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엔진 식은 폭스바겐, 10% 임금 삭감 및 공장 폐쇄 검토

160X600_GIAI_AIDSNote
폭스바겐 '허리띠 졸라매기' 착수, 인건비 40억 유로 절감
독일 내 생산 시설 폐쇄도 검토 중, 2만 개 일자리 소멸 전망
68만에 이르는 직원, 수익성 낮아, '고용안정협약' 종료되나
volkswagen_TE_20241028
사진=폭스바겐

글로벌 주요 완성차 기업인 폭스바겐(Volkswagen)이 다양한 비용 절감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독일 자동차 업계를 이끌던 대표 기업의 성장 엔진이 차갑게 식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폭스바겐, 인건비 절감 방안 검토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한델스블라트 등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최근 인건비 절감에 나섰다. 폭스바겐은 임금 10%를 삭감하고 2년간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40억 유로(약 6조원)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 경영진 판단이다. 이와 더불어 최고위 직원들의 보너스 상한선 설정을 비롯해 각종 기념일 수당 축소 등도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지난 30년간 유지해 왔던 고용안정협약도 종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를 통해 2026년까지 150억 유로(약 22조원)를 절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독일 매체 슈피겔은 폭스바겐 조치로 일자리 2만 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내 폭스바겐 직원은 10만 명에 달한다.

獨 정부 세액 공제 부활했지만

폭스바겐이 구조조정에 나선 건 수익성 악화에 따른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함이다. 폭스바겐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833억 유로(약 124조6,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5억 유로로 2% 감소했고, 영업이익률도 6.6%를 기록해 0.4%포인트 낮아졌다.

폭스바겐은 내연기관차 중단을 서둘러 온 유럽연합(EU) 정책에 맞춰 급히 전기차 전환에 나섰지만 수요 부진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올해 1~7월 유럽에서 팔린 승용차 중 전기차는 13.8%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중국차가 대부분 잠식했다. 지난 6월 중국의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11%로 사상 최고였다.

게다가 폭스바겐은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도 15년간 지켜온 1위 자리도 중국 전기차 BYD에 내줬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방대한 내수에 힘입은 중국 기업에 기술·가격 경쟁력 모두 뒤처졌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며 전기차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대응한 한국·일본 기업에도 밀렸다.

이렇다 보니 시가총액도 글로벌 자동차 판매 1위 기업인 도요타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지난해 글로벌 차량판매 대수는 도요타가 1,123만 대, 폭스바겐이 924만 대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시가총액은 522억 유로(약 78조원)로, 42조 엔(약 390조원)에 달하는 도요타 시가총액과 무려 5배 가까이 차이난다.

이에 독일 정부는 지난 9월 전기차를 구매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세제 개편안을 급히 의결했다. 올해 7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구매한 전기차에 적용된다. 이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 7월 독일 정부가 발표한 경기부양 패키지의 일부로, 독일 정부는 세금 절감 효과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약 4억6,500만 유로(약 6,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소식은 폭스바겐이 경영 악화로 독일 내 공장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나왔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2일 폭스바겐이 독일 내 공장 폐쇄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정부 지원에도 폭스바겐은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 업계는 폭스바겐이 비용 절감 외에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volkswagen_TE_002_20241028
사진=폭스바겐

노사 모두 구한 폭스바겐의 ‘워크쉐어링’, 존폐 기로에

폭스바겐의 수익률 개선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고용보장제도와 68만 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 꼽힌다. 슈피겔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폭스바겐의 독일 현지 포함 전세계 임직원 수는 68만4,025명으로 도요타보다 약 30만 명이 더 많다. 전체 임직원 중 43.7%인 29만여 명이 독일에 근무하고 있는데, 이들은 노사 간 ‘고용안정협약’에 따라 2029년까지 고용이 보장돼 있다.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전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인 이른 바 ‘워크쉐어링(일자리나누기)’의 일환인 고용안정협약은 그동안 폭스바겐의 성장 원동력으로 역할했다. 1994년부터 실시된 워크쉐어링의 핵심은 사측이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노조는 임금 보전 없는 근로시간 단축(주4일제 도입으로 주당 노동시간 36시간에서 28.8시간으로 단축)에 합의한 것이다. 이를 통해 노동시간이 20% 줄어들고 노동자 소득은 최고 16%가 줄어들었으나 고용이 안정돼 노와 사의 신뢰가 쌓였다.

노동유연성을 위한 조치도 마련했다. 1995년에는 감산으로 조업이 단축될 경우 노동자에게 기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보장해 주고 결손된 조업시간은 이후 증산 시 결산하는 등 내용을 담은 ‘노동시간 계좌제’를 도입했다. 이로써 폭스바겐은 수요 변동에 따라 생산량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교대제 또한 설비 특성에 따라 1교대제~3교대제 등 다양하게 분화시켰다.

2004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50%에서 17%로 급락하는 등 위기가 찾아왔을 때도 폭스바겐은 워크쉐어링을 통해 위기를 벗어났다. 당시 폭스바겐은 2011년까지 노동자 전원 고용 보장과 3년간 임금 동결을 주고받았다. 그룹 내 타회사 파견까지 수용하는 등 노동자의 큰 희생이 뒤따르는 조치였으나 이 모델은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정리해고를 막은 것은 물론, 새 일자리까지 창출해 냈다.

하지만 계속되는 실적 악화로 인해 폭스바겐은 더 이상 노사 상생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폭스바겐 경영진이 독일 내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함께 고용안정협약도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성명에서 “고용안정협약을 이어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몹시 어렵고 심각한 상황”이라며 “포괄적 구조조정을 거칠 것이며 공장 폐쇄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