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가상자산 시총 27% 급증, 해외거래소로 보낸 돈만 7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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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U, 올 상반기 가상자산 실태조사 발표
韓 투자자들, 국내외 시세차익 노려 대거 송금
778만 명 대부분 50만원 미만, 1억 이상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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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해외 코인거래소로 약 75조원의 투자금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코인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자 새로 나온 가상자산 가운데 국내 상장되지 않았거나 국내외 거래소 시세 차이를 이용해 차익 거래에 나선 투자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코인 투자자 778만 명, 절반이 2030세대

31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024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FIU가 국내 21개 가상자산 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반기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55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43조6,000억원)에 비해 27% 증가했다. 거래 가능한 이용자도 같은 기간 645만 명에서 778만 명으로 21% 늘었다. 대부분이 개인이며 법인은 161개사다.

연령대별 가상자산 투자자는 30대가 29%로 가장 많았고, 40대(28%), 20대 이하(19%), 50대(18%), 60대 이상(6%)이 뒤를 이었다. 가상자산 거래가 늘며 가격 변동성이 커지자 젊은층을 위주로 향후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상반기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최고점 대비 가격 하락률)은 70%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8%포인트 증가했다. 올 상반기 코스피 변동성이 14%에 그친 데 비하면 가격대가 움직이는 범위가 컸다.

보유자산 규모는 대다수 이용자인 524만 명(67%)이 50만원 미만이다. 1,000만원 이상 보유한 이용자는 전체의 10%인 78만 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0.2%p 감소했고, 1억원 이상 보유자는 10만4,000명으로 전체의 1.3%다. 국내 신고한 가상자산 거래업자 27개 영업종료 9개, 미제출 4개를 제외한 14개사의 매출은 1조518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5,800억원보다 81%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5,900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106% 늘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총 1,087조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649조원에서 67%나 커졌다. 하루 평균 거래 금액도 지난해 말 3조6,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6조원으로 67% 증가했다. 다만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 종목 수는 554종으로 작년 말 600종에서 46종(-8%) 감소했다. 국내 거래소에만 단독 상장된 가상자산은 285종으로 작년 말 332종에서 47종 줄었다. 이 가운데 한국인이 발행했거나 국내 거래소에서 80% 이상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코인’은 102종으로 시가총액은 1조6,000억원 규모다. 지난해 말보다 김치코인의 수는 31종, 시총은 15% 줄었다.

해외로 빠져나간 투자금만 74.8조

투자금을 해외로 빼려는 움직임도 크게 늘었다. 상반기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등 외부로 출금된 가상자산 규모는 74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38조1,000억원)에 비해 96% 급증했다. 한국인이 해외에 보유한 가상자산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는 131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같은 기간 해외 주식을 포함한 내국인의 해외 금융상품 투자액 전체(약 31조원)의 4배를 넘는 수준이다. 세정 당국에 신고된 금액만 집계한 수치인 만큼 실제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있다.

한국인들의 가상화폐 선호는 미국과 일본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블록체인 컨설팅 기업 디스프레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투자자들의 코인에 대한 관심도는 주식보다 26.4% 높게 나타났다. 미국 투자자들은 주식에 대한 관심도가 코인보다 20배 높고, 일본 투자자들 역시 주식에 대한 관심도가 코인보다 6배 이상 높은 것과 정반대의 결과다.

한국 투자자들의 코인에 대한 관심도는 1년 동안 대부분 주식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2월 코인 ‘앱토스’ 등을 필두로 비트코인을 제외한 코인들의 급등이 나타났던 시점과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이 급등했던 시점에 평소보다 관심도가 2배 이상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주식에 대한 관심도는 ‘특징주’가 나타날 경우에만 이례적으로 높아졌다. 유일하게 주식에 대한 관심도가 코인에 대한 관심도를 뛰어넘었던 시기는 지난해 7~8월이었다. 에코프로그룹주가 단체로 급등하며 모든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어삼켰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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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투기성 화폐에 더 집중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의 원인을 원샷 턴어라운드(한탕주의)에서 찾는다. 한국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이 아닌 알트코인이나 밈코인 등 투기성 암호화폐에 더욱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알트코인이란 얼터너티브 코인(Alternative coin)의 줄임말로 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대체 가상자산을 가리킨다.

실제 국내 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가상자산은 스택스(STX)와 세이(SEI) 등 알트코인으로 파악됐다. 국내 웹3 블록체인 컨설팅 업체 디스프레드의 리서치 전담 조직 ‘디스프레드 리서치’는 올해 1월 1일부터 8월 25일을 기준으로 가상자산 정보분석 플랫폼 코인마켓캡에서 시가총액 상위 100위 이내의 가상자산을 토대로 가장 있기 있는 가상자산을 분석했는데, 그 결과 스택스와 세이가 종합 순위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반면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솔라나(SOL)의 점유율은 상당히 낮게 나타났다. 이들은 순서대로 29위, 35위, 25위를 기록했다. 거래대금 자체는 높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셈이다.

디스프레드 리서치는 ‘인기 많은 가상자산’이라는 기준을 전 세계 거래대금 대비 국내 거래소가 차지하는 점유율이 높고, 평균 수준에서 일관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내 5대 거래소에서 높은 일평균거래대금을 기록하는 자산으로 정의했다. 이를 △점유율 △점유율 일관성 △거래대금 으로 나눠 분석했으며, 이 세 가지의 분석 결과에 따라 종합 순위를 결정했다. 조사 결과 스택스와 세이는 종합 순위 분석 기준이었던 점유율, 일관성, 거래대금 순위에서 상위 10위 안에 드는 모습을 보였다. 그 다음으로는 리플(XRP), 이캐시(XEC), 시바이누(SHIB)가 분석 기준에서 균형잡힌 순위에 도달하며 3위부터 5위를 차지했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리서치 리서처는 “일부 알트코인의 경우 평균 점유율이 40%에 달했고, 종합 순위 상위에 위치한 자산들이 비트코인 생태계, 모놀리틱 레이어, 밈코인,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내러티브에 속해 있다는 점은 국내 투자자들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