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만 동의하면 된다” 초읽기 들어간 티빙-웨이브 합병, 시장 전망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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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웨이브 합병 급물살, 마지막 복병은 'KT스튜디오지니'
네이버와 손잡고 질주하는 넷플릭스, 합병으로 제동 걸 수 있을까
"어차피 양쪽 다 적자 기업인데" 의구심 지우지 못하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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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OTT 플랫폼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안에 웨이브 주요 주주인 지상파 3사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로써 티빙 측 주요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가 양 사 합병의 마지막 복병으로 떠오르게 됐다. 장기간 이어진 합병 논의가 어느덧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시장은 양 사가 합병 이후 창출할 시너지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상파 3사 합병 동의, 남은 건 KT뿐

29일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의 주요 주주인 KBS·MBC·SBS 등은 최근 티빙과 합병 관련 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티빙 측 주요 주주인 KT의 콘텐츠·미디어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 측은 아직 합병안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 웨이브 지분은 SK스퀘어가 약 40.5%를, 나머지는 지상파 3사가 각각 19.8%씩 보유하고 있다. 티빙 지분은 CJ ENM이 49%를, KT스튜디오지니가 13.5%를 가지고 있다. 

업계는 KT가 자사의 IPTV 사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지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OTT가 미디어 트렌드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IPTV 서비스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KT 기업공개(IR) 자료에 따르면 올해 KT의 2분기 IPTV 가입자 수는 942만3,000명으로 1년 전(947만 명) 대비 소폭 감소했다.

만약 KT가 이 같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합병안에 찬성할 경우, 양측 주주들은 곧바로 합병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티빙과 웨이브가 곧장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 내로 합병법인을 출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안과 관련해 KT 측은 “유료방송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며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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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해서 넷플릭스 저지해야”

이런 가운데 콘텐츠 업계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더 이상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국내 OTT 업계 1위인 넷플릭스가 적극적인 점유율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는 만큼, 양 사 역시 신속한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9월 기준 국내 주요 OTT 앱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넷플릭스 1,167만 명 △티빙 787만 명 △쿠팡플레이 679만 명 △웨이브 427만 명 △디즈니플러스 282만 명 △왓챠 54만 명으로 파악됐다.

현시점에는 티빙이 넷플릭스를 바짝 뒤쫓고 있지만, 격차가 재차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넷플릭스와 네이버와의 협력을 통해 이용자 수 확대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오는 11월부터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넷플릭스 이용권을 제공할 방침이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은 월 4,900원(연간 이용권 월 3,900원)의 요금을 지불하면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선택해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해당 요금제는 콘텐츠 시청 시 일부 광고를 시청해야 하는 상품으로, 기존 넷플릭스 광고형 요금제(5,500원) 대비 600원 저렴하다.

네이버는 지금까지 티빙과 제휴를 맺고 멤버십 회원들에게 티빙 방송 무제한 요금제 이용권을 제공해 왔다. 티빙과 넷플릭스가 네이버 멤버십 내에서 격돌하게 된 셈이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1,000만 명 내외의 가입자를 보유한 초대형 멤버십으로, 구독 유지율이 95%에 육박한다. 멤버십 가입자들의 OTT ‘양자택일’이 양사의 이용자 수에 유의미한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네이버의 제휴는 티빙에는 위기고, 넷플릭스에는 새로운 기회”라며 “합병 등을 통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티빙의 성장세가 다시 정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시너지 부족’ 우려도

다만 일각에서는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통해 유의미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양사가 장기간 누적된 적자로 재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합병 이후로도 막대한 자본을 갖춘 넷플릭스를 상대로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지난해 기준 티빙은 1,420억원, 웨이브는 803억원의 적자를 냈다. 반면 지난해 기준 넷플릭스가 보유한 현금은 약 9조8,2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법인 가용 현금(1,795억원)의 50배가 넘는 금액이다.

티빙-웨이브 합병 법인의 MAU 증가 폭이 시장 기대를 밑돌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수의 국내 OTT 이용자가 OTT 플랫폼을 중복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합산 수치로 합병 법인의 규모를 가늠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OTT 구독 개수는 평균 2.1개로 집계됐다. 업계는 독점적으로 지상파 3사 콘텐츠와 실시간 방송을 제공하는 웨이브와 오리지널 및 종합편성채널 콘텐츠를 제공하는 티빙을 중복 이용하는 이용자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으로 인해 플랫폼 수가 줄어들면 결과적으로 공개되는 작품 수가 감소하며 국내 미디어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지난 2022년 미국 워너미디어의 스트리밍 플랫폼 ‘HBO 맥스’와 디스커버리의 OTT ‘디스커버리플러스’ 합병 이후 리얼리티 TV 시리즈인 ‘하우스헌터스(House Haunters)’를 비롯한 다수의 작품이 사라진 바 있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합병 후 되레 가입자가 줄어들며 대규모 부채를 떠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