냈다.
이처럼 노벨위원회가 AI 연구자에게 AI 연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노벨상을 수여한 게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층 퍼셉트론의 핵심인 RBM을 제안한 힌턴 교수와 이러한 모델이 나올 수 있도록 물리학 기초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홉필드 교수는 물리학에 큰 공헌을 했으며, 허사비스와 점퍼는 화학에서 핵심 문제인 단백질 구조 예측에 혁신을 이루어 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따라서 앞으로 받을 노벨 과학상은 모두 AI 연구자일 것이라는 추측은 과장된 면이 있다는 반응이다.
원문의 저자는 댄 가리스토(Dan Garisto) 프리랜서 과학 저널리스트입니다. 영어 원문은 Don’t Panic. AI Isn’t Coming to End Scientific Exploration | Scientific American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