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BM3E 품질 테스트 중요 단계 통과”, 연내 엔비디아 공급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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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HBM3E 8단·12단 모두 양산 판매 중"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호퍼 시리즈' 탑재될 전망
HBM 매출 비중 늘어나 4분기에 50% 수준 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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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던 삼성전자가 최근 중요 단계를 통과하면서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8단 제품을 공급하게 됐다. 다만 현재는 조건부 승인 단계로, 전체 퀄테스트를 완료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낮은 수율 문제를 먼저 해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복수 고객사에 HBM3E 8단·12단 납품”

지난달 31일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BM3E 8단과 12단 제품 모두 양산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주요 고객사의 품질 테스트 과정에서 중요 단계를 완료해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측이 언급한 주요 고객사는 인공지능(AI) 칩 시장의 큰손으로 평가받는 엔비디아로, 해당 발언은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의 AI칩 ‘호퍼 시리즈(H100·H200)’에 공급하는 건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발언은 1년 넘게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생긴 시장의 우려를 일축하고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던진 메시지로 풀이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복수 고객사용으로 HBM3E 8단·12단 모두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며 “주요 고객사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맞춰 HBM3E 개선 제품을 준비 중이며 내년 상반기 양산을 위해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 제품은 이미 진입한 과제용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개선 제품은 신규 과제용으로 추가 판매해 수요 대응 범위를 늘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HBM3E 판매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 전망도 내놨다. 김 부사장은 “전체 HBM 3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70% 이상 성장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초중반 수준까지 늘어났다”며 “일부 사업화 지연이 있어 전 분기 발표한 수준은 하회하겠지만 4분기에는 이 수치가 5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잠정 실적 발표 시 참고 자료를 내고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용 사업화가 지연됐다”고 진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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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조건부 승인으로 이달 내 최종 테스트 완료 목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함에 따라 SK하이닉스를 조금씩 따라잡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AI 메모리의 주도권을 경쟁사에 내준 뒤 고전해 왔다. 실제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3조8,600억원으로 SK하이닉스(7조300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일회성 비용(1조2,000억원)과 파운드리 적자(1조7,000억원)를 제외하더라도 수천억 원대의 이익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평택에서 엔비디아와 HBM3E 8단에 대한 실사(Audit)를 마무리하는 등 사업 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다만 실제 수주를 위해서는 HBM 자체에 대한 사용 승인뿐 아니라 GPU 등 시스템반도체와 연결하는 패키징 단계에서의 품질 테스트 등도 전부 거쳐야 하는데 현재 삼성전자는 해당 공급 건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최종 퀄테스트 통과를 전제로 제품을 소량 납품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달 내 최종 품질 테스트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요한 변수는 공급 물량이다. 엔비디아 수주가 조건부로 이뤄지는 점, 적용처가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그레이스 시리즈)이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공급 규모는 일반적인 양산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더욱이 삼성전자 HBM3E 8단은 타 경쟁사에 비해 전력 소모량 측면에서 여전히 성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양산 공급’, ‘퀄 승인’ 등 명확한 용어를 사용하지 못한 배경에도 이러한 요인들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낮은 수율’ 해결해야 할 과제, 기술 리더십 회복 관건

낮은 수율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수율은 한 장의 웨이퍼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 칩 대비 양품의 갯수로, 수율이 높을수록 생산능력과 수익성이 높아진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HBM 부문에서 경쟁자에 비해 낮은 수율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우수한 생산 수율과 공급 능력을 앞세워 HBM 시장의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월 권재순 SK하이닉스 수율 담당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HBM3E 칩의 수율이 80%에 도달했다”며 “생산에 필요한 시간을 절반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율의 격차로 인해 SK하이닉스가 향후 1년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14일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삼성전자가 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도전할 가능성이 작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납품 실적과 80%에 가까운 HBM3E 수율이 긍정적 요인으로 이미 2027년까지 HBM 주문이 예약돼 있다”며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추격하기 위해서는 낮은 수율을 해결해 기술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3나노 이하 공정에서 수율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파운드리 부문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삼성전자와 달리 높은 수율을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81조원)를 넘기며 엔비디아에 이어 반도체 기업 중 두 번째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의 신형 AI 반도체 블랙웰의 생산을 두고 격화됐는데 당시 엔비디아와의 기술 갈등에서 사실상 TSMC가 판정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높은 수율’이라는 경쟁력 덕분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