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위기였던 파페치 ‘3분기 손실’ 감소, 실질 흑자 ‘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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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조원 적자에서 올 3분기 손실 27억원으로
2분기 손실 규모와 비교해도 크게 개선
구조조정·경영 효율화 작업으로 군살 빼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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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파페치

쿠팡이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 가운데, 온라인 명품 1인자에서 1조원의 적자를 내는 회사로 추락한 파페치도 쿠팡의 손에서 살아나고 있다. 올해 초 5억 달러(약 6,500억원)를 투자해 인수를 완료한 이후 수익성 개선에만 집중한 결과다.

김범석 의장 “3분기 손익분기점 가까운 수익성 달성”

6일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 초 인수 작업을 마친 파페치의 적자 폭이 이번 분기 크게 감축된 점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저희의 이니셔티브는 올해 내내 긍정적인 궤적을 그리며 파페치와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쿠팡은 체계적인 실행을 통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에 말씀드렸듯, 우리 목표는 연말까지 손익분기점에 가까운 수익성을 달성하는 것이었는데 이번 분기에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파페치와 같은 서비스들은 올 한 해 동안 긍정적인 궤적을 그리며 계속 전진하고 있다”며 “이는 아직 여정의 초기 단계에 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고객에게 의미 있는 감동의 순간을 선사하고 매력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에 더욱 힘을 얻게 된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인수 이후 빠른 구조조정 착수

파페치는 전 세계 1,400개 명품 브랜드를 미국, 영국 등 1,490개국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글로벌 명품 기업으로, 과거 파페치의 명품 소비활성 고객은 400만 명에 달했지만, 지속된 손실 가중으로 시가총액이 2021년 230억 달러(약 30조원)에서 2억5,000만 달러(약 3,200억원)로 하락한 부도 위기 상태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파페치의 영업 적자는 2022년 8억4,716만 달러(약 1조1,680억원), 2023년 상반기 4억643만 달러(약 5,600억원)에 달했다.

쿠팡은 파페치를 인수한 직후 구조조정과 경영 효율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파페치의 매출 규모는 지난 2분기 4억6,000만 달러(약 6,369억원)에서 이번 분기 4억3,900만 달러(약 5,966억원)로 줄어들었지만 손실 폭도 감소했다. 대만·쿠팡이츠·파페치·쿠팡플레이 등 성장 사업 부문의 3분기 매출은 9억7,500만 달러(약 1조3,250억원)로, 전년 대비 무려 356% 성장했다. 이 가운데 성장 사업의 조정 (EBITDA·상각전영업이익) 손실은 1억2,700만 달러(약 1,725억원)로, 전년 동기 1억6,082만 달러(약 2,107억원)와 비교해 달러 기준 21%가량 줄어들었다.

성장 사업 부문의 원동력은 파페치의 손실 감축이었다. 파페치의 조정 EBITDA 손실은 지난 2분기 3,100만 달러(약 4,330억원) 대비 이번 분기 200만 달러(약 27억원)로 감소했다. 파페치의 순손실 규모는 지난 1분기 1억1,300만 달러에서 이번 분기 4,400만 달러(약 615억원)로 61% 감소하면서 실질적인 흑자 전환 가능성을 코앞에 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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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사진=쿠팡

포브스 “쿠팡, 옳은 일 하고 있다” 평가

쿠팡 입장에서 파페치 실적은 상당히 중요하다. 김 의장 주도로 인수합병(M&A)한 회사라 리더십 측면에서 주목받을 뿐만 아니라 사업 성과가 대부분 한국에서 나오는 쿠팡과 달리 파페치는 글로벌 플랫폼이란 점에서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특히 가성비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쿠팡이 럭셔리 상품을 다루는 파페치를 성공적으로 경영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만큼 이를 불식시켜야 할 필요도 있다.

실제로 글로벌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이 파페치를 인수할 때만 해도 “인수금액은 큰 편이 아니지만, 정상화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문”이란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일부 파페치 투자자들은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2027년에 만기 되는 파페치 전환 선순위 채권 3.75%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 투자자의 50% 이상을 대표하는 투자자 단체로, 자산운용규모(AUM)만 1조 달러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만 해도 실적 발표를 못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악화됐던 파페치를 쿠팡이 인수한 후 점차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자 외부의 평가도 우호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작년 말 쿠팡이 파페치를 인수했을 때는 무리수로 보였지만, 지금은 쿠팡이 파페치와 관련해 무언가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글로벌 경기가 호전될 경우 파페치의 수익성이 본격적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 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파페치 플랫폼의 올해 상반기 월간 평균 방문자수는 2,610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명품 플랫폼 시장에서 파페치와 경쟁 중인 리스트(840만 명), 마이테레사(640만 명), 네타포르테(630만 명)를 3~4배 이상 압도하는 수준이다. 포브스는 “파페치는 경쟁사 3곳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방문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며 “김 의장의 주도 아래 매스 마켓(쿠팡) 뿐만 아니라 명품 시장에서도 잠재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고 평가했다.