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DS] 美 아시아·태평양계 의료 데이터,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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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보건부, 코로나19 초기 사회적 요인 고려한 대응 필요성 인식
커뮤니티 맞춤형 데이터 분석, 소규모 커뮤니티 지원에 기여한 사례 多
미 정부, AANHPI 커뮤니티 건강 추적 위한 MOSAAIC 대규모 연구 진행

[해외DS] 美 아시아·태평양계 의료 데이터,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①에서 이어집니다.

2020년 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던 시기, 하와이 보건부의 전염병 전담팀은 총력을 기울여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초기에는 생물학적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접근에 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슈아 퀸트(Joshua Quint) 하와이주 보건부 역학자는 “사회적 요인을 자세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관점에서의 접근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조언은 이후 하와이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커뮤니티 의료 데이터를 세분화해 활용한 전략은 많은 생명을 구하는 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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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사회적 요인 반영한 맞춤형 의료 대책 마련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퀸트 연구원은 텔리 마타기(Tellie Matagi) 하와이주 보건부 태평양 섬 주민 태스크포스 지역사회 보건 리더와 조셉 카홀로쿨라(Joseph Kaholokula) 하와이대학교 암센터 전문의와 협력해 코로나 조사팀을 구성했다. 그러나 이들은 곧 하와이 원주민과 20개 이상의 태평양 섬 주민 커뮤니티 중 어떤 곳이 자원이 필요하며, 어떤 자원이 필요한지를 파악할 방법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제공되던 데이터는 이러한 필요를 정확히 추정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COVID 사망자 수를 더욱 구체적인 인구통계학적 세부 정보와 함께 기록하기 시작했다. 다만 소규모 커뮤니티의 경우 개별 식별 위험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면서도 작은 커뮤니티의 정보가 집계에서 빠지지 않도록 별도의 데이터베이스에 해당 세부 사항을 기록하는 방식을 도입했다고 마타기는 밝혔다.

또한 연구팀은 정보를 단순히 수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상 회의와 전화 통화를 통해 커뮤니티와 활발히 공유했다. 그 결과 이 과정에서 세심하게 수집된 데이터는 커뮤니티가 방대한 통계 속에서 그들의 고통과 피해가 묻히지 않도록 돕고, 소외되지 않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타기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특히 사모아, 마셜 제도, 추크 섬 등 큰 피해를 겪은 태평양 섬 주민 커뮤니티에 효과적이었다고 전했다.

커뮤니티 맞춤형 접근법의 중요성

나아가 연구팀은 각 커뮤니티와 긴밀히 협력하며 구체적인 필요 사항을 파악했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일부 지역은 감염자와 건강한 가족을 분리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필요했고, 다른 지역은 식료품과 의료 자원에 대한 긴급 지원이 절실했다. 또 어떤 커뮤니티는 사회적 유대를 유지하거나 비대면으로 종교 모임에 참여할 방법을 모색했다. 이러한 맞춤형 접근법은 코로나19 팬데믹뿐만 아니라 마우이 화재 당시에도 음식, 거처, 약품 등 특정 요구를 인식하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와 같은 접근법은 이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건강 불평등 해소의 효과적인 방법으로 주목받았다.

맞춤형 접근이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낸 사례는 또 있다. 2000년대 초 뉴욕시에서는 B형 간염 예방 접종이 주로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성인의 경우, B형 간염이 성병으로 분류되어 HIV 클리닉에서만 검사와 치료를 받는 구조였다. 그러나 아시아계 미국인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고국의 높은 감염률로 인해 감염이 흔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성인이 성병 클리닉 방문을 꺼렸다. 뉴욕대학교 랑곤 헬스의 역학자인 시모나 권은 “아시아계 미국인 성인들에게 성병 클리닉은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 설명하며, “커뮤니티마다 건강 우선순위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당시 연구진은 아시아계 미국인의 B형 간염 감염률이 비히스패닉 백인보다 약 50배 높고, 간암 발생률 역시 몇 배나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바이러스는 가족 간 접촉, 주방용품 공유, 그리고 출산 시 모자 전염 등을 통해 전파되고 있었다. 이에 2003년 뉴욕대학교 연구팀은 커뮤니티 리더, 정치인, 의료진과 손잡고 이와 같은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연구팀은 시 당국과 협력하여 지역 기반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일차 진료 클리닉과 지역 사회 단체를 통해 성인 대상의 예방 접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했다. 단순한 감염률 저감뿐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요인이 치료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 B형 간염 확산을 막는 중요한 열쇠임을 인식한 것이다.

공정한 사회 위해 통계적 포용성 필요

한편 퀸트 연구원은 인종·민족 데이터를 사용할 때 연구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이 요소들만으로 개인의 건강을 단순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집계된 데이터든 세분화된 데이터든, 인종과 민족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사회적·문화적 요인을 단순히 반영하는 지표일 뿐이다. 퀸트는 “데이터의 세분화가 인종을 넘어 더 의미 있고 실질적인 방식으로 민족성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돕는다”고 강조하며, 더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마타기는 커뮤니티 맞춤형 접근법을 마련하는 노력이 “실제로 불평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주 및 커뮤니티 단위에서 이뤄진 연구들이 성공을 거두자, 정책 입안자들은 더 큰 규모의 연구를 시작하고 자금을 확대해 AANHPI 범주 내 다양한 그룹의 건강 상태를 보다 깊이 이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작년 백악관은 AANHPI 커뮤니티의 형평성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발표했고, 올해 초 국립 심장, 폐, 혈액 연구소는 이 인구 집단의 건강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대규모 역학 연구에 착수했다. 이 7년간의 프로젝트는 ‘미국 아시아 및 태평양 섬 주민 커뮤니티 다민족 관찰 연구(Multi-ethnic Observational Study in American Asian and Pacific Islander Communities, MOSAAIC)’로 알려져 있으며, 다양한 AANHPI 하위 그룹에 속한 10,000명의 건강을 추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프로젝트의 주요 도전 과제는 데이터의 익명성을 유지하면서도 유의미한 건강 추세를 파악할 수 있는 세부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세분화 작업은 인종적 편견을 없애고 공평함을 추구하는 노력과 상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이 올바르게 이뤄진다면 두 노력은 상호 보완적일 수 있다. 퀸트 연구원은 “인종에 대한 논의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만약 그것이 이 문제를 무시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큰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축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모든 인구 통계적 요소를 아우르는 통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문의 저자는 조티 마두수다난(Jyoti Madhusoodanan) 건강, 의학 그리고 생명 분야 과학 저널리스트입니다. 영어 원문은 How to Fix Health Data for People with Asian and Pacific Islander Heritage | Scientific American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