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 더 빨리 공급해달라” 엔비디아 요청에 차세대 HBM 경쟁 격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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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 SK하이닉스에 신속한 HBM4 공급 요구
"내년 하반기 중 HBM4 선보인다" 경쟁사 삼성전자도 개발 박차
HBM 시장 승부처 된 HBM4, 최대 2.56TB 대역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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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엔비디아로부터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제품 공급을 앞당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수요에 발맞춰 차세대 HBM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의 이목은 차후 SK하이닉스와 HBM 부문 경쟁사 삼성전자가 펼칠 ‘패권 경쟁’에 집중되고 있다.

엔비디아, SK하이닉스에 ‘재촉’

4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최근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만났던 일화를 소개했다. 최 회장은 “황 CEO는 뼛속까지 엔지니어인데 마치 한국인 같다”면서 “스피드를 강조하면서 만날 때마다 제품 공급을 빨리해달라는 요구를 해온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와 HBM4 공급 계획 일정이 끝나 있었는데 황 CEO가 일정을 6개월 앞당겨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나올 때마다 필요로 하는 HBM을 적시에 개발하고 양산 수율을 맞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행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데이비드 패터슨 UC버클리대 교수와의 영상 대담으로 ‘깜짝 등장’했다. 그는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가 함께한 HBM 덕분에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진보를 지속할 수 있었다”면서 양 사 간 협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어 “현재 HBM 메모리 기술 개발과 제품 출시 속도는 매우 훌륭하지만 여전히 AI는 더 높은 성능의 메모리가 필요하다”면서 “지금보다 더 많은 메모리 대역폭을 이용해야 하는데 SK하이닉스의 공격적인 제품 출시 계획이 빠르게 실현되는 게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 측이 SK하이닉스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현시점 SK하이닉스가 HBM 분야의 명백한 선두 주자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했으며, 지난달에는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도 했다. HBM3E 12단 제품은 4분기부터 본격 출하될 예정이다. 이에 더해 SK하이닉스는 내년 중으로 HBM4 12단 제품을 출하하고 오는 2026년 수요 발생 시점에 맞춰 HBM4 16단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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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HBM에 힘 싣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를 등에 업고 시장을 질주하는 가운데, 경쟁사인 삼성전자 역시 차세대 HBM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진행된 콘퍼런스 콜을 통해 “2025년까지 DDR 메모리의 생산량 증가가 크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면서 “이에 5세대 HBM인 HBM3E 제품의 판매를 늘리는 동시에, 6세대인 HBM4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주요 고객사의 품질 테스트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를 완료했다”며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연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할 수 있다는 시장 기대감이 커진 이유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엔 HBM3E가 전체 HBM 매출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고객사가 요구할 경우 HBM 생산 시 삼성 파운드리 대신 TSMC 공정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TSMC와 협력해 HBM4 개발에 나섰다는 점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부사장은 “복수 고객사와 맞춤형(커스텀) HBM 사업화를 준비 중”이라며 “맞춤형 HBM은 고객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게 중요하므로, 베이스 다이(HBM층의 1층 단) 제조와 관련된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HBM4, 실제 성능은?

한편 양 사의 ‘승부처’로 꼽히는 HBM4는 이전 세대 대비 눈에 띄게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미국 IT매체 WCCF테크는 미국 컴퓨팅 기업 램버스의 정보를 인용해 HBM4의 세부 성능을 공개한 바 있다. WCCF테크는 “HBM4는 AI와 데이터센터 진화의 다음 장을 시작하는 것”이라며 “더 빠른 메모리 속도와 스택 당 더 높은 용량을 제공한다”고 보도했다.

램버스에 따르면 HBM4의 시작 대역폭은 1,638GB(기가바이트)/s로 평가된다. 이는 HBM3E보다 33%, HBM3보다 2배 더 큰 수준이다. 현재 HBM3E는 최대 9.6GB/s 속도로 작동하며, 스택당 최대 1,229GB/s 대역폭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HBM4는 최대 10GB/s 속도를 자랑하며 인터페이스당 최대 2.56TB(테라바이트)/s의 대역폭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